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썼던 글을 우연히 발견해서 괜히 만년필로 옮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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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준의 세줄평 : SF이면서도 서사가 능숙한 소설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안녕, 인공존재!]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뒤에 존재론적 성찰까지 깔려 있어서 읽는 맛이 남다른 단편들이었다. [팔란티어] 이후 종적이 묘연한 김영민과 달리 배명훈은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활동을 계속 해줄 것으로 묻는다.
김하늬 씨가 카톡으로 보내 온 평들 : 헉... 보낸다는게 시간을 못봤습니다ㅠㅜ 뒤풀이중이실거 같지만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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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그녀는 그들의 정원에서 키운 당근 하나를 들어 보인다. 이상하게 생긴 돌연변이로, 두 개의 인간 몸이 서로 얽혀 성교 중인 모습과 닮았다. 이걸 해나에게 보여줘. 그녀가 말한다. 우리의 카마수트라 당근이야. 특별할 때 쓰려고 따로 두었던 거란다. 차에서 다시 혼자가 된 비트는 그 외설적인 것을 손에 들자 두 여인의 즐거움이 귓가에 울리는 듯해 기쁘다.
죽어가는 엄마 해나를 간호하던 주인공 비트가 마을 자연식품가게에 들러 당근을 선물로 받던 이 장면을 아침에 전철에서 읽으며 슬며시 웃었다. 로런 그로프의 <아프카디아>를 조금씩 읽고 있다. [운명과 분노]만큼 재밌지는 않지만 이런 대목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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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는 이야기 하나 더. 폴 토머스 앤더슨이 [데어 윌 비 블러드]를 찍으러 텍사스에 갔다가 아침에 여관에서 나오는데 마침 코엔 형제가 지나가고 있었다고 한다. 여긴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를 찍는 중이라고 했다나. 그 넓은 텍사스에서 그런 대가들끼리 그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참 신기한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신기한 일은 그 해에 [데어 윌 비 블러드], [주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걸작들이 다 개봉을 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같은 관객들에게 그건 우연을 넘어 행운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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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 전쯤인가, 저녁 시간에 집에서 만난 아내가 요즘 무슨 특별한 일은 없었느냐고 인사치레로 묻길래 별 일 없었다고 하다가 마침 그날 낮 수영장에서 있었던 '조금 특별한 일'이 생각나서 잠깐 그 얘기를 해주었다.
그날 몸이 찌뿌듯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수영장에 잠깐 갔었는데 탈의실에서 옷을 다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더니 파우치 안에 수영복이 없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수영모자나 안경은 전에도 잃어버린 적이 있지만 수영복을 잃어버린 건 처음이었다. 할 수 없이 옷을 다 입고 밖으로 나와 카운터에서 가서 여직원에게 혹시 습득 신고가 들어온 수영복이 있는지 물었더니 없단다. 맞은편에 있는 매점으로 가서 주인 아줌마에게 새 수영복을 달라고 했다. 처음 갔을 때 내게 수영복을 무척 비싸게 팔았던 아줌마였다. 수영복을 분실했다고 했더니 아줌마가 수영복 잃어버린 게 무척 잘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새 수영복을 내주었다. 이번에도 비싸게 팔면 뭔가 항의를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좀 저렴한 제품을 권했다. 새 수영복을 받아들고 다시 탈의실로 가서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수영복을 착용하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며 물안경을 썼더니 이번엔 물안경 끈이 툭 끊어지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물안경 없이 수영을 하면 눈이 몹시 아프고 충혈도 되는데. 할 수 없이 다시 나와 옷을 입고 매점으로 갔다. 아줌마가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다며 반가워했다. 내가 물안경 줄이 끊어질 줄 어찌 알고 기다렸냐고 물으려고 하는데 아줌마가 내 카드를 디밀었다. 수영복을 사고 신용카드를 안 가져 가셨다는 것이었다. 나는 굳은 얼굴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물안경도 하나 달라고 했다. 아줌마가 또 몹시 기뻐하는 환한 얼굴로 물안경을 권했다. 비싼지 아닌지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물안경을 들고 다시 탈의실로 가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한 뒤 수영복과 물안경을 착용하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너무 흘러서 레인을 몇 번 왔다갔다 하지도 못하고 뛰쳐나와서 늦은 점심을 먹어야 했다...
내 얘기를 다 들은 아내가 한숨을 내쉬며 측은한 눈길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남편이 남들보다 어려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정도인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아내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없이 달밤에 대나무숲에 가서 혼자 이런 얘길 두런두런 주절이고 있으면 그 인생이 얼마나 서글프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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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감방 같은 데 들어가서 책만 읽었으면 하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죠. 호텔에 가서 밤새도록 책만 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책 읽는 펜션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우리나라에도 이런 생각이 유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책 읽는 사람도 많아지고 책도 많이 팔리겠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71546011&code=9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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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든 상투적인 말이 다 비장한 말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늘 염원하면서도 내내 이루어지지 않았던 희망을 그 상투적인 말이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끌어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말이 상투적인 말이 되도록 놓아둔 것은 늘 보던 것 외에 다른 것을 보려 하지 않는, 다른 것을 볼까봐 오히려 겁을 먹는 우리들의 나태함일 것이 분명하다. 말은 제 힘을 다해 우리를 응원하는데, 우리가 먼저 포기해버린 탓일 것이 분명하다. 상투적인 말들도 처음에는 그 날카로운 힘이 우리의 오장에 파고들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말이 나를 넘어뜨리고 내 안일을 뒤흔들 것이 두려워 우리가 철갑을 입을 때 말도 상투성의 철갑을 입기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시인들이 말의 껍질을 두들겨 그 안에서 비장한 핵심을 뽑아내려고 사시사철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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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진리는 고매한 지위나 인격을 가진 사람들 틈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궁창에서 딩굴며 악에 받친 인간들끼리 목숨 걸고 싸우거나 한편이 될 때 기름기 쏙 빠진 금언들이 하나씩 튀어나온다. [뜨거운 피]가 그런 소설이다.
카마수트라 당근 (0) | 2018.0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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