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인생이

              
                              마광수



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사랑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결혼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줄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이혼이
이렇게 복잡할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시가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똥이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네 



어제 글 쓰는 친구 우근이가 마광수 교수 1주기를 기념해 올린 글을 보고 예전에 스크랩 해놨던 그의 시를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마광수 교수는 연세대에 가서 연극반 지도교수를 하기 전에 홍익대 뚜라미 지도교수이이기도 했다. 당시로는 드물게 스물여덟 살에 교수에 임용된 천재였다는데 마침 우리 써클인 창작곡동호회 '뚜라미'의 지도교수를 맡은 것이었다. 뚜라미 10주년 때 동아리 임원이었던 나는 마광수 교수를 모셔와 같이 생일 파티를 했는데 그때 교수님이 재미 있는 후일담을 들려주며 우리를 웃겼다. 

"학교 써클 지도교수를 하라는데, 블랙테트라와 뚜라미 둘 중 하나를 하라는 거예요. 근데 블랙테트라엔 여자가 없잖아요."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에세이나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써서 옥고를 치뤘던, 야한 것만 좋아하는 이상한 교수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윤동주 시 연구에 독보적인 존재였고 시와 그림에도 조예가 깊은 문인이었다. 

오늘 아침 그의 시 '별것도 아닌 인생이'를 다시 읽어보니 그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살았는지가 새삼 느껴진다. 기회가 되면 당시 책 출판 문제로 그와 함께 어이없는 옥고를 치뤘던 장석주 시인에게 고인에 대한 작은 이야기라도 한 토막 듣고 싶어진다. 물론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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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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