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으로 살기

<박수 칠 때 떠난 카피라이터 박수

망망디 2018. 4. 26. 18:17


회사에서 누가 "박수!" 하면 "네~" 하고 대답하던 카피라이터 후배. 이름은 박수연이고 나이는 아직 이십 대인 이 년차 카피라이터. 어리다. 

자기소개서에 '카피 쓰는 할머니'로 늙는 게 꿈이라고 써서 뽑았지만 정말 그런 꿈을 꾼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회사 사람들이 워낙 밥을 먹지 않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밥을 먹지 않아 단식의 정점을 찍었던 인물. 밥은 하루에 한 끼쯤 겨우 먹는 눈치고 술은 전혀 못 마신단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느냐고 물었더니 '운전'이라고 대답한다. 근데 넌 차가 없잖아? 라고 물으니 그래서 주말이면 꼭 청주로 가서 아빠 차를 끌고 나와 광란의 질주를 한다고 고백을 하는데(물론 그것도 백 프로 믿진 않는다). 

박수에게 약간 충격을 받은 건 손목에 새긴 '337'이라는 문신을 보았을 때. 삼삼칠 박수.

자신의 별명을 가지고 몸에 문신을 새긴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아이에겐 그게 쉬웠나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쉽게 해버린 사람은 나중에라도 어려운 일을 쉽게 할 가능성이 크다. 

박수가 그랬다. 처음엔 잘 못하더니 금새 실력이 늘었다. 아이디어도 잘 내고 PPT도 예쁘게 잘 만들었다. 카피의 기본기도 튼튼해졌다. 

이거 박수 쳐줄 일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2층 회의실 앞에서 너무 미안한 얼굴로 저 회사 그만둘지도 몰라요, 라고 냅다 말하는 것이었다. 떨어질 게 뻔하지 뭐, 하고 그냥 한 번 응시해 본 광고대행사에서 제꺼덕 합격 통지가 왔다고 한다. 

억울하지만 할 수 없다. 
잘가라, 박수. 

박수칠 때 떠나니 좋구나.

계속해서 박수 안 받아도 좋으니까
거기 가선 설렁설렁 일해라.
야, 속았구나 소리 나오게.
그래도 걔네들 너 못 짤라.
요즘 워낙 초년차 카피라이터 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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