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꽃을 살까. 예뻐서? 향기가 좋아서? 꽃을 선물한다는 것은 그 꽃을 사서 들고 다니다가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까지 쏟아지는 뭇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기에 더 소중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몇 주 전 아내와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에 갔다가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고 있는 제대병을 만났다.그 친구는 하얀 여자 운동화가 들어있는 상자 안에 노란 꽃을 채워넣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물어보니 '오늘 제대하는 날'이라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고 있노라고 했다. 기다리던 전역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갈 생각으로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며 환하게 웃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떳떳하다. 

그 청년도 그랬다. 앞으로 그의 인생에도 수 많은 어려움이 닥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마음을 나중에도 기억할 수 있다면 남들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다. 오랜만에 꽃을 사러 가서 꽃을 사러 오는 사람의 마음까지 살짝 엿본 것 같아서 하루 종일 기분이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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