'2017/10'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10.31 행락객
  2. 2017.10.30 빼빼로, 농부, 장애인
  3. 2017.10.30 다시 써 본 프로필

행락객

길위의 생각들 2017. 10. 31. 11:22

어젯밤 숙소에서 뉴스를 보니 단풍철을 맞아 전국의 산마다 행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행락이라는 말의 어감이 왠지 불량스럽고 낮춰보는 것 같아 사전을 찾아보니 ‘놀거나 즐기러 온 사람’이란 뜻이란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무릇 사람이란 노는 것보다는 열심히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해야 한다고 배웠고 뭔가 즐기는 것은 쾌락(아, 여기에도 락이 들어가네)과 연결되어 괜히 떳떳치 못하다는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살았던 모양이다.

순천에 내려온 김에 나도 행락객의 일원이 되기로 한다. 단풍이 이렇게 좋은데, 바람이 이렇게 시원한데 여기서 행락을 안 하면 뭘 한단 말인가. 단풍만큼이나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입은 강천산 등산객들은 깔깔대고 웃으며 걷다가도 폭포가 나오면 멈춰서 사진을 찍었고 아름드리 세타콰이어가 나오면 얼른 가서 나무에 팔을 척 얹고 사진을 찍었다. 전망대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빼곡해서 오래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즐거웠다. 단지 단풍과 계곡을 구경하기 워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란히 걷고 있다니. 울긋불긋 유치찬란한 자연과 울긋불긋 찰칵찰칵 히히하하 유치찬란한 행락객들. 이래저래 좋은 날이다. 이런 날을 자양분 삼아 또 일주일을 버텨봐야지. 아, 서울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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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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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제과에게 빼빼로데이는 중요한 날이다.이 기념일은 기업측에서 유포한 게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날이라 더 자랑스러워 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11월11일이 빼빼로데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혹시 한 번쯤 "11월 11일은 농업의 날입니다. 장애인의 날이기도 하구요. 롯데 빼빼로가 알려 드렸습니다" 같은 광고를 내보내면 어떨까. 새로 온에어된 빼빼로 광고를 오늘 아침에 보고 문득 든 생각이다. 물론 그 기업의 정서로는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http://www.tvcf.co.kr/YCf/V.asp?Code=A000329257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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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프로필을 다시 써본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다운 적이 없었고 
막내로 태어났지만 어리광을 부린 기억이 없었고 
문학소년이었지만 문청은 아니었고

<월간팝송>구독자였지만 이젠 음악을 거의 안 듣고 
‘뚜라미’였지만 기타를 잘 못 치고 
여자를 좋아했지만 연애는 잘 못했고

영문과를 나왔지만 영어를 잘 한 적이 없고
카피라이터 출신이지만 아직도 광고를 잘 모르고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 않고 
여행을 싫어하지만 가끔 여행을 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하고 
술을 좋아하지만 소주 두 병이면 취하고

칼럼을 가끔 쓰지만 칼럼니스트는 아니고 
[대부]와 [웨인즈 월드]를 모두 좋아했고

노무현을 좋아했지만 노사모는 아니고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문빠는 아니고

이사 오면서 자전거는 누구 줘버렸고 
십여 년 전부터 차가 없는 뚜벅이고 
수영 배운지 다섯 달만에 겨우 물에 뜨고

결혼을 했지만 아직 철이 안 들었고 
애는 없고 고양이 순자는 우리 애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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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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