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짧은 여운
먼 별
망망디
2014. 1. 3. 14:56
먼 별
그 별은 은하계에서도
밝기로 유명했어
얼마나 밝은지
한 번 별을 본 사람은
다신 앞을 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지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그 별을 본 사람은 아직 지구상에 없어
사람만이 아니라
그 별을 본 유인원도 공룡도 나타나지 않았어
3억5천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단 그 별을 보려면
3억5천만 년을 기다려야 하거든
용케도 3억 년을 기다리던 공룡과 유인원들은
결국 지루함을 못이겨 쓰러져 나갔고
세상에서 가장 지름이 크다던 그 나무는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어느날
벼락에 맞아 비명횡사하셨지
별 한 번 쳐다보는 데도
3억5천만 년이야
백 년 안짝 인생에
무슨 사랑이네 슬픔이네 지랄이니
어쩌다 태어났으면 그냥
술이나 한 잔 꺾다 가
* 몇 주 전 이자람 밴드 공연을 보던 날 홍대앞 따루주막에 가서 혜자랑 금모래 처제랑 술을 마시다 이자람이 천상병 시인의 시에 붙여 부르던 곡을 생각하며 즉흥적으로 공책 뒷장에다 시를 한 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