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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더 포스트]를 보았다. 1971년 뉴욕 타임즈의 펜타곤 문서 특종 보도를 통해 미국 정부들이 숨겨왔던 월남전의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다.

워싱턴 포스트라는 신문사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과 벤 브래들리 편집장 역의 톰 행크스의 연기가 뛰어나고 스필버그의 연출력도 너무나 원숙하다.

영화 중 가장 박진감 있는 장면은 닉슨 정부의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이 보도를 결심한 뒤 긴박하게 식자를 만들고 윤전기가 돌아가고 컨베이어 벨트에서 갓 나온 신문을 꺼내 들여다 보고 끈에 묶인 신문 뭉치들이 길에 뿌려지는 일련의 장면들이다. 마치 하루키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느끼는 쾌감과 비슷하다. 어제 [팬텀 스레드] 무비토크를 딘행하던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이 영화의 윤전기 장면들을 잠깐 언급하며 '어쩌면 감독들은 이런 장면을 찍기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동감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장면이 길게 이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글이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감동이 느껴지니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대법원 판결문을 관객에게 전하는 방법이었다. 카메라는 대법원을 비추는 대신 시끄러운 신문사 내부로 간다. 한 통의 전화를 받은 여기자가 "모두 조용히 하세요!" 라고 외친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지는 신문사. 기자는 전화를 통해 듣는 판결문을 한 문장 한 문장 큰 소리로 따라 읊는다. 관객이 온몸으로 집중해 듣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고 마지막 문장 '언론이 섬겨야 할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라는 말을 하며 기자가 울먹일 땐 나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가 [스포트라이트]의 시나리오도 쓴 조시 싱어라는 사실은 영화가 끝난 뒤 큐레이터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내의 친구가 극찬을 하며 이 영화 꼭 보라고 해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녀에게 고맙다고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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