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짧은 여운
수능과 보상심리
망망디
2018. 11. 16. 20:12
어제 수능을 치룬 수험생의 부모이기도 한 페친 한 분께서 '두 아이, 세 번 모두 시험장에 혼자 보낸 이야기'를 올렸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교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아이가 나오면 껴안고 울고 하는 부모도 있지만 이 아버지는 '담담한 태도로 다른 날과 똑같이 다녀 와, 라고만 했던 게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남으로 존중하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아이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나는 거기에 "훌륭한 부모이십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자식이 없지만 대입 시험 보는 날 교문 앞에서 추위를 참아가며 하루 종일 기다리는 부모에게 숨어 있는 '보상심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자식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자식의 인생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자식이 가령 법대나 상대를 졸업한 뒤 엉뚱하게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서양도 똑같다. '부모에게 자신이 게이라는 걸 밝힐 배짱이 없다면 예술가가 되겠다는 희망은 애저녁에 포기하는 게 낫다'라고 말한 작가가 누구였더라) 그 부모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딴 소릴 해?' 라고 울부짖을 게 뻔하고 마음에 차지 않는 여자를 데려오면 나중에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여우 같은 년이 들어와서 우리 집안이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조질 게 백 퍼센트에 가깝게 때문이다. 살다가 바람이 나거나 의견 충돌로 이혼하는 커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라는 원망이 쏟아질 것이다. 난 사실 그게 좀 무섭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구속과 억압이 얼마나 많은가. 아, 수능 얘기하다가 흘러흘러 이혼 얘기라니. 금요일인데 반주로 소주를한 병만 마시고 그냥 들어와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