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Ov1GOB87zJA



태국은 광고 선진국입니다. 특히 유머나 과장광고에 탁월하죠. 태국 사람들이 원래 코미디나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태국 광고는 시치미 뚝 따고 들어가는 황당한 설정이 많습니다. 이번에 건강보조식품 PT를 준비하며 찾아봤던 'SURE'라는 다이어트 보조식품의 광고도 그렇습니다.

날씬한 여자가 몸매를 뽐내면서 '나는 걱정 없다.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고 물었더니 대답 대신 알약 하나를 입에 넣습니다. 점프컷 되면 아까 여자가 삼켰던 태블릿이 지방도로 위에 떨어지고 박혁거세 탄생 설화처럼 그 안에서 교통경찰이 나옵니다. 그는 곧장 일어나 다가오는 화물차를 세웁니다. 운전면허증을 보자 하고 트렁크에 뭘 실었냐고도 묻습니다. 열어보니 지방 덩어리들입니다. 경찰은 어디서 온 거냐고 묻고 어디로 가냐고도 묻습니다. 운전자는 입에서 왔고 장까지 간다고 대답합니다. 둘이 얘기할 때 '입'과 '장'이라 쓰여있는 교통 표지판도 잠깐씩 비춰집니다.

운전자는 미쳤냐고 묻습니다. 내가 여기를 이십 년을 왔다갔다 했는데. 그러나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 소지죄로 체포한다'라고까지 한 술 더 뜹니다. 곧 이어 오토바이에 기름을 싣고 허벅지로 가던 운전자도 제지를 당합니다. 그들은 내내 웃기는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도 전혀 웃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농담섞인 항의를 이어가던 두 운전자는 마지막에 "이거 광고죠?"라는 포스트모던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4분 가까이 되는 광고지만 너무 재미 있어서 끝까지 다 보고 금방 다시 돌려보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눈만 뜨면 스토리텔링을 부르짖지만 한 번 작심하고 뻥을 치려면 이 정도는 느긋하게 쳐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PT 준비로 바쁜 아침이지만 부러운 마음에 잠깐 다시 틀어본 태국광고였습니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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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가 김용은 대만에서 신문사를 창간하고 평생 그 신문의 주필로 일한 언론인이었다. 그는 평생 독재와 싸우고 잘못된 사회문제에 일침을 가하는 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며 살았다.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등 그가 쓴 무협소설들은 - 세계적으로 히트하고 나중에 그의 문학만을 연구하는 ‘김용학’이라는 장르까지 만들어졌지만 - 어디까지나 신문의 발행부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김용과 비슷한 사람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스웨덴의 스티그 라르손이다.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에 무슨 걱정거리가 있겠냐 싶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스티그 라르손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엑스포’라는 언론사를 세우고 극우파나 파시스트, 인종주의자들과 평생 싸운 사람이었다. 항상 적들에게 살해 위협을 느끼며 사느라 여자친구와 결혼도 하지 못하고 삼십 년 동거를 했다고 하는 그가 농담삼아 ‘노후 보장용’으로 구상한 게 ‘밀레니엄 시리즈’라 이름 붙은 사회파 추리소설들이다. 첫 번째 소설’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시작으로 10부작으로 구성되었지만 세 번째 소설까지 원고를 넘기고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고 만다.


몇 년 전 읽은 첫 번째 소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 이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헌책방에서 구해 읽었다. 전작에서 이미 선보인 밀레니엄의 편집장 미카엘 블름크비스트와 보안업체 조사원인 천재 해커 리스벳 살란데르가 또다시 거친 운명을 헤쳐가며 활약한다. 이번에는 미성년자 성매매에 얽힌 추악한 진실을 파헤친다. 세계적으로 히트하고 스웨덴 인구 중 삼분의 일쯤은 읽은 수퍼 베스트셀러라서 그런지 충격적인 소재 말고도 주인공들의 파격적인 언행과 폭력, 섹스, 이상 성격 등이 양념처럼 골고루 배어있다. 특히 아주 작고 가냘픈 체격에 불 같은 성격과 민첩함, 괴력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공 살란데르는 작가가 좋아하는 '말괄량이 삐삐’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당연히 영화로 만들어졌고 미국에서도 데이빗 핀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소설과 분위가 좀 다르지만 영화도 재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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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는 직업

혜자 2017. 9. 2. 11:57




아내는 가끔 집에서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내가 "여보,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라고 물으면 그럼 내가 당신한테나 소리를 지르지 누구한테 가서 이렇게 소리를 질러보겠냐고 하며 계속 소리를 지른다.

아내는 가끔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을 나에게 할 때가 있다. 내가 "여보, 그런 엉터리 같은 소리가 어디 있어?"라고 물으면 아니, 그럼 내가 당신한테나 이런 소리를 하지 어디 가서 이런 바보 같은 얘기를 해보겠어, 라고 반문한다.

남편은 참 재미있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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