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짧은 여운'에 해당되는 글 54건

  1. 2018.04.11 하루키와 프램튼
  2. 2018.03.27 가방
  3. 2018.03.17 억울해
  4. 2018.02.17 트래비스를 듣는 토요일 아침
  5. 2018.02.08 소심
  6. 2018.02.03 토요일이 좋은 이유
  7. 2017.12.08 헛소리 특급 2
  8. 2017.09.28 명절 인사 2
  9. 2017.08.17 비가 후두둑
  10. 2017.05.31 남편은 잘못이 없었다


하루키는 문체가 너무 스타일리시해서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마치 피터 프램튼이 너무 잘 생겨서 기타리스트로서 별로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처럼. 내가 팝송을 처음 듣기 시작했을 때 이미 피터 프램튼은 [Frampton Comes Alive!]라는 앨범을 천 만장 넘게 판매했던 당대 최고 인기 뮤지션이었다. 그리고 대단히 테크닉이 뛰어난 기타리스트였다. 하루키도 그렇다. 나도 뭔가 지나치게 뛰어난 점이 하나 있어서 다른 면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우기고 싶은데, 도대체 그런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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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짧은 글 짧은 여운 2018. 3. 27. 11:16


수영 수업을 마치고 샤워실에서 나와 옷을 입고 물을 한 잔 마신 뒤 탈의실을 나오다 보니 탈의실 복판에 있는 기다란 벤치 위에 많이 보던 가방이 하나 놓여 있었다. 내 배낭이었다. 옷을 벗고 샤워실로 갈 때 가방을 라커에 넣는 것을 잊고 그대로 방치했던 것이다. 

오늘따라 가방 안엔 노트북과 지갑, 신분증 등 귀중품들이 모두 들어 있었다. 가방을 두고 갔었네요. 내가 가방을 들고 탈의실에서 일하는 아저씨에게 멋적게 웃으며 말했더니 "여기 그냥 놔둬도 돼요."라고 말씀하신다. 당장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기가 멋적어 그냥 들고 나오다 스무 발자국쯤 지나 작은 지퍼를 열어보니 지갑이 그대로 있었다. 다행이었다.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 고속버스 대합실 같은 데서 고개를 돌리다 아내를 만나면 '아, 나 결혼했었지!' 하고 깜짝 놀랄까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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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

짧은 글 짧은 여운 2018. 3. 17. 09:26

<억울해> 

아침에 일어나 고양이 순자 밥을 챙겨주고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와 요즘 출퇴근길에만 읽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꺼내 읽고 있는데 아내가 방금 꾼 꿈 얘기를 한다. 자기가 어떤 회사에 들어갔는데(어떤 회사인지는 모른단다) 거긴 외국인들이 많았고 어떤 아랍 가족이 있었는데 그 중 남편이 죽어버렸고 나머지는 같이 어떤 어두컴컴한 방으로 끌려가서 특수 교육을 받았는데 아내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르면서 한 방에 있어야 하는 처지였다. 한 여자 강사가 와서 말하길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거절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복종만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강의는 영어와 한국말이 혼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으로 내가 들어와 아내는 반가운 마음에 나를 침대로 끌어들이며 같이 자자고 했는데(꼬시려고 민감한 부위를 애무까지 했는데) 내가 뻣뻣하게 버티며 응하지 않는 바람에 화가 많이 났었다고 아내가 말했다. 난 대체로 아내의 꿈에 등장해 뭔가를 하지 않아서 야단을 맞는 경우가 많다. 아내를 두고 다른 곳으로 가버려서, 아내를 버리고 오늘부터 다른 여자를 만나기로 했다고 선언해서, 아내가 먼 데서 부르는데 못 알아봐서 등등. 오늘도 억울하게 야단을 맞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내를 깨우지 않는 건데. 내가 소설책을 읽는다고 안방 불을 켜는 바람에 아내가 꿈 도중에 깨버렸다. 나는 당신이 특수공작원이 될 수도 있었는데 내가 개입하는 바람에 무산되어 미안하게 되었다고 사과했다. 그러게 말이야, 하고 나를 한참 야단치던 아내는 남편 배고프겠다며 아침밥을 차리러 부엌으로 갔다. 순자가 아까부터 마루에 깔아놓은 양탄자 위에 길게 누워 놀아달라고 야옹거리고 있다. 좀 게을러도 되는 토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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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를 듣는 토요일 아침>  

또다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으른 토요일 아침이다. 다른 아침도 게으를  수 있는데 왜 토요일에 게으른 것만이 진정 '즐거운 게으름'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 브릿팝 밴드 트래비스(Travis)의 [The Boy With No Name] 앨범을 틀었다. 빔 벤더스의 영화 [파리 텍사스]의 주인공 트래비스를 따서 밴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하덕규가 책을 많이 읽던 시절 서영은의 단편 소설에 감명 받아 '시인과 촌장'이라는 밴드 이름을 만든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고 보니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이름도 트래비스다.

나는 어쩐 일인지 군대에 있을 때 내무반에 굴러다니던 [택시 드라이버]라는 해적판 소설책에 푹 빠져 며칠을 보낸 적이 있다. 겉장에 분명 로버트 드 니로의 사진과 함께 폴 슈레이더가 썼다고 나와 있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폴 슈레이더의 시나리오를 대충 소설로 개작한 게 틀림 없다. 그때는 저작권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아무튼 군대 가기 전 겉멋이 들어 비디오로 빌려 보았지만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그 어려운 영화는 원작자 폴 슈레이더의 친절한 글에 의해 뒤늦게 공항동의 한 공병대 내무반에서 비로소 나의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영화를 볼 때 너무나 어렸던 나는 로보트 드 니로가 시빌 셰퍼드와 데이트를 한다면서 왜 포르노극장으로 그녀를 데려간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비로소 바보 같은 트래비스의 뻘짓이 너무나 쉽게 이해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영상보다는 글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라고 하면 또 거짓말이고.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화를 내고 있으니 빨리 아침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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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

짧은 글 짧은 여운 2018. 2. 8. 13:28

세상에 잘난 놈들 

다 죽어버려라, 

소리치고 싶다가도 

막상 다 죽어버리고 

나만 남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입을 다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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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어느 때가 가장 좋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토요일 아침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주중의 아침은 일어나자마자 라디오 켜고 화장실 가고 씻고 밥 먹고 출근하느라 다람쥐처럼 바쁘지만 토요일 아침에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이불 속에서 한참을 시시덕거리기 때문이다.

잘 잤냐는 아침인사부터 시작해 고양이 순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오늘은 영화를 한 편 보든지 서촌이나 홍대로 가든지 아무튼 뭘 하며 놀아볼까 하는 사소한 계획들을 세우기도 한다. 우리 둘은 모두 '토요식충단' 창단멤버들이라 토요일엔 근사한 외식을 꿈꾸는 경우가 많은데 요 몇 주는 내가 주말에도 계속 회사를 나가는 바람에 모임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은 오늘도 오후에는 회사를 나가야 한다(아내는 내가 어제 '일요일 저녁 회의가 토요일 저녁 아홉 시로 변경되었다'라고 하자 도대체 그 회의를 소집한 사람이 제정신이냐고 물었다. 그 회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지 알면 아마 놀라 자빠질 것이다). 

내가 토요일 아침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는 '방해 요소'가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금요일에 술을 마시고 잠들면 늦게까지 잘 것 같지만 의외로 토요일 새벽에 깨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는 다시 잠드는 대신 기쁜 마음으로 거실로 나가 차를 끓이고 책을 읽는다. 아내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쌔근쌔근 자고 있고 온 세상은 아직 고요하다. 식탁에 의자를 바짝 붙여놓고 스툴 위에 발을 올려놓은 채 책을 읽는 시간은 그 무엇보다 충만하고 소중하다. 나는 이런 시간에 전에 읽었던 하루키나 윤대녕이나 정미경의 옛 단편, 테드 창이나 배명훈의 SF단편, 또는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 등을 다시 뽑아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이 시간의 독서는 정보 수집이나 지식 충전이 아니라 순전히 즐기는 시간인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다가 졸리면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면 그만이다. 

가끔은 밖으로 나가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옥상에 올라가기도 한다. 옆집 총각 말고는 우리집 위로 아무도 살지 않는 산꼭대기라 맑은 공기와 하늘은 온전히 나의 차지다. 이럴 땐 성북동으로 이사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평일엔 일에 쫓겨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즐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된다.  

아내가 밥을 짓는 동안 이 짧은 글을 썼다.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려니 압력솥이 치익~소리를 내며 밥이 다 되었음을 알려왔다. 김치찜에 가까운 김치찌개에 하얀 쌀밥을 비벼 먹고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내가 차를 준비했다. 차를 마시며 '무한도전 스페셜'을 시청한다. 사소하고 게으른 아침이다. 비록 오후에는 회사에 가서 일을 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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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계속 욕을 내뱉는 것이었어. 아, 씨. 아, 발. 아씨. 이런이런. 난 욕 정말 안 하는 인간이었는데 오늘은 미친놈처럼 혼자 열 번도 넘게 욕을 하네. 이거 신종 정신병인가. 회의실에서 카피라이터 박수 앞에서 욕을 하려다가 흠칫 놀라 아, 나 왜 이렇게 욕을 자꾸하지? 라고 한탄을 했더니 실장님은 욕 잘 안 하시다가도 한 번 하면 찰지게 하시잖아요, 라며 웃는 것이었어. 그랬던가? 내가 욕을 찰지게 했던가. 일을 하려고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머리가 아파서 들어왔어, 이런 날은 혼자서 수육이나 오뎅에 소주 한 병 마시고 쓰러지면 딱 좋은데 내일 아침 건강검진이라 저녁 아홉 시부터 금식이야. 아, 씨. 하필 내일로 예약을 잡은 거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시집 가는 날 등창 난다더니. 자꾸 욕 나오네. 오늘밤은 잠꼬대도 쌍욕 쓰리콤보로 해대겠군. 순자야, 놀라지 마라. 아저씨 원래 이런 사람 아니다. 그냥 오늘까지만 욕하고 일요일 혜자 아줌마 오는 순간부터 예쁘고 고운 말만 쓸 거야. 뭐, 지랄이 풍년이라고? 요 며칠 세상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러니 좀 봐다오. 고양이인 니가 뭘 알겠냐마는. 자야겠어. 자자. 순자야, 즐겁게 노래 부르며 자자. 우라질레이션. 제기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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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저버리겠습니다"
"뭐든 열심히 하지 않겠습니다"
"되는 대로 살아보겠습니다"

"많이 노시기 바랍니다"
"심심한 일상 되십시오"


'과한 것보다는 살짝 부족한 게 낫다'는 어떤 소설가의 짧은 포스팅을 읽으면서 이번 추석엔 이런 덕담을 주고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봤다. 물론 진짜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려면 정말 친하거나 정말 안 친하거나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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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후두둑


살아가는데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건만

날마다 노심초사 하느라
하루를 다 쓴다

방금 카톡으로 받은
오늘의 따끈한 근심거리

네, 알겠습니다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일용할
사소한 거짓말을 담아내고 있는데
창밖에서 문득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후두둑 후두득
이 소리좀 들으라고

살아가는데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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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열한시 반쯤 퇴근해서 오늘 아침 출근하기 직전까지 자는 시간 빼놓고는 계속 아내에게 야단을 맞는 대기록을 세웠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냐고 물으시겠지만, 그게 가능하다.

발단은 퇴근 직후 나의 행태였다. 언덕길을 올라오느라 숨이 차고 더웠던 나는 들어오자마자 창문을 앞뒤로 열고 옷을 활활 벗어 아무 데나 집어던졌는데 그러느라 현관문을 미처 닫지 못한 관계로 이른 여름모기들이 방충망이 없는 현관문으로 대거 난입했고, 그 중 몇 마리가 날아다니다 아내의 몸을 물고 달아났던 것이다. 아내는 빨리 현관문을 닫으라고 소리를 질렀고 모기약을 들고 와 자신에게 바르라고 명령했다. 모기약을 발라준 뒤 샤워를 하고 돌아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나에게 등이나 긁으라고 핀잔을 주던 아내는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가 내가 욕실을 물바다로 만들어 놓았다고 또 화를 냈다. 그러면서 아내는 내가 한 번 입은 옷을 빨래통이 아닌 옷장에 다시 처넣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세탁실 앞을 보니 내가 한 번씩 입었던 티셔츠와 바지, 반바지, 잠자리 옷 등이 작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밖에도 뭔가 사소한 야단을 몇 가지 맞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왜 이렇게 왜 이렇게 하루 종일 야단을 맞아야 하나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런대로 성실하고 듬직한 남편이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끊은지 10년이 되어간다) 술도 많이 마시지 않고(자주 마시긴 한다) 도박도 하지 않으며 바람도 피우지 않고 일도 열심히 한다(잘 한다는 애긴 아니다). 더구나 아내를 사랑한다. 그런데 왜 이러는 걸까.

출근 준비를 다 한 뒤 마당을 쓸고 있는 아내에게 인사를 하러 갔더니 "당신은 왜 물건을 제자리에 못 둬?"라고 묻는다. 나는 그런 일 없다고 항변을 하고 있는 사이 아내는 내가 사용하고 재활용 쓰레기박스 옆에 세워놓은 큰 빗자루를 옥상 계단 밑으로 옮기는 것을 보았다. 생각해 보니 그 빗자루는 늘 계단 밑에 있었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세무서에 왔는데 종소세가 너무 많이 나와 슬프다는 것이다. 오늘은 5월 31일. 종합소득세. 그렇다. 남편은 잘못이 없었다. 문제는 늘 그놈의 돈, 또는 나라, 시스템에 있었던 것이다. 좋은 나라에서 살면 좋은 남편은 저절로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하루에 한 번씩 나라에 책임을 전가하자. 새 정부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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