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생각들
우리는 모두 한때 바보였다
망망디
2018. 12. 17. 14:37
우리는 모두 한때 바보였다. 아니라고? 흥분하지 말자. 중요한 건 우리가 한때 바보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어야 한다는 반성이요 깨달음이다. 슬기로운 사람들은 지금도 자신이 바보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면서 몸을 낮추고 산다. 그런 사람들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다수가 타고 있는 수레의 즐거움 때문에 소수의 괴로움이 수레바퀴에 깔리지는 않았는지 살핀다. 지난 봄에도 혹시 자신의 발에 벌레가 밟히진 않을까 짚신으로 갈아 신은 그 바보 스님이나 신부님들처럼. 진짜 바보들만 금목걸이를 목에 건 채 자신은 절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돈이 많은데, 이렇게 좋은 회사에 다니는데, 이렇게 일을 많이 하는데. 그래서 세상엔 돈 많은 바보들이, 많이 배운 바보들이, 인기 높은 바보들이 더 행세를 한다.
며칠 남지 않은 2018년을 보내며 너는, 나는 어느 정도의 바보였는지 생각해 보자. 아, 흥분하지 말자. 어차피 우리 모두 바보인 건 맞지만 바보에도 등급이 있으니까. 혹시 내가 지난 일 년 간 싸가지 없는 바보는 아니었는지, 비겁한 바보는 아니었는지, 파렴치한 바보는 아니었는지 잠깐 돌아보자는 것 뿐이니까. 어떤가? 나는 바보, 라고 말하고 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나. 어차피 바보였는데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내년엔 조금 더 나아지겠지, 라는 기대를 가져보자. 그리고 주변의 바보들을 모아 함께 '바보 연대'를 결성하자. 내년에는 주위의 바보 친구들과 함께 착한 바보, 떳떳한 바보로 거듭나서 자기만 아는 병신 같은 바보들을, 쫌팽이 같은 바보들을 무찌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