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vcf.co.kr/YCf/V.asp?Code=A000311812


누구나 일탈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정해진 길은 재미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우림이라는 밴드는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하고 노래했었죠. 그런데 그런 현대인의 욕구를 잘 건드린 캠페인이 나왔습니다. On-air 된지 며칠 안 된 유니클로 '감탄바지'바이럴입니다. 사실 본편 CM까지 그리 재미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좀 더 길고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바이럴에서는 드라마틱한 설정과 과장, 유머를 마음껏 살렸습니다. 남궁민이라는 모델도 흡입력이 있고 '감탄바지'라는 네이밍조차도 캠페인을 도와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보셨나요? 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 아니냐고 애기하실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 붙이고 유머의 디테일을 이토록 살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바이럴이 범람하는 요즘 같은 시대라면.  요즘은 클라이언트들마다 바이럴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다 넣고 오너들의 개인 취향까지 반영한 이상한 바이럴을 만들게 하고는 그게 널리널리 퍼지길 바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실 바이럴은 말 그대로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퍼지는' 건데 말입니다.

오늘 이 바이럴을 보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외국 레퍼런스를 보고 잘 만들었다고 하는 것과 우리나라 동업자들이 만든 작품을 보고 좋다고 칭찬하는 건 정말 다른 일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도 당장 '재미있는' 바이럴 아이디어를 내라는 명령을 받고 끙끙대고 있는 빚쟁이 같은 입장이라서 괴롭습니다. 방법이 있나요.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점심 맛있게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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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이라는 아트디렉터가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광화문 집회 때마다 나가 전경버스 차벽에 영화 패러디 포스터를 붙이는 열혈 청년입니다.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도 광고일 해서 먹고사는 사람이라 그리 한가하지 않을 텐데 그 열정과 정성이 놀랍습니다. 이용택 실장은 작년에 제가 존경하는 카피라이터 정철 선배님과 세월호를 잊지말자는 공익광고를 몇 편 제작해서 페이스북에 공유를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제게도 세월호 카피를 쓸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왔습니다. 망설였습니다. 자칫 하찮은 잔재주나 공명심으로 비쳐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친한 사이도 아닌데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용택 실장의 용기와 진심을 믿고 몇 개의 카피를 썼습니다. 


'너희를 가라앉힌 건 우리가 아니지만 너희를 건져내지 못한 건 우리들이기에, 우리는 죄인이다’라는 카피를 제일 먼저 썼습니다. 써놓고 나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다이렉트하게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슬픈 빅뱅.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에서 304개의 우주가 사라졌다’ 라는 카피를 썼습니다. 세월호 아이들 하나하나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주들이었으니까요. 


푸르른 하늘과 힌 구름들 위에 떠 있는 노란 종이배 그림을 보며 천국을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세월호 안에 안에 갖혀있는 아홉 명을 생각하며 ‘그 누구도 하늘나라로 가지 못했어. 아직도 아홉 명은 바닷속에 있으니까. 함께 가야지’ 라는 카피를 썼습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라는 카피를 붙일까 말까 하다가 붙였습니다.

 

‘4월 16일’이라는 날짜를 가지고 카피를 써봐야지 생각한 뒤 '4월16일'이라는 헤드라인 밑에 ‘4월 16일 생일인 분들 미안합니다. 4월 16일 결혼기념일인 분들 미안합니다…해마다 4월 16일만은 옷깃을 여미고 조용히 눈물을 흘립시다’라는 바디카피를 썼습니다. 마지막 줄은 '4월16일이 소중한 날인 모든 분들 죄송합니다'로 고치고 싶었는데 업무에 쫓겨 그러지 못했습니다.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첫 출근일이 4월 14일인데 해마다 그때가 되면 세월호 생각만 하는 저의 처지를 떠올리면서 그런 분들이 많을 거란 생각에 써본 카피였습니다. 



이용택 실장이 보내온 의자 그림에 ‘다시는 가만히 있으라 하지 않으마. 다시는 어른들을 믿으라 하지 않으마. 다시는 대한민국으로 너희를 부르지 않으마’라는 카피를 썼습니다. 마지막 문장이 너무 과격한 것 같다는 이 실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시는 너희들을 그냥 보내지 않으마’라는 문장으로 고쳤습니다(지금 보니 오자가 나 있군요. 나중에 고치겠습니다). 



어두운 막에 손을 대고 절규하는 듯한 그림이 왔길래 ‘2014년 4월 16일 이후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세월호 안에 있습니다’라는 카피를 썼습니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세월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은 못하겠다’라는 카피는 제 업무수첩에 적혀 있던 글입니다. 언젠가 광고에 써먹으려고 메모해 놓은 글이었는데 이렇게 세월호 카피로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네이버사전을 찾아서 ‘미안하다는 말은 못 하겠다’의 ‘못’은 떼고 ‘그 누구도 하늘나라로 가지 못했어’의 ‘못’은 붙이는 것이라는 맞춤법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우리말은 참 어렵습니다. 


또 한숨이 나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걸까요. 우리는 평생 세월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입니다. 카피를 쓰면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괴로웠지만 한 조각이라도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에겐 저 말고도 더 훌륭한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감독님들이 많이 계시니 광고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작업은 계속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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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출근날, 우리회사는 시무식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과 손편지 전해주기였습니다. 사실은 출근 전날 저녁에나 이 행사를 하기로 한 게 겨우 기억나는 바람에 집에 있는 썬블럭으로 선물은 겨우 마련했지만 편지는 쓰지 못했죠. 누가 받을지 모르는 편지를 도대체 어떻게 쓰란 말야, 하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을 한 저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행운의 편지'를 인용하기로 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인터넷으로 '행운의 편지'를 검색하고는 펜을 꺼내 단숨에 쓰기 시작했죠.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서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 복사를 해도 좋습니다. 혹 미신이라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라는 편지를 받았다면 당신은 기분 더러운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편지는 그런 행운의 편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지금 2월31일이라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그래서 저와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나눈 사이라면 말입니다. 우리 '2월31일'은 올해도 더 발전하고 더 인간적인 회사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아침에 당신이 받은 이 편지는 행운의 편지가 분명합니다. 

2017년 1월1일 편성준 드림 



이 편지는 저와 같이 일하는 후배 카피라이터 이승찬 씨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편지를 받고 잠깐이라도 좋아했다면 다행입니다. 아니면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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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광고 얘기를 좀 해야겠네요. 바로 겐조가 새롭게 내놓은 향수 '겐조 월드' 캠페인입니다. 


〈존 말코비치 되기〉, 〈Her〉 등을 연출한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의 작품인데, 한 마디로 기존의 향수 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광고주의 생각이 웬만큼 열려 있지 않다면 시도하기도 힘든 작업입니다. 저도 페이스북으로 처음 보고 놀랐는데 인터넷을 조금 찾아보니 본 사람들마다 모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더군요. 


제가 잘 아는 감독님의 소개글에서 "예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만들고 크리스토퍼 월큰(Christopher Walken)이 출연한 Fatboy Slim의 Weapon of Choice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같은 감독이 연출. 그의 동생 Sam Spiegel이 작곡한 Mutant Brain을 OST로 사용했으며 동시에 곡의 뮤비이기도 하다"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밑의 URL을 누르시면 유투브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vGmNwbWRKs



파티장에서 멀쩡하게 연설을 듣고 있던 여주인공이 갑자기 울먹이며 밖으로 뛰쳐나가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고 기괴하게 몸을 비틀면서 춤을 추는 이 광고, 확실히 뭔가 이상하고 충격적입니다. 조각상을 핧질 않나 경호원을 때려눕히질 않나, 하는 짓마다 이브닝드레스를 차려 입은 예쁜 여주인공이 하긴엔 굉장히 '또라이'스럽습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성을 위한 향수'라는 ‘Kenzo World’의 컨셉을 스파이크 존즈 감독만의 시선으로 해석한 결과랍니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도 계시는데,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이런 광고야말로 분석하는 대신 그냥 느끼면 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감독도 감독이지만 연기를 한 여배우도 참 대단힌 것 같아요. 마가렛 퀄리(Margaret Qualley)라는 친구네요. 그리고 이 친구를 이 이상한 음악에 맞춰 미친 듯 춤추게 만든 사람은 가수 시아(Sia)의 〈샹들리에(Chandelier)〉 뮤직비디오의 안무를 연출한 라이언 헤핑턴(Ryan Heffington)이랍니다. 




겐조는 신제품을 내면서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을까요? 한 번 생각해 보죠. 나이키 제품을 입거나 신는 사람은 왠지 그냥 승부에만 집착하는 대신 스포츠맨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 어디에선가 그걸 구현하고 있는 인간처럼 보입니다. 코카콜라를 마시는 사람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을 누리는 것처럼 느껴지구요. 겐조도 자사의 제품을 쓰는 여성들에게 '난 굉장히 고급스러운 환경에서 살고 그걸 즐기면서도 원할 땐 언제든 그곳에서 과감히 벗어날 수 있는 능력과 기질을 가진 사람이야' 이라는 포지셔닝을 선물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만약 맞다면 이게 바로 우리가 자주 말하는 '브랜딩'이라는 것일 테고요. 


‘Kenzo World’ 공식 홈페이지(www.kenzoworld.com/en)에 가면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고 음악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화면 오른쪽 아래 그녀의 익살스런 표정들이 시시각각 바뀌는 디테일도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홈피에도 한 번 들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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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닷 초밀도 화질로 

보이지 않았던 움직임 

숨어있던 땀방울까지 - 


새로 나온 S사의 SUHD TV광고를 보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수천만 원을 주고 새 TV를 사서 저렇게 초밀도로 봐야할 일이 과연 존재하는 걸까.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것들도 믿지 못해 다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확인하려 들면서 말이다. 


특정 회사의 제품이나 광고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오히려 매우 잘 만든 광고다). 다만 매 순간 첨단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소비자의 삶이 어쩐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짧은 글을 남겨보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흑백TV를 보던 때 상상력이 더 풍부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기술의 발전이나 삶의 풍요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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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최초 대결이었으니까요. TV와 인터넷으로 대국을 지켜본 저희들은 마침 한국방송공사에서 공모하는 <경쟁위주 사회문화> 공익광고 모델로 이세돌 씨가 적역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그보다 더 큰 경쟁을 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고 시안을 공모전에 보내기 전에 이세돌 씨 측에게 연락해 공익광고의 취지를 설명하고 출연 허락을 구했습니다. 이세돌 씨는 지나친 경쟁위주의 사회문화를 진단하고 반성해 보자는 저희들의 생각을 단박에 이해하고 무료 출연까지 약속해 주었습니다.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고마운 일이었죠. 이세돌 씨의 약속에 힘입어서 그랬는지 저희들의 아이디어는 무사히 공익광고 본선을 통과해 당선작이 되었습니다.


막상 이세돌 씨가 공익광고 모델로 정해지고 나니까 저희회사는 물론 한국방송광고공사 담당자들도 다들 욕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더 좋은 광고를 만들자는 하얀 욕심이었죠. 그래서 다시 머리들을 모았습니다. 카피를 새로 쓰고 회의를 거듭 했습니다. 


마침 우리 회사 막내 카피라이터가 자신이 듣고싶은 이야기라며 쓴 '경쟁에서 이기라는 말보다는 넌 이미 잘 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카피가 좋아서 그걸로 최종 안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촬영장에 가서 이세돌 씨에게 경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진 뒤 그 이야기들을 모으고 골라서 한 편을 더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촬영장소는 상수동의 '이리카페'였습니다. 


조금 위험한 결정이었죠. 그런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저희가 미리 여섯 가지 정도의 질문을 작성해서 가져가긴 했지만, 역시 이세돌은 그냥 이세돌이 아니었습니다. 경쟁에 대한 남다른 이해력과 통찰력이 있었고 대인배다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세돌 어록'이 괜한 말이 아니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명카피들이 그의 입에서 마구 흘러 나왔습니다. 공익광고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결국 이세돌 9단이 출연한 공익광고는 A안, B안 이렇게 두 편으로 온에어가 결정되었습니다(오늘은 A안만 보이더군요. B안도 지켜봐 주십시오). 


'지금 우리는 지나친 경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희가 공익광고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 한 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이세돌의 입을 통함으로써 더 큰 공감과 파급력을 얻은 듯합니다. 물론 지겨운 경쟁사회를 반성해보자는 뜻으로 기획된 이 광고 역시 치열한 '경쟁PT'를 통해 뽑히고 만들어졌다는 점이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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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달콤한 거짓말'이라고 하죠. 

여기 그런 거짓말이 있습니다. 

허쉬 초콜릿 광고입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화상회의를 하는 아빠 테드. 딸인 스칼렛이 할 얘기가 있어 다가가지만 아빠는 미안한 미소만 지은 채 계속 일을 합니다. 아빠는 일을 해야 하니까요. 스칼렛이 어디론가 가게로 들어가서 주인과 상의를 합니다. 아빠 테드의 등신대를 만드는군요. 등신대기 그럴듯해 보이는지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는 "안녕하세요,테드."라고 인사까지 합니다. 


스칼렛은 등신대를 들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테드의 화상회의 파트너들은 테드의 등신대를 보고 열심히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스칼렛과 테드 부녀는 그들 몰래 주방에 가서 허쉬 초콜릿으로 만든 간식을 즐기고 있군요. 행복해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Hello Happy, Hello Hershey's'라는 자막이 뜹니다. 



때로는 영화처럼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광고들이 있습니다. 이 커머셜 필름도 2분이 넘는 작품인데 따뜻하고 유려한 화면 구성 덕분에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초콜릿이 주는 작은 행복. 거기엔 딸의 따뜻한 마음과 유쾌한 상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겠죠. 어때요, 이 정도면 허쉬 초콜릿과 행복을 같은 문장 안에 나란히 넣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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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vcf.co.kr/YCf/V.asp?Code=A000278463


나도 극장에 들어가 좌석에 앉을 때마다 '비행기 모드'로 전환을 하는 편이다. 방해금지가 아니라 왜 비행기 모드냐고? 비행기를 탈 때 처음 이 버튼을 눌렀었는데 평상시에도 비행기 모드로 전환만 해놓으면 전화벨이나 문자 알림음, 또는 진동이 울리지 않는다는 걸 확실하게 알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아무래도 큰 사건이다.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이라도 그렇다. 그것에 비하면 '비행기 모드'를 누르는 건 매우 가벼운 행위다. 그런데 대한항공 광고팀은 그 가벼운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비행기를 타는 것만이 아니라 비행기 모드로 전환만 하는 사소한 행동으로도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 종일 쉴새 없이 몰입을 방해하는 스마트폰의 알림음들, 수많은 콘텐츠들.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비행기 버튼'은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좋은 광고 소재였다. 심지어 항공사들이 이 기능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그런데 대한항공팀이 멋지게 그걸 선점했다. 탁월한 선택이요 기획력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카피도 좋다. 


이 작은 비행기로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대한항공은 바랍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캠페인 이후로 대한항공은 정말 광고를 잘 한다. 지난번 '게스트 하우스 인 프랑스' 는 약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지만 이번에 '나는 비행기를 탑니다'로 다시 멋지게 돌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광고를 잘 하면 뭐하나. 대한항공의 오너와 그 딸들이 앞다투어 진상을 떨며 애써 올려놓은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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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zq0fMT-hrbo


2001년도에 버드와이저는 수퍼볼 광고에 개구리가 '버드와이저'라고 우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런데 그 다음해 수퍼볼 때 버드와이저 측은 지난번 광고가 효과가 별로였다며 중단해야겠다고 통보했다. 광고대행사인 Goodby & Silverstein Partners는 광고를 중단할 게 아니라 개구리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다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 했지만 버드와이저 회장인 어거스트 부시 3세가 찬성했다. "재미있네. 난 도마뱀이 좋아." 


그래서 가게에 걸려있던 버드와이저 네온싸인이 기울어져 떨어지는 걸 구경하던 도마뱀들이 "프랭크, 개구리는 개굴개굴 우는 거야" 라고 말하자 "에이, 재미없다", "난 우울할 때 웃어. 히히히"하는 싱거운 광고가 나왔다. 그게 다다. 맥주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상관 없다. 다만 그 광고를 그 시간대에 같이 봤다는 공감대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 광고를 보고 웃은 사람들끼리 하나가 되는 느낌만 주면 되는 것이다. 미친 소리 같지만. 맥주는 그런 소속감을 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고.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있는 다큐멘터리 <Art & Copy> 중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2009년도 선댄스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작품이란다. 그 옛날 DDB를 만들었던 William Bernbach은 물론 TBWA/Chiat/Day나 Wieden+Kennedy 같은 대행사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내가 전에 소개했던 책 [겁나게 중요한 충고(Damn Good Advice)]를 썼던 빅 아이디어의 창시자 크리에이터 조지 로이스(George Lois) 할아버지도 나온다. 광고하는 분들은 시간 있을 때 이 영화 한 번 찾아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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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카피 고민을 할 때면 별 게 다 신경이 쓰인다. 필기구도 그 중 하나. 연필로 썼다가 볼펜으로 썼다가 괜히 만년필로 바꿨다가. 아내가 쓰던 몽블랑 볼펜도 있고 파버카스텔 만년필, 일본 츠타야서점에서 산 빠이롯트 만년필, 노란 파버카스텔 연필, 이마트에서 산 일본 우노4색볼펜, 그리고 얼마 전 교보에 갔다가 괜히 심을 구입한 워터맨 볼펜까지. 그런다고 잘 써지는 것도 아닌데. 책상 위 연필꽂이를 바라보니 실로 많은 펜들이 꽂혀 있다. 결국 자판으로 정리할 거면서도 이렇게 많은 펜들이 필요하다니. 나중에 죽어 염라대왕 앞에서 대질심문 할 때도 생각이 안 나 못썼지 필기구 없어서 못썼다는 말은 못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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