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광장시장 빈대떡집 '박가네' 앞에서 촬영하는 사진을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적이 있었죠. 그 때 찍은 광고입니다. 사실은 저희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국민통합 캠페인' 경쟁PT에 참가했습니다. 다행히 우리 회사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문재인 정부가 공식적으로 처음 집행하는 광고를 찍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구요.

'누군가 내게 어떤 나라에 살고 싶냐 물으면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라고 대답하겠습니다'라는 카피는 저희들의 바람이기도 해서 정말 진심을 다해 찍고 카피를 가다듬었습니다. 

기존의 정부광고보다는 일반 기업PR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맨 처음 아이디어에 비하면 많이 두리뭉실해진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버전을 더 좋아하는데, 결국 위에 소개한 버전으로 온에어가 되었습니다. 
여기는 제 블로그니까, 제가 좋아하는 버전도 한 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B안 카피] 

누군가 내게
어떤 나라에 살고 싶냐고 물으면

돈이 많은 나라보다
땅이 넓은 나라보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보다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한 만큼
보람을 느끼고

원칙과 공정함이 지켜져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나라


여기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입니다







Posted by 망망디
,


https://www.youtube.com/watch?v=Ov1GOB87zJA



태국은 광고 선진국입니다. 특히 유머나 과장광고에 탁월하죠. 태국 사람들이 원래 코미디나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태국 광고는 시치미 뚝 따고 들어가는 황당한 설정이 많습니다. 이번에 건강보조식품 PT를 준비하며 찾아봤던 'SURE'라는 다이어트 보조식품의 광고도 그렇습니다.

날씬한 여자가 몸매를 뽐내면서 '나는 걱정 없다.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고 물었더니 대답 대신 알약 하나를 입에 넣습니다. 점프컷 되면 아까 여자가 삼켰던 태블릿이 지방도로 위에 떨어지고 박혁거세 탄생 설화처럼 그 안에서 교통경찰이 나옵니다. 그는 곧장 일어나 다가오는 화물차를 세웁니다. 운전면허증을 보자 하고 트렁크에 뭘 실었냐고도 묻습니다. 열어보니 지방 덩어리들입니다. 경찰은 어디서 온 거냐고 묻고 어디로 가냐고도 묻습니다. 운전자는 입에서 왔고 장까지 간다고 대답합니다. 둘이 얘기할 때 '입'과 '장'이라 쓰여있는 교통 표지판도 잠깐씩 비춰집니다.

운전자는 미쳤냐고 묻습니다. 내가 여기를 이십 년을 왔다갔다 했는데. 그러나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 소지죄로 체포한다'라고까지 한 술 더 뜹니다. 곧 이어 오토바이에 기름을 싣고 허벅지로 가던 운전자도 제지를 당합니다. 그들은 내내 웃기는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도 전혀 웃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농담섞인 항의를 이어가던 두 운전자는 마지막에 "이거 광고죠?"라는 포스트모던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4분 가까이 되는 광고지만 너무 재미 있어서 끝까지 다 보고 금방 다시 돌려보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눈만 뜨면 스토리텔링을 부르짖지만 한 번 작심하고 뻥을 치려면 이 정도는 느긋하게 쳐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PT 준비로 바쁜 아침이지만 부러운 마음에 잠깐 다시 틀어본 태국광고였습니다.


Posted by 망망디
,


https://www.youtube.com/watch?v=svHlkaDlPlg

http://v.media.daum.net/v/20170726105035519


지난 6월 중순에 제가 '헐크 아저씨'라고 촬영현장에서 와이셔츠가 찢어진 채 앉아있던 버스 기사 아저씨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요, 사실은 그 때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프로모션을 위한 바이럴을 촬영하던 날이었습니다. 세계 마술대회에서 1위를 했던  마술사 유호진이 스노우보드를 신은 채 버스 옆에 매달려 가는 장면이었는데, 그때 버스를 운전하던 아저씨 의상이 작아서 옷이 찢어진 것이었거든요. 다행히 촬영이 무사히 끝났고 바이럴 네 편도 잘 만들어져 어제부터 유투브 등에 릴리즈가 됐는데 벌써 100만 뷰를 육박한 모양입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바이럴인 것 같습니다. 유호진은 젊은 사람인데 얼굴도 잘 생기고 매너도 정말 좋더군요.

(*주관부서인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비밀 유지를 부탁해서 아직 말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https://youtu.be/boX-nASh1xY

Posted by 망망디
,

제가 어렸을 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이광조의 명곡이 발표되었죠(그 앨범에 있는 노래들은 하나같이 명곡입니다. 저는 '추억 속의 비'를 특히 좋아했습니다만, 각설하고). 오늘은 그 노래 제목과 꼭 닮은 자동차 광고를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독일 폭스바겐 광고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370MpxHzUQ









남자의 집인가 봅니다. 청순한 금발머리 여자가 남자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냅니다. 달콤한 음악이 흐르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 위로 이런 자막이 흐릅니다. 

자막) 그녀는 예쁩니다
          그녀는 재미 있습니다 
          그녀는 똑똑합니다
 
그때, 땡,땡.땡~ 하고 자동차 거리 측정 효과음이 들려옵니다. 사과를 꺼내 입에 무는 그녀. 

SE) 땡땡땡~

자막) 그녀는...제 형의 여자친구입니다 



자막) Automatic Distance Control 

       Volkswagen


알고보니 그녀와 더 이상 가까워지면 큰일나는 운명이었던 거죠. 가슴이 아픕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첨단 장치를 광고한다면서 가까이 하면 안 될 존재에 대해 이보다 더  안타깝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얄미운 광고입니다. 


Posted by 망망디
,



우연히 유투브에서 역대 공익광고 뽑아 놓은 걸 봤는데요, 맨 처음 나온 '기쁨도 고통도 우리의 몫입니다'라는 IMF 극복 광고와 맨 마지막에 이세돌이 나와 '지금 우리는 지나친 경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라 말하는 경쟁위주사회문화 광고가 제가 만든 것이더군요. 내가 이렇게 공익적인 인간이었나,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잠깐 해보는 월요일입니다. 하하. 



https://www.youtube.com/watch?v=ghKhZZ3CMNs 



Posted by 망망디
,


필기구를 바꾼다
모니터를 껐다 켠다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으로 간다 
초콜릿을 먹는다 
인터넷 서핑을 한다 
화를 낸다 

아이디어는 안 나오고
시간은 없을 때

광고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별 이상한 짓거리들을 한다 
사실은 다 소용 없는데  

아이디어는 조용필이다 
맨 마지막에 나오니까  

(그나마 나오면 다행. 안 나오는 날이 더 많다) 




Posted by 망망디
,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씩은 들어봤음직한 '밥벌이'에 대한 멘션이다. 그런데 우리 회사에는 놀랍게도 밥을 잘 안 먹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돈을 아끼느라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원래 식욕이 없어서인 경우도 좀 있고 다이어트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내가 근무하는 3층 기획실의 인원 대부분은 점심을 안 먹거나 일반인과 매우 다른 형태로 음식을 섭취한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한두 사람 밥을 안 먹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떼를 지어 안 먹는 회사는 처음 아닌가 싶다. 

하루 종일 굶고 가끔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이나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들어오는 용 모 실장 같은 경우 왜 그렇게 밥을 안 먹냐고 한 번 물어봤더니 "뭐, 귀찮은데 하루 세 끼를 꼭 다 챙겨 먹어야 하나요?"라고 태연하게 반문한다. 김 모 실장님 같은 경우는 집에서 가져온 찐 고구마나 바나나 등을 끼니로 삼는다. 고 모 실장님은 크게 앓은 뒤 건강관리를 위해 소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웃기는 건 그러다가 아주 가끔 다 늦은 저녁에 컵라면이나 짜장면 같은 걸 폭식하고는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나와 한 팀에서 일하는 카피라이터 승찬 같은 경우는 할 일이 있으면 신경이 곤두서서 밥숟가락을 입에 대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무슨 프로젝트가 하나 있으면 거의 점심 저녁을 건너뛰고  미친듯이 일만 한다. 그런다고 아주 굶는 건 아니다. 일이 끝나고 밤 늦게 집에 가서 혼자 폭식을 한다고 고백한다. 어머니는 '뭐 하느라 밥도 못 먹고 들어와 이렇게 많이 처먹냐'고 옆에서 한숨을 내쉬시고. 이 놈은 어쩌다가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면(거의 없는 일이지만) 언제 굶었냐는 듯이 짜장면 곱배기에 공기밥을 추가해서 순식같에 해치우는 괴물이다. 

몇 달 전 새로 들어온 카피라이터 수연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아예 끼니 때마다 굶는다. 그래서 그런지 몸도 깡말랐다. 한 번은 궁금해서 "그렇게 안 먹고 어떻게 버티냐?" 물었더니 집에 들어가서 뒤늦게 밥솥 끌어안고 먹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그러나 평소 습관이나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아무래도 거짓말인 거 같다. 

이래저래 우리 회사에서 끼니 때마다 밥을 챙겨먹는 사람은 '혹시 나는 식충이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을 느끼도록 되어 있는 아주 나쁜 환경이다. 그동안 점심시간에 정상적으로 식욕을 불태우는 인간은 나와 민섭 팀장 둘뿐이었는데, 다음 주부터 민섭이 다른 회사로 가게 되었다. 대단히 섭섭하고 괴로운 일이다. 이제 나는 누구랑 밥을 먹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오늘 민섭이 환송회라고 롤링페이퍼를 만든단다. 나는 롤링페이퍼에 우리 회사의 '단식 풍조'에 대한 비판의 글을 썼다. 실명을 거론했지만 풀네임도 아닌데 설마 이걸로 필화를 겪지야 않겠지. 에이, 설마. 




용 실장은 안 먹어 
건익 실장님도 안 드셔 
고 실장님도 안 드셔 
문 실장은 늦게 와 
재남 실장은 외출 중 
승찬이는 잘 안 먹어 
수연이는 더 안 먹어 
선아는 다이어트 
은솔이는 아직 안 친해 
유빈이는 너무 과묵해 

3층에서 점심시간에 
식욕에 불타는 건 
현민섭과 나
둘 뿐이었는데 
이제 너마저...

 함께 밥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부른다지?
잘 가라, 식구!
그리고 또 보자 
한 번 식구는 영원한 식구니까 

- 4년된 식구, 편성준 씀 

  



Posted by 망망디
,

https://www.youtube.com/watch?v=FZFvg9htS2Q


일본 니신(Nissin)의 Cup Noodle은 광고를 잘 만든다. 이미 깐느광고제에서도 그랑프리를 여러 번 탔다. 고작 컵라면 광고인데 뭘 그렇게 잘 만들까. 어떻게 만들었길래 상을 탈까. 


코미디 요소 가득한 좌충우돌 에피소드들 속에 "hungry?'라는 카피 한 줄만 등장하는 '헝그리 시리즈'는 원시시대를 다루고 있다. 말도 안 된다. 원시시대에 컵라면이 있다니. 그러나 또 다 말이 된다.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어제 다시 본 ‘Survive’편도 마찬가지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세계화 물결에 휩쓸려 모두들 영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사내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고 하질 않나, 외국인 상사가 부임을 하질 않나 직장 생활도 고달퍼지기만 한다. 니신의 광고기획사는 이를 막부시대의 전투 상황으로 치환했다. 무기는 영어. 정말 우리가 들어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How are you”, “Fine, Thank you.And you?” 수준의 영어로 무슨 공격이 되겠는가. 외국인 상사의 “Pardon?” 한 마디에 전선은 무너진다. 여기서 '배고프면 싸울 수 없으니 먹고 하자'며 컵라면을 슬쩍 끼워넣는다. 

J, Walter Tompson은 “상품의 진실과 인생의 진실을 잘 합치하는 데서 광고의 힘이 발휘된다”라고 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스트레스, 두려움이 컵라면과 만나는 이 뛰어난 장면들을 보라. 오래 전에 본 광고이긴 하지만 어제 아침 나는 약간 울컥했다. 특히 마지막 0.5초쯤 다리를 벌리고 소리를 지르며 적진으로 뛰어드는 병사의 모습에서. 그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애처로움 아닌가.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에. 






Posted by 망망디
,

회사가 이사를 하게 되면서 개인 짐을 싸다가 예전에 쓰던 몰스킨 수첩을 찾았다. 내 이름이 인쇄된 수첩을 가지고 있었다니. 불과 몇 년 전 일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수첩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찾은 글귀나 명언, 자료 등이 여기저기 깨알 같이 손글씨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나도 그때는 뭔가 되게 열심이었구나. 내 수첩을 보고 반성을 하게 되다니. 수첩을 버릴 수가 없었다. 이 몰스킨은 당분간 나의 '알리바이'를 위해 보관하자 마음 먹었다. 


그리고 새 노트를 하나 사야겠다,라고 마음먹었더니 여기저기서 한 번도 안 쓴 새 노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쓴웃음이 나왔다. 중요한 건 노트가 아니라 마음이었던 거다.  





 

Posted by 망망디
,


우리나라 말 중에 '간이 부었냐'는 표현이 있죠. 겁을 상실했냐는 놀림성 질문입니다. 


여기 그런 표현과 딱 맞는 광고가 있습니다. 콘돔 광고입니다. 원자력 사고 현장에서 보호 장구 없이 일을 한다거나 시가전에서 혼자 빨개벗고 있다거나, 유조선 화재사고에서 방화복 없이 일을 하는 것이나 모두 정신 나간 짓이겠죠. 콘돔 없이 섹스 하는 게 이런 것과 똑같은 행위라는 얘기를 직설화법으로 풀어놨습니다. 그리고 패키지엔 '너 자신을 보호하라(D'ONT BE STUPID : Protect yourself)는 경고가 크게 쓰여 있구요. 외국의 콘돔 광고들은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Posted by 망망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