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생각들

다시 써 본 프로필

망망디 2017. 10. 30. 10:56


페이스북 프로필을 다시 써본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다운 적이 없었고 
막내로 태어났지만 어리광을 부린 기억이 없었고 
문학소년이었지만 문청은 아니었고

<월간팝송>구독자였지만 이젠 음악을 거의 안 듣고 
‘뚜라미’였지만 기타를 잘 못 치고 
여자를 좋아했지만 연애는 잘 못했고

영문과를 나왔지만 영어를 잘 한 적이 없고
카피라이터 출신이지만 아직도 광고를 잘 모르고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 않고 
여행을 싫어하지만 가끔 여행을 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하고 
술을 좋아하지만 소주 두 병이면 취하고

칼럼을 가끔 쓰지만 칼럼니스트는 아니고 
[대부]와 [웨인즈 월드]를 모두 좋아했고

노무현을 좋아했지만 노사모는 아니고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문빠는 아니고

이사 오면서 자전거는 누구 줘버렸고 
십여 년 전부터 차가 없는 뚜벅이고 
수영 배운지 다섯 달만에 겨우 물에 뜨고

결혼을 했지만 아직 철이 안 들었고 
애는 없고 고양이 순자는 우리 애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