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일사후퇴 때 단신월남해서 갖은 고생을 다하고

인천사범을 졸업한, 당시엔 드문 인텔리 여성이셨죠 


시집 와서 애 넷을 낳았습니다 

하나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하나는 교통사고로 거의 죽다 살아났습니다

(그 놈이 바로 접니다)


평생 교사로 일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물론 퇴근 후엔 집안일도 해야 했습니다 

가끔 가정부나 파출부를 쓰는 일도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옛날 여자들은 

억척같이 안팍을 다 살피며 살아야 했으니까요


세탁기가 없던 시절이라 퇴근 후에 손빨래를 해야 했습니다 

장마때 연탄아궁이가 막히면 그걸 국자로 퍼내기도 했었죠

재봉틀로 간단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고 

겨울이면 아이들 옷과 모자를 털실로 짜서 입혔습니다



좋은 엄마였습니다

빵 만드는 기계를 사다가 빵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 

칼국수 만드는 기계도 사서 국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도우넛이나 돈까스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중에 얘기하시더군요

그땐 젊어서 그랬겠지만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하고 살았나 몰라…


식기세척기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살았죠

매일 아침 세 아이의 도시락을 싸야 했습니다

(저희 형은 반찬으로 국도 싸갔습니다) 


아이들은 돌아가며 끊임없이 속을 썩였고 

남편은 바깥 사람들만 좋아하는 호인이었습니다 

그래도 늘 유머가 있고 웃음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분이었습니다 





재작년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은 참 엄마가 보고싶군요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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