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으로 살기
배고프면 싸울 수 없다 - 니신의 컵라면, 사회적 스트레스를 포착하다
망망디
2017. 4. 29. 11:32
https://www.youtube.com/watch?v=FZFvg9htS2Q
일본 니신(Nissin)의 Cup Noodle은 광고를 잘 만든다. 이미 깐느광고제에서도 그랑프리를 여러 번 탔다. 고작 컵라면 광고인데 뭘 그렇게 잘 만들까. 어떻게 만들었길래 상을 탈까.
코미디 요소 가득한 좌충우돌 에피소드들 속에 "hungry?'라는 카피 한 줄만 등장하는 '헝그리 시리즈'는 원시시대를 다루고 있다. 말도 안 된다. 원시시대에 컵라면이 있다니. 그러나 또 다 말이 된다.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어제 다시 본 ‘Survive’편도 마찬가지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세계화 물결에 휩쓸려 모두들 영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사내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고 하질 않나, 외국인 상사가 부임을 하질 않나 직장 생활도 고달퍼지기만 한다. 니신의 광고기획사는 이를 막부시대의 전투 상황으로 치환했다. 무기는 영어. 정말 우리가 들어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How are you”, “Fine, Thank you.And you?” 수준의 영어로 무슨 공격이 되겠는가. 외국인 상사의 “Pardon?” 한 마디에 전선은 무너진다. 여기서 '배고프면 싸울 수 없으니 먹고 하자'며 컵라면을 슬쩍 끼워넣는다.
J, Walter Tompson은 “상품의 진실과 인생의 진실을 잘 합치하는 데서 광고의 힘이 발휘된다”라고 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스트레스, 두려움이 컵라면과 만나는 이 뛰어난 장면들을 보라. 오래 전에 본 광고이긴 하지만 어제 아침 나는 약간 울컥했다. 특히 마지막 0.5초쯤 다리를 벌리고 소리를 지르며 적진으로 뛰어드는 병사의 모습에서. 그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애처로움 아닌가.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