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 중계를 지켜보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TV를 끄고 올해 읽었던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페이스북과 티스토리 홈페이지 '편성준의 생각노트'의 기록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인터넷 서점 등을 뒤지면서 생각나는 대로 몇 권 끄집어내 보았습니다. 

가시나무 그늘 - 이승우
살야야겠다 - 김탁환
이토록 고고한 연예 - 김탁환
뜨거운 피 - 김언수
잽 - 김언수 
살아있는 도서관 - 김이경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여름, 스피드 - 김봉곤
경애의 마음 - 김금희 
흰 - 한강
바깥은 여름 - 김애란
관내분실 - 김초엽
푸르른 틈새 - 권여선 

,국내 소설은 김탁환의 역작 [살야야겠다]와 [이토록 고고한 연예] 두 권과 김언수의 느와르 소설 [뜨거운 피]가 읽는 맛이 남달랐고 김애란과 김봉곤의 소설도 참 좋았습니다. 제일 최근에 읽은 게 어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이었는데 글을 참 잘 쓰고 마음도 따뜻한 작가를 만나 기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읽은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도 좋았습니다. 

미국의 목가 - 필립 로스
사실들(어느 소설가의 자서전) - 필립 로스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 아흐메드 사다위
아르카디아 - 로런 그로프
저지대 - 줌파 라히리
포르투갈의 높은 산 - 얀 마텔  
밝고 깨끗한 곳 - 헤밍웨이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창백한 언덕 풍경 - 가즈오 이시구로  
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염소의 추제 1, 2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카야

외국 소설은 단연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가 압권이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읽었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염소의 축제]도 엄청난 작품이었구요.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 역시 한 권 한 권 다 좋습니다. [녹턴]을 사놓고 바빠서 읽지 못했는데 집 안 책꽂이 어딘가 깊이 박혀있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은 마치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미니시리즈 같은 작품입니다. 번역가인 조영학 선생이 우리 부부에게 보내주셨는데 재미있게 읽어놓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리뷰를 못 써서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내년에라도 시간을 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밝고 깨끗한 곳]은 전남 나주에 갔다가 산 책인데 같이 실린 <킬리만자로의 눈> 등 다른 작품들도 참 좋았습니다. 저는 특히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가 은근히 야하고 좋더군요. 아,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와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필립 로스와 함께 두 작가 작품만 꼽으라고 하면 무라타 사카야의 [편의점 인간]을 꼽고 싶습니다. 그만큼 울림이 있었던 특이하고 멋진 작품이었으니까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신철규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오은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김민정
지금 장미를 따라 - 문정희 

시를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신철규의 시집은 참 좋더군요. 발랄하고 크리에이티브한 김민정의 시도 언제나 좋구요. 문정희 시인의 앤쏠로지 [지금 장미를 따라]를 우연히 샀는데 이건 그야말로 보물창고입니다. 좋은 시가 정말 많아요. 

사소한 부탁 - 황현산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잘돼가? 무엇인든 - 이경미
박완서의 말 - 박완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인문학 - 이재은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 유창선 
틈만 나면 딴생각 - 정철  
가만히 혼자 웃고싶은 오후 - 장석주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 - 장석주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주오 - 장석주/박연준  
베를린 일기 - 최민석 
강원국의 글쓰기 - 강원국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허수경
열두 발자국 - 정재승 
아! 병호 - 최우근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 정영목 
결국, 컴셉 - 김동욱 
마케터의 일 - 장인성 
기획자의 습관 -  최장순 
생각하고 기획하고 일하라 - 홍순성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 이반 일리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저는 에세이보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올해는 에세이(범위가 좀 광범위하긴 하지만)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우선 황현산이라는 큰 별이 떨어졌습니다.  선생의 책은 늘 곁에 두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단언합니다. 기다렸던 신형철의 새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를 읽고 전율했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책입니다. 권여선이나 이경미의 에세이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느끼는 책입니다.  허수경 시인의 유작 에세이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단아한 글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시인이 쓰는 고급스러운 에세이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를 세 권이나 샀네요. 그 중에서도 [가만히 혼자 웃고싶은 오후]는 저에겐 마음이 심란해질 때마다 꺼내 읽는 보약 같은 책입니다. 박완서 선생의 인터뷰집은 제주에 있는 인디 책방 '디어 마이 블루'에서 산 책인데 찬찬히 읽을수록 좋은 책입니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글쓰기 책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최민석의 [베를린 일기]는 허허실실 투덜대는 소설가의 에세이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습니다.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은 우리가 살면서 알아야 할 본질적인 것들을 쉽게 이끌어주는 강연집입니다. 베스트셀러였죠. [아, 병호]는 제 고동학교 동창이자 극작가인 최우근의 책인데 저희들 어렸을 때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혀있는 예쁜 어른용 동화입니다. 정영목 선생의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은 번역가가 쓴 에세이를 읽고 싶어서 집어든 책인데 필립 로스에 대한 글이 실려 있어서 쾌재를 부른 작품이었습니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시대를 앞서간 아나키스트의 다소 과격한 주장이 흥미롭게 실린 책인데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의 추천으로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가 보내주셔서 꿀 받아먹듯 읽은 책입니다. 

오늘 충동적으로 꼽아본 것이라 분명히 빼먹은 책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2018년 마지막 날, 리스트를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내년에도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모두 좋은 책과 영화 드라마 등을 만나는 내년이 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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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망설였다. 올 연말 최고의 기대작 [마약왕]은 개봉하자마자 평론가들의 악평에 시달리더니 CGV어플을 열어보니 어느새 예매 9위로 떨어져 있었다. 평론가들과 관객의 악평이 일치할 경우 영화의 질이 어땠는지는 그동안 경험해봐서 알지 않는가. 그러나 내게는 송강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어떤 영화에서든 거의 본능적으로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연기의 신 송강호. 영화가 아무리 후졌더라도 송강호는 살아남았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나를 혼자 토요일 오후에 대학로에 있는 극장으로 향하게 했다. 

토요일 오후 5시 15분 영화인데도 극장은 빈 좌석이 많았다. 관객들의 수준도 별로였다. 내 뒤에 앉은 남자 새끼는 자기 여자친구에게 계속 영화와 역사와 사회에 대한 되먹지 않은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었고 여자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 전화를 받아 무려 15초 이상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는 뻔뻔함을 보여줬으니까. 그러나 의의로(?) 영화가 좋았다. 우려와 달리 설정이나 만듦새가 나쁘지 않았고 송강호는 물론 김대명, 조우진, 조정석 등 출연진의 연기가 고르게 다 좋았다. 우민호 감독 때문에 연기력을 인정 받아 지금은 한국영화에서 안 나오는 작품이 거의 없어 '제 2의 이경영'으로 불린다는 조우진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더 킹]에서 어설픈 경상도 사투리 검사 역을 맡았던 김소진의 연기조차 여기서는 훌륭했다. 약간 안쓰러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배두나도 대체로 예쁘게 나왔고 '불구경보다 재밌다는 미친년 구경 다 하셨으면 이제 그만 집에 가세요!"라는 대사를 칠 때는 카리스마도 있었다. 

139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과 마약, 폭력, 권력 등 심각한 소재, 1970년대 초반이라는 생경한 시대적 배경 등이 젊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막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흥행을 위해 차라리 조우진이 죽던 사우나 씬을 조금 더 잔인하고 자극적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마지막 송강호가 자신의 집에서 총질을 하며 경찰과 대처하는 씬은 알 파치노의 열연이 빛났던 브라이언 드 팔머의 [스카페이스]에서 따온 게 명백한데, 송강호가 연기를 너무 잘 해서 볼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실 우민호 감독은 전작 [내부자들]에서도 마틴 스콜세지나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 등의 영화를 베끼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선이 굵은 작품은 그 나름의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단순히 소재에 머물지 않고 그 소재를 통해 어떤 '맥락'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작가'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 당하고 80년대가 시작되는 시대적 배경을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도 단순히 마약 영화가 아니라 욕망과 권력과 편법으로 얼룩진 우리의 현대사를 조명하는 필름으로 그 의미망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몰론 마지막 장면에 화면을 가득 메우는 송강호 얼굴 위로 '15년 형을 선고받은 그 때문에 그때부터 검찰에 마약반이 신설되었다'라는 조정석의 나레이션이 흐를 때는 파자마를 입고 현관문 밖으로 조간신문을 주우러 나오던 레이 리오타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뭐 어떠랴. 이 작품은 그런 사소한 흠집보다는 선 굵고 거대한 그림을 그리려는 의도가 더 돋보이는 역작인데. 흥행 성적과는 상관없이 영화적으로도 한 번은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세간의 평 때문에 놓치고 후회하지 말자.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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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8년 12월 말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독하다 토요일' 2기 첫 번째 모임은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에 있는 이스트빌리지에서 열렸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다룬 김탁환의 [살아야겠다]를 읽고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실제 있었던 비극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다룬 사회파 소설이라 많은 회원들이 분노 때문에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는 소감을 털어놓을 정도였습니다.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게으름을 피우느라, 또 개인사가 너무 버러이어티하다 보니 후기를 쓸 시간을 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어짜할 바를 모르고 앉아있다 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두 번째 모임이 다가오더군요. 결국 첫 번째 모임 후기는 쓰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살아야겠다]는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2018년 12월 8일 오후 2시에 '독하다 토요일' 2기 두 번째 모임이 열렸습니다. 이번엔 서소문에 있는 '청춘여가연구소'에서 일곱 명이 모여 이승우의 [가시나무 그늘]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희 동네에 '파란대문집'이라는 공간이 생겨서 우연히 들렀는데 거기서 그날 만난 사람들 중 한 분이 청춘여가연구소 소장인 정은빈 대표였던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서소문 피어선 빌딩에 있는 이 공간을 독하다 토요일의 새 아지트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한 서동현 씨의 설명에 의하면 이 건물은 1971년 미국인 선교사가 지은 아파트였다고 합니다. 당시 최고급 건물이었고 차가 건물을 통과해 현관 앞까지 들어와서 입주민이 비를 맞지 않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구조라 입구를 찾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정말 건물로 들어가는 메인 출입구는 필로피를 통과해야 그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예전엔 아파트였지만 지금은 개인 사무실이나 NGO들의 메카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11층에 있는 '청춘여가연구소'에 들어서니 널찍한 공간과 커다란 창문이 눈에 띄는 훌륭한 공간이었는데 특히 창밖으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커피 머신이 제공하는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넓다란 공간 아무 데나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읽은 책 [가시나무 그늘]은 제겐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사랑의 생애]에 이어 이승우 작가 작품으로는 네 번째 소설이었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예전에 여행 가면서 헌책으로 사서 한 번 읽었던(읽다가 그치긴 했지만)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성북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처리한 책 속에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그만큼 다시 읽기는 힘든 책이라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자고 추천한 사람이 또 저란 걸 생각하면 저는 참 일관성 없는 인사인 것 같습니다. 

제가 헌책을 사서 읽었듯이 이 책은 절판이 되어 청소년판 아니고는 책을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덕분에 회원들이 삽화가 들어 있는 청소년판을 저마다 들고 나타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한 분은 책을 구할 수가 없어 남산도서관에서 빌려왔다고 했습니다. 김하늬 씨는 작가의 심각한 문체 때문에 다자이 오사무의 [금각사]나 [인간실격] 같은 작품들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 작가들이 인간 본연의 부조리에 천착한다면 이승우는 시대상이 배경으로 깔린다는 게 차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지 오웰의 [1984]나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도 연상되었다고 했습니다. [가시나무 그늘]이 훨씬 뒤에 나왔으니 아마도 작가가 이 책들을 다 읽어보지 않았을까 하는 개연성 있는 추측도 전해주습니다. 작가가 신학대학을 나와 사유가 깊을 것이라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서른두 살에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은 놀랍다는 평도 내놓았습니다. 진행이 세련되었고 짜임새도 좋아서 지금 읽어도 전혀 올드하지 않다는 의견에 저도 찬성을 표했습니다. 

개, 가시나무, 몰록으로 이어지는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들에 대해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불친절하게 자세를 취하는 작가의 설명도 적절해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김하늬 씨가 다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롯데의 편지를 인용한 것 등은 존 '중2병'스럽게 느껴진다고도 했고 저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만 생각하면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의 개]도 떠오른다는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윤혜자 씨는 청소년판으로 책을 대하니 뭔가 정답을 찾아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기더라고 하며 웃었습니다. 청소년, 하면 뭔가 시험이 떠오르는데 이 책을 가지고 시험 문제를 내면 내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들 것 같다는 김하늬 씨의 농담에 오히려 정답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자기는 청소년이라는 단어 때문에 책 읽는 새로운 방법을 소환한 느낌이라며 지금까지 독하다 토요일에서 다룬 책 중 가장 흥미로운 독서였다는 말도 했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힘, 권력, 집단과 그에 비해 도드라지는 개인의 나약함 등을 생각하면 마음이 굉장히 아프고 씁쓸했고 마지막 희규의 아버지를 암시하는 썬글라스의 사내 대목에서는 이 소설이 격동의 시대를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지금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ㅇ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런 저런 사건과 현상들에 대해 얘기하다가 '윤창호법'에 대한 얘기까지 주제가 뻗어나가기도 했습니다. 

죽기 전에 진실과 정의에 대한 믿음을 지켜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거대한 사건에 그냥 엮여버리는 것을 보면서 하이어라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슬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고등학교 때 이 작품을 읽었다면 과연 이런 걸 다 이해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던지자 고등학교 선생님인 임기홍 씨는 그 나이엔 어떤 문제든 이해하는 애들과 못하는 애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고 김하늬 씨가 아마 [어린 왕자]처럼 연령대별로 다 다른 느낌일 것이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윤혜자 씨는 사람들이 명화라고 하는 그림들을 책이나 다른 매체로 보았을 때 그게 뭐가 좋은데? 라고 생각했다가 막상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진품과 마주쳤을 때 느꼈던 경이로움을 이 소설 읽으면서도 비슷하게 느꼈다는 다소 의외의 고백을 했습니다. 이승우가 좋은 소설가라고 불리는 이유를 이번 책에서 깊게 느꼈다는 것이죠. 

책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희규가 불쌍하다고 아우성을 쳤는데, 그 와중에 서동현 씨는 주문한 책을 어제 택배로 받는 바람에 결국 책을 읽지 못하고 왔다며 아쉬워 했습니다. 그는 독하다 토요일에서 읽은 책 중 제일 재미 있었던 건 [뜨거운 피]였다고 했습니다. 그 책에 '진실은 구리로 된 훈장'이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는데 그건 어떤 가치든 무의미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며 그래서 사람들은 안전해지고 싶은 욕구 때문에 교회를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분리불안'은 종교 뿐 아니라 유행하는 롱패딩, 유명한 맛집, 유행어, 실시간 검색어 등등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존재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사는 것 자체가 점점 더 피곤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성희 씨는 책의 서문이 매우 좋았다고 했습니다. 작가가 인용한 에리히 프롬의 글도 인상 깊었구요.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모두 지배당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음을 깨닫게 되어 슬프고 그런 인물의 대표격으로 등장하는 희규가 애처로우면서도 또 한긋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설에 등장하는 개에 의한 죽음이라는 장치- 명회가 이상해지자 죄책감을 느낀 희규도 그를 모방해 똑같은 방법으로 몸을 던지는 - 가 '길들여진다'는 것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젊은 나이에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이런 기이한 우정의 구조를 혜진이가 공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감도 밝혔습니다. 

임재섭 씨는 단체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다룬 이 소설을 읽으면서 군대 시절을 많이 떠올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내가 군대니까 이렇게 구는 거지 밖에서 만났으면 나도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식으로 말하는 것인데 결국 그런 말이나 표현들이 집단의 억업된 구조가 만들어내는 부조리가 아닌가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재섭 씨가 군대 얘기를 하니까 갑자기 불행했던 우리의 현대사가 필름처럼 휘리릭 지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혜진은 희규의 수첩을 들고 다녔을까, 하는 김하늬 씨의 질문부터 시작해 희규는 왜 찌질하게 혜진에게 '사랑합니까?'라고 두 번이나 물어봤는지에 대한 해답들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졌습니다. 남자는 안 변 하는 것 같다,  젊은 베르테르 때부터 그랬다, 라고 말하는 김하늬 씨. 그냥 내 옆에 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게 남자의 속성인 것 같다, 라고 말하는 임기홍 씨. 후진 소설 같았으면 둘이 여관에서 가서 잤을 텐데 안 그래서 다행이었다, 라고 말하는 윤혜자 씨. 임기홍 씨가 모든 남자의 실존은 '이 여자가 나를 좋아하나?'라는 주제에서 떠나지 못한다고 말해 다들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 밖에도 희규를 괴롭히던 40대 사장을 여성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한 토론도 있었고 주인공의 캐릭터 변화 때문에 청소년 문학으로 선정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삽화에 대한 소감들이었는데 모든 삽화에 등장 인물들의 표정이 없이 텅 비어 있는 게 책의 주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라 좋았다는 중평이었습니다. 깨달을 만하면 끝나는 마지막에 대해서는 좋았다, 아쉬웠다,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좀 긴 단편소설 같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올해의 책'으로 꼽을 만하다는 긍정적인 결론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관념적인 면이 많으면서도 작가가 잘 짜여진 블록처럼 소설적 장치들을 많이 마련해 놔서 읽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피]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만약 이 소설을 영화할 경우 주인공 희수 역으로 누가 가장 잘 어울리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영화배우 박신양, 이병헌, 박휘순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아이고, 다 부질없다, 라는 누군가의 일갈에 모임을 끝내고 이차 장소인  광화문 '안성또순이'집에 가서 먹고 마시고 놀다가 헤어졌습니다. 다음 모임인 2019년 1월 12일엔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을 읽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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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모 출판사(라고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북스피어'라고 밝히기로 한다) 대표 김홍민 사장이 '제주도 책방순례 및 북콘서트 여행'이란 걸 한 번 기획해 보자, 라는 돈 안 되는 아이디어를 내고 '방랑강기 - 제주유랑단'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2박3일 여행단을 만들어 그 기획을 강행한 이야기는 전에 해드린 적이 있죠?  문제는 당시 갑작스럽게 한 달 휴가를 얻게 되었던 저도 제주도에 가서 그 모임에 참석했고 급기야 모임이 끝나는 날 밤 유랑단의 반장으로 뽑히기까지 했다는 사실입니다. 

매사에 빈틈 많고 계획성 없기로 유명한 제가 반장으로 뽑힌 이유는 그 모임이 이미 해체 상태나 마찬가지라(유랑이 끝났으므로) 앞으로 반장이 할 일이 거의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기껏 해야 서울에 올라가서 애프터 모임을 주선하는 것 정도인데, 막상 서울에 올라와 회사에 복귀한 저는 주중은 물론 주말 저녁에도 나가 일을 해야 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마포 김 사장'이라 불리는 김홍민 대표도 제주유랑단보다 무모하고 규모도 더 커진 '떼거리 유럽서점 유랑단'을 조성해 출국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애프터 모임 모의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전 출근길에 마포 김 사장에게서 카톡 문자가 카톡, 하고 왔습니다. 유럽에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회장님, 애프터 모임 하셔야지요." 

뽑힐 땐 반장이었는데 어느새 저는 회장으로 승격되어 있었고 문자 메시지는 깍뜻한 존댓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부하직원을 부리는 듯한 강압적인 분위기가 느껴져 저는 김 사장님의 명령이 떨어진 이상 애프터 모임을 하루라도 빨리 주선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만 같은 기이한 의무감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김 사장님에게서 카톡으로 모임 명단을 전해 받은 저는 그날 오후에 단체카톡방을 개설하고 모임 공지를 올렸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도 계시고 해서 아무래도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이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장소는 김홍민 대표의 '박은영 대표가 운영하는 아리디(R.ed)에서 하는 것도 방법인데 말입니다'라는 한 마디 멘트에 의해 그곳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12월 15일 금요일이 어떠냐고 했더니 아리디(R.ed) 박은영 대표가 그날은 고양이 페어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모임 장소의 주인이 다른 스케줄이 있다는데야 어찌 다른 방법이 없었죠. 귀여운 고양이들에게 의문의 일패를 당한 저희들은 그 다음주 금요일인 12월 21일로 날짜를 못박았습니다. 그날 해외출장인 분도 계시고 또 어린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못 오는 분도 계셨지만 크리스마스를 넘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강행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12월 21일. 제가 전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긴 언덕을 걷고 하여 부암동에 있는 아리디(R.ed)에 도착했을 때 박은영 대표와 함께 방송작가인 강의모 씨, 은행 다니는 IT전문가 조규호 씨, 출판사 대표인 장선희 씨 등이 미리 와 계시거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착한 상황이었습니다. 김홍민 대표는 가게 안에 들어왔다가 주차 문제가 있다고 하며 다시 나갔는데 알고 보니 경미하게 차 사고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곧이어 이정은 씨, 최진숙 씨 등도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가게 안에 놓여 있는 박은영 대표의 책과 그림들을 구경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빨강이 시킨 짓'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말해주듯이 가게 전체가 빨강을 비롯한 강렬한 컬러로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그동안 박은영 대표가 낸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동화책 <기차 ㄱㄴㄷ>는 기차를 테마로 ㄱ부터 ㅎ까지 유아들이 쉽게 한글과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른바 '학습 동화책'이었습니다. 제가 '기차 ㄱㄴㄷ' 같은 컨셉을 개발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엄치손가락을 추켜 세웠더니 박 대표는 자기는 그런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자신의 작업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준 것 같다며 좋아했습니다. 

제주도에서 만나 책방 순례를 함께 하다가 헤어진 사람들이 훗날 다시 서울에서 만나는 것은 각별한 느낌이었습니다. 박은영 대표는 카톡 메시지로 예고했듯이 '샹그리아+피자+치킨 스테이크+디저트+음료'로 구성된 특별 안주들을 내놓았고 와인도 세 병 내놨는데 한 병을 무료 쾌척하는 대인배다운 풍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치킨 스테이크 요리는 자신이 영국 유학하던 시절 주인집 70대 노부부가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며 밤새 사랑을 나눈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보양식이었다는 설명까지 곁들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공포을 선사했습니다. 신기하고 에로틱한 얘기이긴 한데 그렇다면 여기서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을 갖춘 사람이 과연 있단 말인가, 하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 거죠. 결국 전날 밤을 건전하게 보낸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며 피자와 치킨 스테이크를 나누어 먹어야 했습니다. 김홍민 대표의 일본여행 계획 얘기로 불똥이 잠깐 튀었다가 다시 조규호 씨도 올해 세 번째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해서 모두 축하의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저와 이틀간 룸메이트를 했던 의사 하민석 선생은 요즘 전국의 중고등학교들 돌아다니며 역사 강의를 한다고 해서 화제에 올랐습니다. 응급실 의사이면서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역사 강의를 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기 때문이겠죠. 저는 예전엔 의사나 화가들도 지식인이라는 소리를 듣던 시대가 있는데 하민석 씨가 그런 영광을 되살려 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하정우를 닮은 외모와 목소리로도 제주도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제가 '이 분은 사주도 잘 보는데...' 라고 새로운 정보를 누설했더니 모두들 눈이 반짝반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의 아내인 윤혜자 씨에게서 전화가 왔고 그 통화는 강의모 씨와 장선희 씨에게 넘어갔고 곧 아내가 이곳으로 오겠다고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두 분과 아내는 이미 친분이 있는 관계였던 것이었습니다. 하민석 씨의 이야기가 계속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의사이다보니 건강에 대한 의논이 많았고 특히 암에 대한 질문과 설명이 많았습니다. 하민석 씨에 의하면 무슨 암이든 사람은 결국 폐렴으로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호흡기가 쉽게 감염에 노출되어 그렇다나. 그러자 누군가 수잔 손탁도 그런 식으로 숨졌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면역력이 그렇게 중요하구나, 하고 깨닫는 기회였습니다. 

사주 얘기도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제가 제주도 호텔방에서 맥주 한 잔 더 하면서 사주라는 게 미신처럼 느껴진다고 했을 때 하민석 씨는 '저는 환자 차트 읽듯 사주를 읽습니다. 너무 정확하니까요'.라는 말을 남겼다고 했을 때 이미 사람들은 그에게로 다가가서  자신의 생년월일과 시를 앞다투어 건네고 있었습니다. 하민석 씨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아들을 둔 강의모 씨가 먼저 인생상담을 했고 뒤늦게 다른 파티 두 군데를 박차고 왔다는 김지현 씨도 자신의 미래 계획과 함께 '도대체 나의 남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들이 의사가 봐주는 사주 관상에 흠뻑 취해있을 무렵 난데 없이 윤혜자 씨가 음식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음식활동가 고은정 선생의 새 책 [밥을 짓다, 사람을 만나다] 출판기념회에 갔다가 남은 음식을 싸왔다는데, 그게 대한민국 최고의 밥상을 만드는 분의 책 출판기념회이다 보니 그 메뉴도 범상치가 않아서 고등어 초밥과 바게트 위에 어란을 얹은 타파스 등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습니다. 사람들은 훌륭한 안주가 도착했다며 와인과 함께 그 음식을 먹었고 난생 처음 회계를 맡아 현금과 카카오뱅크 등으로 회비를 걷던 저는 돈계산을 못해 쩔쩔 매고 있었습니다. 아리디에서 내놓은 기본 메뉴가 이만오천 원이었고 와인값까지 생각해 사만 원씩 걷었는데 생각보다 술값이 저렴하게 나와 팔만 원 정도가 남은 것이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다시 나눠 주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김홍민 대표가 "박은영 씨 새 책을 사서 보내주면 되겠네"라고 말해 단박에 해결이 되었습니다. 박은영 대표의 에세이 [밤과 여름 사이의 맛]이 온라인에 먼저 깔린다고 하니 그 책을 제가 사서 세종시에서 올라온 최진숙 씨 등 멀리 계신 분들부터 나눠드리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책값이 15,000원이니 8만원으로 사면 5권 정도인데 인원은 총 아홉 명이니까...아, 저는 참 총무 자질이 부족한 인간입니다. 

어쨌든 즐거운 모임이었습니다. 어쩌면 술에 취해 비틀거릴 수도 있는 금요일 밤이었지만 아리디 안에서는 오로지 와인만 마시는 바람에 모두들 멀쩡한 얼굴로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부른 '타다'가 도착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다른 분들도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아마 내년에 또 제주유랑단이 결성되면 여기 모인 분들 중에 다시 참석할 분들이 여럿 계시겠죠? 저도 형편이 허락한다면 다시 가고 싶은데 올해 같은 행운이 다시 따라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세월도 험하고 우리들 사는 게 워낙 버라이어티 해서 말이죠.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서로 행복하기로 해요 우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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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잠깐 문상을 갔었다. 예전 MBC 합창단원이기도 했고 가수 소찬휘의 매니저이기도 했던 뚜라미 일 년 후배 윤선이가 모친상을 당한 것이었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낮에 잠깐 들른 것이었는데 문상객 중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학교 다닐 때 장마담이라 불렸던 미숙이가 와 있었고 미숙이와 윤선이의 불문과 동기인 은주 씨도 있었다. 그 분도 나처럼 카피라이터 출신이라고 했다. 지금 자기는 일을 그만둔 상태지만 남편은 아직도 작은 광고대행사 대표를 맡고 있다고 했다. 은주 씨는 우연히 누가 가르쳐줘서 나의 홈피인 '편성준의 생각노트'를 자주 들여다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 '독하다 토요일'에 자기도 참석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 모임은 6개월에 한 번씩 회원을 모집하니까 지금은 들어올 수 없고, 또 책을 읽고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것보다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두 시간 정도 책을 읽고 잠깐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척하다가 얼른 술집으로 달려가는 게 목적이라고 했더니 그 점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내 블로그 얘기를 듣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거긴 글을 자주 올리지 않는 곳인데, 하며 약간 반성하는 마음을 가졌다. 장 마담이라 불릴 정도로 인물도 좋고 성격도 호방하던 미숙이는 현재 경마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며 명함을 건냈다. 또 다른 독문과 친구도 한 분 있었는데 이름을 잊었다. 

아무튼 대낮부터 술을 마시기도 그렇고 해서 생선전이나 동그랑땡 같은 안주에 물을 마시며 수다를 떨며 놀다가 '이렇게 미녀 세 분을 모시고 얘기를 나누니 정신이 다 혼미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살 미 자야, 쌀 미!" 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 넉넉한 대거리에 또 기분이 좋아졌다. 한 시간 남짓 얘기를 나누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먼저 일어서야겠다는 인사를 하고 장례식장을 나섰다. 

학교 정문쪽으로 걸어나가다가 무심코 파카 바깥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반으로 접은 편지봉투가 잡혔다. 내 이름을 쓴 부의금 봉투였다. 방명록에 이름을 쓰면서 잠깐 주머니에 넣었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나온 것이었다. 황급히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가서 부의금함에 봉투를 집어넣고 조용히 빠져나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장례식장에 올 때마다 벌이는 실수들만 차곡차곡 모아도 작은 책이 하나 나올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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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짧은 글 짧은 여운 2018. 12. 21. 16:51

첫 단추 잘못 끼워도 괜찮아요.
어차피 하루에 한 번은 옷 벗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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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때 바보였다. 아니라고? 흥분하지 말자. 중요한 건 우리가 한때 바보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어야 한다는 반성이요 깨달음이다. 슬기로운 사람들은 지금도 자신이 바보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면서 몸을 낮추고 산다. 그런 사람들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다수가 타고 있는 수레의 즐거움 때문에 소수의 괴로움이 수레바퀴에 깔리지는 않았는지 살핀다. 지난 봄에도 혹시 자신의 발에 벌레가 밟히진 않을까 짚신으로 갈아 신은 그 바보 스님이나 신부님들처럼. 진짜 바보들만 금목걸이를 목에 건 채 자신은 절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돈이 많은데, 이렇게 좋은 회사에 다니는데, 이렇게 일을 많이 하는데. 그래서 세상엔 돈 많은 바보들이, 많이 배운 바보들이, 인기 높은 바보들이 더 행세를 한다.

며칠 남지 않은 2018년을 보내며 너는, 나는 어느 정도의 바보였는지 생각해 보자. 아, 흥분하지 말자. 어차피 우리 모두 바보인 건 맞지만 바보에도 등급이 있으니까. 혹시 내가 지난 일 년 간 싸가지 없는 바보는 아니었는지, 비겁한 바보는 아니었는지, 파렴치한 바보는 아니었는지  잠깐 돌아보자는 것 뿐이니까. 어떤가? 나는 바보, 라고 말하고 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나. 어차피 바보였는데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내년엔 조금 더 나아지겠지, 라는 기대를 가져보자. 그리고 주변의 바보들을 모아 함께 '바보 연대'를 결성하자. 내년에는 주위의 바보 친구들과 함께 착한 바보, 떳떳한 바보로 거듭나서 자기만 아는 병신 같은 바보들을, 쫌팽이 같은 바보들을 무찌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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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한낮, 전철 안에서 어제 산 김민정 시인의 시집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읽으며 웃었다. 

첫 페이지 '시인의 말'부터 펴서 읽는데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서른 네 해째 나라는 콩깍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부모님아, 사랑도 다정도 병이라니깐요.'라는 메모에서 앞으로 펼쳐직 유쾌당혹발랄한 시어들이 벌써부터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집으로 본격 돌입하기 전에 제목들이  나열되어 있는 차례를 열어보니 첫 시 제목이 김정미도 아닌데 '시방' 이건 너무 하잖아요,다. 오규원 시인의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라는 시 제목이 광고 카피를 패러디한 것이라 화제가 되었다면 김민정의 시 제목들은 가요, 영화, 욕설, 섹스, 찌질함 등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또는 은밀하게 마주치는 그 모든 현상들이 소재요 주제로 종횡무진이다. '젖이라는 이름의 좆'은 워낙 유명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뛰는 여자 위에 나는 詩'라든가 '陰毛라는 이름의 陰謨'나 '페니스라는 이름의 페이스', '선우일란, 빵의 비밀' 등등 너무 알록달록해서 마치 어렸을 때 동네 사탕가게에 처음 들어온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김민정의 시가 이런저런 자극적이고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웃기기만 하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원래 시인이란 인생을 얘기해야 하는데 시냇물을 얘기한다든지 사랑을 얘기하는데 달이나 애기똥풀을 거론한다든지 하는 엉뚱하게 에둘러 말하기의 명수들 아닌가. 김민정도 그렇다. 웃으며 얘기하는 것 같지만 그 유머와 위악 속엔 날카로운 면도칼이나 사금파리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래서 '고비하는 이름의 고비'라는 시를 읽으며 언어유희가 재밌네 하고 마냥 웃을 수만 없고  '정현종 탁구교실'이라는 시를 읽으면서도 시인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너저분한 이름들 앞에서 느닷없이 삶의 비애를 느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인생을 너무 무겁게 대하면 살기 힘들어지는 것처럼 시도 너무 고귀하고 심각하게 대하면 쓰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내 이야기를, 내 주변 사람들의 취미와 버릇과 역사를 가지고 무심하게 만들어 던지는 시는 쉽게 읽힌다. 여기서 쉽게 읽힌다,에 방점을 찍기 바란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쓰여지지는 않으니까. 자고로 쉽게 읽히는 글일수록 쓰기 어렵고 짧은 글일수록 쓰는 데 더 오래 걸린다. 김민정의 시가 그 적절한 예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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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873589.html


'개판 오 분 전'이라는 말 아시죠? 그런데 어원이 개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것도 아시나요? 개판(開鈑), 즉 판을 연다는 뜻인데, 한국전쟁 당시 무료급식소에서 피난민에게 끓여주던 꿀꿀이죽 때문에 생긴 표현입니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식재료로 끓여낸 죽을 퍼주기 전에 "개판 오 분 전이오~!"라고 외치면 배고픈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어 줄을 섰다는 것이지요. 1950년대에 '깡패'라는 말도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영어 'GANG'과 우리 말 '패거리'가 합쳐져 깡패가 된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모두 EBS의 다큐 드라마 [명동백작]에서 배웠습니다. 탤런트 정보석이 해설자로 나오던 특집 프로그램이었는데 연출자가 다름아닌 고석만이었습니다. 정치드라마 '제1공화국' 시리즈나 경제드라마 '공주갑부 김갑순' 같은 걸 만들던 그 왕년의 PD. 그리고 극본이 정하연이었죠. 젊었을 땐 무라카미 류나 쓸 법한 소설 '흔들릴 때마다 한 잔'으로 유명했지만 표절 시비에 휘말린 뒤 낙향했다가 나중에 사극 드라마의 거물로 우뚝 선 작가였습니다. 

최불암 어머니가 운영하던 명동의 술집 '은성'에서 다른 예술가들과 술을 마시던 박인환이 즉석에서 쓴 시 '세월이 가면'을 전혜린인가 황금심인가가 노래로 부르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생계를 위해 양계장 일을 하며 괴로워하던 시인 김수영이나 힘이 빠져 돌아다니던 화가 이중섭도 생각 나고요. 이중섭은 박호산이 출연했던 뮤지컬 [명동 로망스]가 더 강렬했습니다만. 아무튼 오늘 신문에서 [명동백작]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발견하고 반가워서 주절주절 몇 마디 써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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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 : 밥 먹고 산책 가자.
성준 : 어디로?

혜자 : 정릉!
성준 : 좋아.

산책을 하자고 하면 늘 귀찮다고 거절하던 아내가 웬일로 먼저 산책을 제안했다. 의외이긴 했지만 좋았다. 요즘 연일 계속된 음주와 만찬에 이어 어제 '토요식충단'에서 너무 먹어서 그런지 오늘 아침부터는 식사량을 좀 줄이기로 한 아내와 함께 삶은 계란과 빵, 야채 , 과일 등으로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고 정릉을 향해 길을 나섰다. 정릉은 몇 주 전 이사 온지 2년만에 커피숍에서 만난 영화감독 한지승(중학교 동창이다)과 그의 동생 희정이가 추천해서 처음 갔었는데 굉장히 조용하고 넓어서 좋았다. 오늘도 역시 그곳은 고요하고 한산했다. 아내와 산책로를 천천히 거닐며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 받았다. 각자 자라면서 있었던 부모 형제들과의 슬프고 즐겁고 애틋했던 일화들을 얘기했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상의를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결론은 한 마디로 '천천히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흥천사쪽으로 향하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전에 가보지 못한 낯선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어느집 대문 앞에 멀쩡한 반닫이와 자개장이 떡하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게 왜 여기 서 있는 걸까?" 라고 아내가 묻는 사이 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냅다 대문 안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계세요...?" 아무 소리가 없길래 초인종도 눌렀다. 곧 인터폰으로 "누구세요? 무슨 일이신데요?"라고 묻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나가다가 대문 앞에 있는 가구들을 보고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인터폰을 눌렀다고 했더니 덜컹, 하고 대문이 열렸다.

50대 말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니오셨는데 인상이 매우 곱고 점잖았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마주친 자개장과 반닫이가 너무나 멀쩡해서 '왜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고 했더니 사정이 생겨 집에 둘 수 없게 되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방을 하나 비워줄 일이 생겼는데 눈물을 머금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쓰신던 가구를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이걸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괜찮다고 하셨다. 다만 비가 온다는 소리가 있어서 내일쯤엔 구청에서 가져갈지도 모르니 원한다면 오늘 가져가야 할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우리가 먼저 탐을 낸 것은 반닫이였다. 아내나 나나 원래부터 작은 고가구를 좋아하는 데다가, 크기도 작아서 우리집 거실 어딘가에 딱 맞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자개장도 상태가 너무 좋았다. 자개가 상한 곳이 하나도 없었고 장문을 열어보니 안쪽에 옻칠이 조금 일어난 것 말고는 멀쩡했다. 가구를 아주 조심스럽게 쓰는 분이었던 것 같았다. 그냥 일반 집에 놓으면 그저 그럴지 몰라도 예술가의 작업실이나 청담동 고급 까페 같은 데 갖다 놓으면 당장 빛을 발할 물건이었다.

나는 지난 주 목요일 이사를 간 '옆집총각' 동현에게 카톡을 하고 전화를 걸었다. 미안하지만 지금 이곳으로 차를 가져와서 반닫이를 우리집까지 옮겨줄 수 없겠냐고. 자다가 일어나 전화를 받은 동현이 15분만에 정릉 앞으로 달려왔다. 그 사이 아내는 '행동(行洞) 단톡방(패션 디자이너 김행자 여사가 회장이라 이름이 행동이다)'에 이 집 주소와 사진, 그리고 간단한 사연을 올렸다. 길에서 마주친 물건이 너무 아까우니 누구라도 가져가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자기를 빚는 배주현 작가에게서 금방 콜이 왔다. 자개장을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일요일이라 비용을 더 비싸게 부르는 용달차를 불렀다고 했다.

다시 초인종을 눌러 주인 아주머니에게 가게에서 산 커피를 한 병 드리며 반닫이는 우리 부부가 가져가고 자개장은 가져갈 사람이 정해졌다고 했더니 안 그래도 자기 남동생이 이얘길 듣고 반닫이가 너무 아깝다고 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자기도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아주머니와 아내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우리는 동현의 차에 반닫이를 싣고 집으로 왔다. 반닫이를 차에 실으면서 가구를 밀던 내가 손가락에 나무가시가 박히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아내는 혀를 끌끌 찼다. 일 못하는 사람은 뭘 해도 성과 없이 쉽게 다치기나 한다는 것이었다. 면목이 없었다. 동현이 땀을 흘리며 반닫이를 들여놓는 동안 나와 아내는 내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뺄 쪽집개를 찾느라 집안에서 부산했다.

반닫이도 들여놓고 가시도 뽑았다. 반닫이는 맞춤이라도 한 듯이 TV 옆 책꽂이 앞에 딱 들어맞았다. 우리, 참 웃기는 사람들이야. 그치? 아내가 말했다. 산책을 하다 말고 가구를 들고 오질 않나, 다른 사람에게 용달을 불러 자개장을 실어가라고 하질 않나. 마침 배주현 작가가 보낸 카톡 사진을 보니 작업실에 들어선 자개장이 마치 예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거실에 들어선 반닫이엔 고양이 순자가 자기집처럼 들어가 놀고 있길래 쫓아냈다. 그녀도 반닫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나섰던 산책길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었다. 이런 게 생활 속 작은 행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는 행운아 이닌가. '행운아'가 남성이라면 아내는 '행운녀'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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