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사진일기 2018. 1. 31. 00:09



하루 종일 눈이 내렸고 나는 일찍 집에 가서 눈을 치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밤에라도 가서 눈을 쓸어야 하지만 집에 있는 빗자루는 자루가 빠져서 쓸 수 없는 상황. 끝나고 나가면 철물점들이 모두 문을 닫으므로 저녁 7시 회의를 앞두고 회사 앞 철물점으로 가서 플라스틱 빗자루를 샀다. 플라스틱 빗자루 한 개에 6천 원이라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다. 

회의를 마치고 아홉 시 경에 빗자루를 들고 버스를 탔다. 버스 승객들이 애써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좀 이상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오늘 집으로 가서 눈을 치워야 하는데. 빗자루를 타고 날아갈 수도 없는 일이고. 


전철로 갈아타고 아내에게 카톡 메신저를 했더니 자기도 지금 광화문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안이라고 했다. 전철역에서 아내를 조금 기다렸다가 만나 같이 골목길을 올라왔다. 거의 다 올라와서 아내가 잠깐 서 보라고 하더니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집으로 올라와 옆집 총각과 함께 집안팍의 눈을 쓸고 치웠다. 털모자를 쓰고 한참 작업을 했더니 영하의 날씨인데도 땀이 나서 머리가 젖고 온몸이 후끈후끈했다. 오늘밤에라도 이렇게 눈을 치워놓지 않으면 내일은 눈이 얼어 빙판이 된 언덕과 골목길을 다녀야 한다. 아내 말대로 겨울의 산꼭대기 단독주택 생활이 '쫄기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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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좀 있습니다. 구파발에 있던, 지금은 은평뉴타운으로 더 유명한 그 동네의 신도초등학교 49회 졸업생들입니다. 근처에 있던 예일같은 사립학교는 물론 갈현이나 연신, 불광초등학교에 비해서도 생활수준이 좀 떨어지고 인구 수는 되게 많은, 한 마디로 좀 못사는 동네에 있던 초등학교였죠. 그러나 역사만큼은 매우 길어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몇 대에 걸쳐 집안 친척 동문을 생산하고 있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걔네들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친했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더구나 전 이 학교보다 더 깡촌에 있던 '백마초등학교'를 4학년까지 다니고 5학년 시작하면서 겨우 옮겨온 '전학생'이었으니까요. 아무튼 한 십 년 전 갑자기 신도초등학교 동창회가 결성되었다고 연락이 오는 바람에 새삼 이렇게 모이게 된 거죠. '아이러브스쿨'이 전국을 뒤흔들 때도 잠잠하던 애들이 어째서 늦바람이 났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친구들은 한 번 정모를 해도 참 화끈하게 합니다. 주로 사는 동네는 연신내 근처지만 모이는 건 일영 송추 지나 그랜드유원지라는 물이 흐르는 야외 캠프입니다. 성수동에 사는 저는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가야 하는 곳이었죠.

 

 

전날 과음을 한 저는 일요일이라고 늦장을 부리다가  지하철을 타려고 성수역으로 나갔습니다

가다 보니 호떡이 뒤집어져 있더군요. 역시 예사 모임이 아니라 그런 모양입니다

 

 

 

늦게 온 저를 반겨주는 고마운 친구들. 처음 보는 명희라는 친구와 얘기를 나눠보니 자기는 4학년까지 다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하네요. "아, 나는 5학년 때 전학을 왔는데. 너랑 나랑은 겹치는 게 하나도 없구나...아무튼 반갑다, 야 "

 

 

야유회에 아이스박스나 큰 솥, 가스통 등은 기본이죠.

얘네들은 누가 개고기 먹고싶다고 한 마디 하면 정말 개를 묶어 몰고 올  기세입니다.

 

 

술과 안주, 그리고 친구들이 있는 자리입니다(BGM으로 That's What Friends Are For가 흐르고)

 

 

 

 

비가 온다고 하더니 날씨마저 선선하고 좋았습니다.

 

 

우린 바베큐통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요 

 

 

인수는 제가 예전에 개포동에 혼자 살 때 아침 일곱 시에 전화를 해서 같이 해장술을 청해 마시던 친구입니다. 밤새 술을 마셔도 매너가 흐트러지지 않는 두주불사형. 그러나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 무서운 인간입니다. 오늘도 깡술을 마시는지 인순이가 쓰던 나무젓가락만 유난히 하얗더군요. 인수야, 제발 안주 좀 먹어라.

 

 

벌써 작년에 아들이 제대를 한 친구도 있고

 

 

올해 딸이 대학에 입학한 친구도 있습니다

 

 

일요일인데도 심각하게 비즈니스 통화를 하는 친구도 있고

 

 

훗날 우리는 이 날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좋은 날이었던가, 흐뭇한 날이었던가.  

 

 

 

 

 

 

 

 

이상하게 뒷모습이 불량해 보이는 애들이 있습니다

 

 

 

만국기 펄럭이는 족구장에서 족구도 잠깐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술을 마시느라 바빴죠 

 

 

술에 취하면 가끔 사물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낮부터 마셔서 좀 일찍 정리 했습니다. 물론 다들 친구 희정이가 하는 음식점으로 이차를 갔지요. 결혼 준비(?)에 바쁜 저는 먼저 술 안 마신 한숙이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왔구요.  반가운 얼굴들이었습니다. 옛친구들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이지요. 가을 운동회 때 다시 보자꾸나. 멋진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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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에 벚꽃 구경을  가자고 약속을 했놨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그만 중요한 술약속을 깜빡했더라구요. 그래서 그날 약속을 못지킨 미안한 마음에 오늘이라도 벚꽃 구경을 가자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일단 남산에 가기 전에 버스를 타고 도산대로에서 열리는 소피 칼의 전시회에 들렀습니다. 

 

 

 

소피 칼은 자기 일상을 가지고 예술로 만드는 멋진 아티스트였습니다. 이번 전시회 [잘 지내길 바래요]도 자기가 사귀던 남자가 느닷없이 이별 통보로 보낸 이메일의 맨 마지막 문장을 자기가 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석하게 하고 그 결과물로 전시회까지 만든 거였죠. 한 마디로 '구라'가 센 여자입니다. 예술의 절반은 구라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전시회였습니다.

 

 

아침을 늦게 먹었는데도 또 배가 고프다고 제가 칭얼대서 신사동 강남시장 골목에 있는 칼국수집 [가로수길 생칼국수]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여긴 바지락칼국수와 들깨수제비가 맛있습니다). 제가 얼굴에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야, 또 시커멓게 나왔네!"라는 말만 반복하니까 여친도 짜증이 나는 모양입니다. 하긴 증 날 만도 하지요. 사진 배우는 속도가 이렇게 느려서야 어디. ㅎㅎㅎ 

 

 

그러나 기어코 예쁜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습니다.

 

 

남산 산책로를 올라가며 벚꽃 구경을 싫컷 했습니다. 이미 활짝 피고 져버린 애들도 많지만 이렇게 천천히 피라면 정말 천천히 피는 순한 애들도 있습니다.

 

 

전기버스 충전하는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떤 엄마가 아이에게 "버스도 맘마를 먹어야 힘을 내겠지? 그래서 지금 맘마 먹는 거야."라고 예쁘게 설명해 주시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아이는 정말 열심히 듣고. 따사로운 장면이었습니다. ^^

 

 

우리 어머니 세대처럼 올드패션 모드로 한 번 찍어보자고 했더니 고맙게도 혜자 양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70년대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꽃보다 더 활짝 웃는 그녀. 그녀가 웃으면 세상이 따라 웃습니다.

 

 

남산도서관쪽엔 아직도 벚꽃 기세가 대단하더군요.

 

 

접사도 시도해 봤죠. 그런데'이름모를 꽃'이라고 하면 안 된다지요? 그래서 이름을 적어놓은 표지판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놨습니다. 이 꽃은 '오스테오스 펄멈'이랍니다. 어렵습니다.ㅜㅠ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오늘 남산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야외무대에선 로이킴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더군요)

 

 

 

 내려오는 길에 회현시범아파트를 보았습니다. 문득 저기선 누가 살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너무 낡은 아파트라서요.

 

 

시범아파트가 생길 때 같이 생긴 가게들이겠죠? 맞은편에 '시범부동산'도 있더군요.^^ 

 

 

명동길을 내려오다가 정말 머리털이 인형같은 뒷모습의 여자애들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아빠가 앞에 안은 아이까지 셋이더군요. 모두 다 딸이었습니다.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괜찮다고 해서 찍었습니다.

 

 

명동신세계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며 책도 읽고(전시회장에서 소피 칼과 폴 오스터가 함께 작업한 책 [뉴욕 이야기]와 소피 칼이 쓴 책 [진실된 이야기]를 샀습니다) 노닥거리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집으로 돌아오기 전 혜자 양이 밥하기 귀찮다고 해서 동네 설렁탕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많이 걸어서 그런지 둘 다 생각보다 밥도 많이 먹고 소주도 한 병 나눠마시고 했더니 그만 또 배가 불러서 다시 한강변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결국 열시 반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젠 자야죠. 정말 꽉차게 보낸 일요일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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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열시에 

카메라를 들고

우리동네를 좀 돌아다녔더니

대체로 이런 모습들이더군요.

 

 

 

지팡이 대신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던 할머니,

고물상 아저씨와 뭔가 한참 얘기를 나누시더니 금방 사라지셨습니다

 

 

 

 위치나 보나 자세로 보나 왼쪽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이 동네 짱인 거 같죠?

 

 

횟집 앞에 있는 작은 공원엔 쉬는 분도 있고 운동을 하는 분도 있고

 

 

 24시간 언제나 아침뿐인 저의 단골, 모닝마트입니다

 

 

뚝도시장 입구에 있는 가게 아저씨. 오늘 팔 핸드백을 진열하시는 중

 

 

예전엔 중학생들이 많이 매던 '쌕'을 이젠 할머니들마다 매고 다니시더군요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한국사람들은 왜 다들 평소에도 등산복을 입구 다니냐?"고 묻는다죠. 아마 그들은 이해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켜세운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수트라는 옷은 그리 활동성이 좋지 않은 옷이거든요. 그래서 양복은 회사에 출근을 하거니 어디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 갈 때만 입기 십상이죠. 우리 아저씨들은 평소엔 바지에 점퍼를 많이 입습니다.

 

생각해보면 서글픈 일입니다. 어른들이 그런 효율성만 강조하다 보니 학생들도 덩달아 값이 비싼 등산복이었던 '북쪽얼굴'에 목을 매고 그랬으니까요. 사회적 지위가 높거니 부유한 층을 제외한 일반 서민들은 지금도 일할 때나 산책할 때나 가리지 않고 등산복 바지나 점퍼를 입고 다니는 일이 많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다들 '그냥 편해서'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 저도 어쩌다 수트를 입을 때는 왠지 스스로를 좀 존중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수트를 입은 날은 괜히 몸도 더 추스리게 되고 양복이 구겨질까봐 아무 데나 앉지도 않게 되거든요. 또 셔츠도 한 두번 입고 나면 드라이크리닝을 맡겨야만 하기 때문에 돈이 들고...아무튼 아침에 등산복을 입고 찡커피를 마시고 있는 아저씨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아저씨들이 다들 수트에 구두를 신고 저러고 있어도 꽤 웃기겠구나 하며 혼자 미친놈처럼 웃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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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우리는 옥천에 있는 친구 부부집에 놀러 갔습니다. 진작에 갔어야 했던 집이었지만 제가 늘 바쁜척을 하며 번번히 약속을 미루고 펑크를 내고 하다가 결혼식을 얼마 안 남긴 시점이 돼서야 겨우 방문하게 된 여친의 가장 친한 여고동창네 집입니다.

 

 

아주 현대적이고 멋진 집인데 흑백으로 찍었더니  좀 그로테스크하죠? 이번 여행에선 모든 사진을 흑백으로만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뭐, 별 이유는 없구요. 괜히 그래보고 싶어서요.

 이 집은 이웃에 살던 교수님께서 직접 설계하고 지으신 집이라는데 어떠어떠한 연유로 인해 이제부터 서로 집을 바꿔 살기로 했답니다. 그러니까 이건 독신으로 살고 계시던 어느 멋진 디자인과 교수님이 자기가 평생 살 생각으로 만들었던 '작품'인 거죠.

 

 

방문하는 차들마다 함부로 들어와 잔디밭을 망쳐 놓는 게 안타까워서 뒤늦게 철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교수님의 아이디어였구요.  

 

 

 

옆집도 멋집니다

 

마당에는 진돗개 한 마리와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가 있습니다. 진돗개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모든 걸 귀찮아하는 할머니 스타일이고 골든리트리버는 아직 호기심이 많아서 사람만 다가서도 꼬리를 흔드는 청소년입니다.

 

 

 

집안엔 멋진 거실과 주방, 그리고 가족들이 있습니다.

 

 

사내 아이 둘이 뛰어놀기엔 꽤 넓은 마당이죠.

 

 

어릴 적 친구 둘이 오랫만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동안

거실에 누워 자던 저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저녁 산책을 나갔습니다.

 

 

전 이상하게 창고를 좋아해서 창고만 보면 사진이 찍고 싶어집니다.

 

 

너무 흑백만 찍는 거 같아서 집안에서 컬러도 한 장 찍어봤습니다. 역시 흑백이 낫더군요

 

 

미술과 패션 등을 전공한 이 부부는 10여 년 전에 '귀향'을 해 폐교를 개조한 이 자연체험장에서 얼마 전까지 살았답니다. 아들 둘도 여기서 다 컸구요. 지금은 여기서 살진 않지만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여름마다 친구들과 떼지어 놀러가는 강원도 산촌체험장이랑 거의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맑은 공기, 싱그런 자연, 넓은 산촌체험장...이런 환경에선 도저히 안 마실 수가 없죠.

 

 

 

 아침에 일어났더니 둘은 교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 부부는 숙취를 이런 식으로 해소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제 입에서 새나오는 술냄새 말고는 공기도 하늘도 다 맑더군요.

 

 

 

 

 

버스 기다리는 할머니를 만나서 잠깐 얘기를 나눴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서울에서 전시회 하게 되면 꼭 초대하라고 농담을 하십니다. 멋진 할머니셨습니다.

 

 

 

친구 부부는 자꾸 내려와서 살라고 합니다. 공기도 좋고 정말 평화로운 곳이라고. 아아, 저희들이라고 왜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어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요. 우리는 서울을 싫어하면서도 당분간은, 또는 꽤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불쌍한 인간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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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전철역 앞에 있는 동네 포장마차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었습니다. 나란히 세 개가 붙어있는 포장마차는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장사를 합니다. 오늘은 세번째 집에서 먹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종이컵에 샌드위치를 담아주시는데 따뜻하고 맜있습니다.

어쩌다 새벽에 나가보면 전철역 앞에서 이걸로 아침을 때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맞춤법 좀 틀리면 어때? 맛있으면 됐지

 

 

 

 

사무실이라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건물

 

 

 

저도 대학 다닐 때 벽보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끔 작업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그날은 아주 심란해지죠

 

 

 

자세히 보십시오. 우리동네엔 '어제'를 담는 우체통도 있습니다

 

 

 

'이보살'일까요, '만이보살'일까요?

 

 

 

동네 사랑방에 모여있던 할아버지들을 찍으려고 했더니 슬쩍 나무 뒤로 숨으시더군요

 

 

 

할아버지들이 없는 사랑방은 참 쓸쓸하던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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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건대앞에 있는 서점 반디앤루니스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동네를 가로지르는 구성수동골목을 지나다가 간판이 누워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오길래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마침 식당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나오시더니 제게 묻습니다.

 

"뭘 찍어요?"

"아, 네. 간판이 누워있는게 게 재밌어서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쟤도 나처럼 허리가 아파서 누웠어." 하고 농담을 하시는 것 아닙니까. "이 식당이 오래된 건물이라고 저번에도 사람들이 막 와서 사진 찍어가고 그랬어." 아주머니가 또 자랑을 하십니다. 먼저 질문을 던지셨던 젊은 아주머니는 "깔끔하지 않고 이렇게 지저분해도, 뭐 그런대로 괜찮죠?"라고 제법 멋스런 멘트를 날리십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는 저를 이상한 놈으로 보지 않고 편하게 대거리까지 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이 고마웠습니다. "다음엔 밥 먹으러 한 번 올게요." 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안 그래도 된다면서도 좋아하십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음주엔 꼭 가야겠네요. 그런데 제 사진 기술이 서툴러서 그런지 대낮에 찍었더니 분위기가 영 안 사는군요. 다음엔 저녁 어스름에 다시 한 번 찍어봐야겠습니다.

 

 

 

동네에서 빠져나와 영동대교 남단으로 걸어가면 보이는 식당입니다. 친구가 식당 한다고 하니까 "그럼, 나도 할래" 그래서 나도식당일까요, 아니면 전라도 식당인데 줄여서 그냥 나도식당이라고 하는 걸까요?

 

 

우리동네엔 곳곳에 진보세력들이 숨어서 활동 중이라고 전에 말씀드렸었죠? ^^

 

 

건대입구쪽으로 가다가 차이나타운을 발견했습니다. 양꼬치를 많이 파는 곳이더군요.

 

 

이런 한자들은 중국인거리에 오지 않으면 보기 힘들죠. 연남동 중국식당가도 생각나네요.

 

 

[연변신세기미용실]. 미용실 이름 죽이죠?

 

 

점을 보거나 무당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인간은 누구나 다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인가 봅니다. 그게 보살집이든 타로까페든 앞날이 궁금하고 불안하다는 본질은 다 똑같은 걸테니까요. 그나저나 작두도령은 정말로 작두 위를 걸어다니는 겁니까?

 

 

서점에서 돌아오다가 보니 아파트 들어서는 골목에 있는 낡은 연립주택은 우체통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이삿짐센터나 하수구 수리점, 솜틀집 들은 그새 이걸 또 광고판으로도 활하구요. 처음엔 식용유가 담겼을 저 플라스틱통은 앞으로도 참 오랫동안 저렇게 매달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겠죠? 편지나 고지서, 또는 찌라시라도 가슴에 품으면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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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꾸물꾸물한 금요일 오전.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으로 꽃을 좀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토요일에 자주 가던 곳인데 평일 오전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거든요.  

일단 밥을 든든히 먹고 출발합니다. 오늘은 오랫만에 삼치도 구웠으니까요.

꽃을 사는 것도 일종의 충전입니다. 

'꽃값'이라고 하면 괜찮은데 '화대'라고 하면 단박에 이상해져요. 그렇죠?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피터팬은 어디서나 나타납니다.

오늘은 승복 입은 피터팬을 만났습니다.

'내 머리도 꽃다발로 만들어 달라고 할까?'

"여기서 먹어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그녀와 함께  짜장면을 시켰습니다. 나는 삼선짜장면, 그녀는 옛날짜장면. 돈은 그녀가 냈습니다.

사람이든 회사든 부도가 나면 이렇게 됩니다. 평소에 잘해야 합니다.

꽃을 좀 샀습니다.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는 부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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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뚝섬유원지역까지 카메라를 메고 천천히 걸어다녔습니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고 길을 나서면 사람들이 차들이 보이더군요. 매일 보는 것들인데도 유심히 들여다 보면 또 다르게 보인다는 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 동네엔 주차의 달인들이 많이 사십니다.^^

 

낡았지만 정겨운 풍경들도 많구요.

 

고개만 들면 이렇게 파란 하늘인데, 자꾸 까먹습니다.

 

다시, 박대통령의 나라.

 

얘들아, 어른들은 슬픈 일이 많단다.

 

다들 왕년엔 힘 좀 쓰시던 분들.

 

100점 보다 훨씬 정겹다. 100명이라는 말.

 

현실 뒤에 숨어 있는 꿈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문은 열리리라.  

 

누가 좀 얘기해 주지 않을래? 천천히 가도 결코 늦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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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숀펜이 나오는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를 보러 인사동에 나갔다가 내친 김에 서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창민 사진전]에 갔었습니다. 전에 페북에선가 이 포스터를 보고 감탄했던 기억은 나는데 이렇게 불현듯 사진전까지 보러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침 사진전 마지막 날이라 화랑에는 작가와 작가의 친구분들이 바닥에 앉아 간단하게 술잔을 나누고 계시더군요.

전시된 사진들은 놀라웠습니다. 포스터에 실린 <브레송에 헌정>이란 작품도 좋았고 <도촬_길거리 쵤영>이나 <우회 혹은 배려>같은 작품들은 똑같은 사물이나 현상도 보는 사람의 시선과 통찰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작품들이 아이폰으로 촬영된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는 바로 그 스마트폰 말이죠.ㅠㅜ


저도 요즘 카메라를 배우기 시작한 참이라 그 충격의 강도가 남달랐습니다. 사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길거리, 학교, 직장, 공원 어디에도 이야기는 널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때마다 카메라가 없죠. 그래서 우리는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하다가도 “에이, 운이 좋아서 저런 소재와 마주쳤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래야 사진가들은 특별한 사람들이고 나와는 뭔가 다른 사람이란 논리가 성립되면서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그런데 아이폰 카메라가 DSLR을 비웃기 시작한 겁니다. 아니, 새로운 생각이 고정관념을 비웃기 시작한 거라고 해야 더 정확하겠죠. 한창민은 아이폰 카메라를 들고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기도발이 잘 먹히는 계룡산 소백산처럼 이름난 산들은 많지만(정말 거기 가서 기도하면 하나님 부처님과 접속이 잘 되긴 할까요?) ‘사진발’이 잘 먹히는 장소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한창민 작가는 이미 SNS에서 유명인사라고 하더군요.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통해 많은 사진을 올리고 그 사진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텍스트를 제시하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이번 전시회도 지난 일 년간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에 올렸던 사진 3500여 장 중 64장을 골라 인화했다고 합니다. 뭔가 꾸준히 하는 사람은 역시 다르죠? 전시된 작품들 중 이미 팔렸음을 표시한 작품들이 많더군요.

 

저도 내일은 카메라를 들고 오늘 산책 나갔던 곳을 다시 한 번 나가봐야겠습니다. 찍고 싶은 장면들을 아이폰으로 대충 찍었지만 DSLR카메라로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아직은 노출도 셔터속도도 잘 모르지만 이제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건 알게 되었으니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아이디어가  모든 것을 결정하죠.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으니, 아마 내일도 변함없이 그럴 겁니다.

  

역시 작가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주는 사진이죠? 

 이 작가가 찍기 전에도 누군가가 이걸 먼저 찍었을 텐데.

 핸드폰으로 찍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고 강렬합니다.

 이 꽉 찬 구도!

 이 사진도 전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사진 찍다가 뺨 맞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은 못 찍겠죠. ^^

작가님과 작가의 친구분들. 구도는 어느 정도 제 의도대로 됐는데 촛점도 안 맞고 노출도 형편없는, 바보같은 제 사진 하나 덧붙입니다. ㅜㅠ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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