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몇 달 간 이런저런 사정으로 놀았더니 일감이 똑 떨어지는 바람에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리서 스스로 일을 구한다는 청탁서를 페북에 올렸죠.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놀고 있습니다’라는 글이었는데 반응은 매우 뜨거웠지만 정작 일은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2탄으로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놀고 있습니다 2’라는 글을 또 올렸습니다. 이번엔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고 일을 연결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역시 페북에다가 음식사진만 찍어 올리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올리자고 생각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조금은 쑥쓰럽고 창피했던 제 글에 ‘좋아요’로 격려해 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공유를 해주신 선배, 후배, 친구 여러분,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글이 좋다며 다시 읽고 싶어하는 분들이 좀 계셔서 1,2편을 모아 제 홈피에 올립니다)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놀고 있습니다!"

 

 

 

밥을 많이 먹지만 카피는 잘 씁니다.
술을 많이 마시지만 카피는 잘 씁니다.
나이는 좀 있지만 카피는 잘 씁니다.

 

카피라이터지만 홍보영화 시나리오도 잘 씁니다.
카피라이터지만 CD(Creative Director)도 잘 합니다.
카피라이터지만 비주얼 아이디어도 잘 냅니다.

 

강의도 잘 하지만 카피를 더 잘 씁니다.
프리젠테이션도 잘 하지만 카피를 더 잘 씁니다.
칼럼도 잘 쓰지만 카피를 더 잘 씁니다.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놀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지금 일을 찾고 있습니다.

 

이름은 편성준.

 

1993년부터 여러 대행사를 다니며, 프리랜서를 하며
카피라이터로 살아왔습니다.

 

최근에 모친상•결혼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일을 치르느라
생업인 광고 일을 좀 등한시 했더니,

소에 심각한 얘기 쓰기 싫어서 

페북에선 늘 잘 지내는 척만 했더니,

 

언젠가부터

 

프리랜서 명함이 무색할 정도로
일감이 뚝 끊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페친 여러분들께 보내는
청탁서입니다.

 

주위 분들에게 괜찮은 카피라이터가
지금 놀고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전해주십시오.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고
일을 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자존심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추천해 주신 분 창피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혹시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 찾는 분께
저를 추천해 주십시오.

 

그러면
그 은혜 당장 갚진 못하겠지만
고마운 마음에
술 석 잔이야 못사겠습니까?

 


편성준 배상.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놀고 있습니다" 2

 

 

 

아내는 제가 설거지를 잘 한다고 칭찬하지만
저는 카피라이팅에 훨씬 더 소질이 많습니다.

 

친구들은 제게 드라마 작가 한 번 해보라고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카피라이터로 잘 살아왔습니다.

 

교수님들은 제 강의가 학생들에게 인기라고 하시지만
저는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광고를 만드는 게 더 행복합니다.

 

카피라이터지만 홍보영화 시나리오도 잘 씁니다.
카피라이터지만 CD(Creative Director)도 잘 합니다.
카피라이터지만 비주얼 아이디어도 잘 냅니다.

 

강의도 열심히 하지만 카피를 더 열심히 씁니다.
프리젠테이션도 똑소리 나지만 카피가 더 똑소리 납니다.
칼럼도 곧잘 쓰지만 카피를 더 잘 씁니다.

 

지난 주에 놀던 카피라이터, 아직도 놀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지금 일을 찾고 있습니다.

 

이름은 편성준.

 

1993년부터 MBC애드컴, TBWA/Korea 등 여러 대행사를 다니거나
프리랜서를 하며 카피라이터로 살아왔습니다.

 

최근에 큰 조사 하나와 큰 경사 하나를 치르느라
생업인 광고 일을 좀 등한시 했더니,

 

평소에 앓는 소리 하기 싫어서
페북에선 늘 잘 지내는 척만 했더니,

 

언젠가부터

 

프리랜서 명함이 무색할 정도로
일감이 뚝 끊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지난 주에 이어
페친 여러분들께 다시 보내는
청탁서 2탄입니다.

 

일주일간 ‘좋아요’만 수백 번 쏟아지고
아직 일은 한 건도 안 쏟아졌습니다.

 

주위 분들에게 괜찮은 카피라이터가
지금 놀고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전해주십시오.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고
일을 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자존심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추천해 주신 분 창피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혹시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 찾는 분께
저를 추천해 주십시오.

 

이 농담 같은 청탁서를
진담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고마운 마음에
서울 어느 흐린 주점으로 모시고 가
소주 한 잔이야 못 올리겠습니까?

 


편성준 배상.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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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EBS ‘한국영화특선’에서에서 이창동의 [밀양]을 다시 하네요. 2007년도 영화입니다. ‘생일번개’로 친구들과 이 영화를 본 다음날 집에서 꼼짝 않고 오후 내내 영화일기를 쓰다가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고 다시 들어와 마저 완성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제가 쓴 영화일기 중 가장 집중해서, 가장 괴로워하면서, 그리고 가장 행복해하면서 쓴 글이 아닐까 합니다. 제목도 없고 좀 긴 글이지만 그래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 오랜만에 다시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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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저, 신애예요. 이신애. [밀양]의 주인공이요. 며칠 전 전도연씨가 칸에서 상 탄 소식 듣고 저도 무척 기뻤어요. 혹시 [밀양] 아직 못보셨어요? 어머, 그럼 이 글은 읽지 마세요. 저도 스포일러라고 욕먹고 싶진 않거든요.

 

 

[밀양]보시는 동안 힘드셨죠? ㅋㅋ…죄송해요. 제 팔자가 좀 세야 말이죠. 사실 남편 고향이라고 밀양 내려간 건 순전히 제 오기였죠. 죽은 남편이 바람 피운 것도 인정하기 싫었고,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라구 동정 받는 것도 싫었거든요. 그래서 ‘오냐, 내가 얼마나 잘 살아내는지 한번 보여주마!’라는 마음으로 내려간 거였어요. 괜히 센 척 한 거죠. 안 그러면 전 재산 780만원 남은 년이 땅은 왜 보러 다니고 그랬겠어요.
 
우리 쭌이 보셨죠? 예쁘죠? 진짜 너무 예뻐요! 근데 그렇게 이쁜 애를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미치겠더라구요. 처음 범인의 전화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제가 밀양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겨우 종찬 씨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무작정 달려갔는데 이 남자, 혼자 카센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미치는 줄 알았어요. 정말 애는 돌려줄 줄 알았는데. 걔가 무슨 죄가 있다구 그렇게 죽여요? 그게 사람이에요? 당장 패 죽이고 싶었어요. 찢어 죽이고 싶었어요. 그 놈 죽이고 저도 죽어버리고 싶었어요…

 

 쭌이 사망신고를 하고 나오다 동사무소 앞에 잠깐 정신을 놓고 쓰러졌었는데 그 때 마침 ‘상처 받은 영혼들을 위한 기도회’ 라는 현수막이 보이더라구요. 약국 아줌마가 예수 믿으라고 치근덕댈 땐 이게 왠 헛소린가 했는데 그 땐 저도 모르게 그곳으로 발걸음이 향하더라구요. 이런 게 바로 성령인가 싶었죠.

 

무턱대고 들어가 의자에 앉았는데 처음엔 계속 기침만 나왔어요.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그냥 울음이 쏟아지는 거예요. 무슨 둑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나도 왜 그랬는지 몰라요. 도저히 울음을 그칠 수가 없더라구요. 사실 우리 쭌이 보내고 나서 그때처럼 후련하게 울어본 게 처음이었어요. 목사님이 와서 제 머리에 손을 얹으시는 순간 온 몸이 짜릿하게 떨리고, 아 이제 살겠구나 싶었어요. 전 그날 처음으로 잠을 아주 푹 잤어요.

 

 왜 하필 기독교냐구요? 저도 이창동 감독님한테도 물어봤죠. 왜 하필 교회냐구. 그랬더니 ‘기독교만큼 사람들 인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종교가 또 있냐?’고 하시더라구요. 맞는 말이에요. 제가 만일 교회 대신 절이나 성당에 갔었으면 그토록 빠르고 그토록 절실하게 구원과 평화를 얻지는 못했을 거 같아요. 제가 만난 신이 하필 하나님이었던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좀 극성스럽긴 해도 이건 단순한 종교영화나 반기독교 영화는 절대로 아닌 거죠.

 

하루하루가 새로웠어요. 전 그야말로 벼락을 맞은 것처럼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그때부터 하나님하고 연애를 하는 기분이었다니까요. 진짜 믿는 건지 아니면 믿는 척 하고 싶었던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뭘 모르는 종찬씨도 저를 졸졸 따라다니다 결국 교회까지 왔지만(그 사람 진짜 속물이거든요) 그렇게라도 하나님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제가 역 앞에서 찬양하는 동안 뒤에서 불량한 친구들하고 담배나 피면서 ‘한라산 정기’ 어쩌구 떠들더라도 전 조금도 개의치 않았어요. 내가 하나님을 만나서 이렇게 행복한데, 그 사람이 원님 덕분에 나팔 좀 분다고 뭐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용서하기로 했죠. 그래, 우리 쭌이한테 그런 일이 생긴 것도,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긴 것도 다 하나님의 크고 깊으신 뜻이었을 테니까. 이제 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라면, 거꾸로 그걸 실천함으로써 나도 영원한 마음의 평화를 얻으리라. 면회 가서 그 인간을 봤을 때 전 너무나 뿌듯했어요. 아, 저기 나의 용서를 받고 새롭게 구원을 얻을 어린 양이 앉아 있구나. 이게 결국 하나님의 큰 뜻이었구나...

 

근데…근데 이런 씨발, 그게 아니었어요. 말이 돼요? 감방에 와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그 놈의 말을, 드디어 하나님의 용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 그 미친놈의 말을, 아침에 일어나 기도로 시작하고 자기 전에도 기도로 끝낸다는 그 인간 말종의 말을 제가 듣다니요!

어떻게 교도소를 나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제가 잠깐 기절을 했었나 보죠? 하하하. 웃음밖에 안 나왔어요. 하나님이 날 배신하다니. 하하. 그렇게 열심히 믿었는데. 약국에 찾아가서 아저씨를 꼬셨어요. 순진한 분이라 그런지 쉽게 넘어오더라구요. 아저씨랑 억지로 섹스를 하면서 전 하나님한테 물었어요. ‘보여? 보여? 보이냐구?’ 당신이 그렇게 사랑한다던 그 어린 양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보이냐구!

 

 약국 아저씨랑 헤어져서 카센터로 갔더니 종찬씨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더라고요. 오늘이 생일이었나 봐요. 아, 그래서 같이 저녁 먹자고 했었구나. 전 잔인하게 물었죠. ‘종찬씨도 하고 싶어요, 섹스? 혹시 원하나 해서.’ 미친년같이 노래를 부르는 제 앞에서 종찬씨는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며 가게를 뒤엎었죠.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였거든요. 하하. 신에게 복수하는 길은 신의 어린 양을 죽이는 길뿐이다. 그래 죽자! 잘 봐. 과도로 손목을 그은 것도 몰랐어요. 그냥 견딜 수가 없었나 봐요. 피가 철철 나데요. 근데 왜 살고 싶었을까요? 이 비참하고 치사한 목숨, 왜 놓기가 싫었을까요?

 

 정신병원에서 나온 저는 머리를 자르러 미장원에 갔다가 그 살인범의 딸을 만났어요. 이창동 감독님, 정말 지독한 사람이죠? 보통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리면 그 사람도 좀 맛이 가는 법인데 이창동 감독님은 문화부 장관까지 하고 나서도 어떻게 변한 게 한 개도 없어요? 그 뭐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쓴 유홍준 씨도 얼마 전에 문화재 옆에서 고기를 구워먹다가 장난 아니게 욕 먹고 하던데 말이죠.

 

 머리를 자르다 말고 뛰쳐나온 저는 ‘니 미칬나, 머리를 한쪽만 자르다 나오게?’ 라고 말하는 양품점 아줌마 얘기를 듣고 쿡쿡 웃음을 터뜨렸어요. 미친년한테 미친년이라구 물으니까 그것도 의외로 재밌더라구요.

 

 

죽는 건 좀 보류하기로 했어요. 그렇다고 뭐 딱히 살아갈 희망이 생긴 건 아니구요. 따뜻한 햇빛 아래서 머리를 듬성듬성 잘라버리고 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맨날 구박만 받으면서도 변함없이 제 주변을 얼쩡거리는 종찬씨가 어떤 땐 좀 고맙기도 하구요. 사실 그 사람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냐구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죠 뭐.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애들 피아노 가르치고…가끔 종찬씨 좀 갈궈주고. 아, 근데 요즘은 씽크대 앞에 서서 혼자 밥 먹고 그러진 않아요. (2007.5.25)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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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하철 노원역 안에서 본 와이드칼라입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이 보이는 원리를 이용해 만든 원자력병원 광고. ‘암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삶이 보입니다’ 라는 카피까지, 매체의 특성에 컨셉을 절묘하게 잘 엮은 아이디어죠?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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