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닳고 단 명제를 살짝 뒤집으니 이렇게 멋진 자유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군요. 일본 구직사이트인 리쿠르트의 최신 광고 ‘인생은 마라톤이다’편은 기존의 통념을 뒤집음으로써 통쾌한 자유와 함께 개인의 자존감까지 되씹어보게 해줍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하지만, 정말 그럴까?”


결승점을 향해 성실하게 달려가는 마라톤 대열이 보이다가 갑자기 주인공의 입에서 이렇게 반문하는 카피가 나온 뒤부터는 전혀 새로운 해석이 펼쳐집니다. 그렇게 정해진 코스대로 달리기엔 인생이 너무 재미 있고 또 다양한 가능성으로 넘친다는 것 때문이죠. 마라톤 코스를 달리던 선수들이 제멋대로 이탈해서 보여주는 새로운 길은 호수, 운동장, 침대 위, 바다, 창공, 눈밭 등등 참 다양한 곳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불꽃놀이를 하는 언덕에서, 누군가는 교실에서, 또 누군가는 요트 위에서 각자의 꿈을 불태우는 것입니다. 리쿠르트는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는만큼 다양한 꿈이 있고,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라고 말합니다.  



길은 하나가 아니야

결승점은 하나가 아니야 

그건 인간의 수만큼 있는 거야 

모든 인생은 훌륭하다 


누가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했나? 

리쿠르트 포인트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취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 불안하고 조급하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무능력에 좌절하기도 하고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괴로워하게 되죠. 그럴 때 어떤 구직전문 회사가 젊은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져준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요? 아마도 마포대교를 걷다가 마주친 “밥은 먹었어?”라는 전혀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생명보험회사의 자살방지용 카피보다는 훨씬 더 타겟의 마음속 깊게 파고 들어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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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를 보면 ‘나, 그거 인터넷으로 찾아봤어’라고 하는 말로 아예 “I googled it.”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죠. 그럴 정도로 구글은 이제 전 세계인들 검색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이 ‘대단한 검색 엔진’의 광고를 당장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면 과연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더구나 광고주께서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은 구글에서 찾는다(찾았다)’라는 식의 뻔한 서술형 광고 말고 누구나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이성적인 방법이면서 동시에 따스한 감성까지 팍팍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광고라야만 하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그리고 유명인을 쓰거나 화려한 해외 로케로 해결할 생각 말고 오로지 멋진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광고를 한 번 만들어 보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주문을 늘어놓는다면 과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아마도 이 광고야말로 그 ‘말도 안 되는 주문’을 거의 충족시킨 광고가 아닌가 합니다. 2010년 슈퍼볼 경기에 등장했던 구글의 캠페인 ‘parisian love’ 편입니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공부를 하려는 청년이 있습니다. 당연히 항공편을 알아보겠죠. 그리고 파리로 건너갑니다. 거기서 어떤 소녀를 하나 만나게 됩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하겠죠. 소녀가 아까 자기한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검색을 해봅니다. 그리고 프랑스 소녀와는 어떻게 데이트를 해야 하는지도 검색해 봅니다. 젊은이들답게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집니다. 

초콜릿 가게를 찾아 소녀에게 선물도 하고 그녀가 특히 좋아한다는 누벨바그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봅니다. 어느덧 사랑이 깊어집니다. 이제 더 이상은 떨어져서 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결국 둘은 프랑스에 있는 작은 교회를 찾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곧 아기가 태어납니다. 행복에 겨워 아기 침대를 조립하는 아빠의 해맑은 미소로 영상이 끝납니다. 

 그런데 이 광고엔 제가 말한 그 어떤 장면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누군가 키보드를 두들기며 구글 검색바에 입력하는 장면과 간단한 효과음, 그리고  목소리들이 들릴 뿐입니다. 놀랍지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우린 순식간에 어떤 젊은이들의 국경을 넘는 사랑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엔 ‘구글 검색엔진’이라는 딱딱한 용어가 팔짱을 끼고 서 있습니다.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참 많은 것을 보여주는 2010년도 구글 캠페인.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 봐도 참 경탄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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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이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사실 저와 저의 아내 윤혜자에게는 분수령이 되는 날 찍은 사진입니다. 이른바 '오십만 원짜리 소주 사건' 일어난 날이지요.


제가 프리랜스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던 시절, 직장 동료의 소개로 어떤 디자인 업체와 일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을 즈음, 디자인 부띠끄의 대표가 대뜸 소주나 하자며 저를 불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도중에 만나 술을 마실 정도의 사이가 아닌데 불러내길래 의아해 하면서도 저는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압구정동의 전집이었습니다. 저와 디자인 업체 대표, 그리고 저를 소개해 동료까지 나와 셋이 모여 술을 마셨습니다.


소주가 서너 들어가자 그 대표는 제게정말 미안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카피료를 오십만 원만 깎아줄 있겠느냐?” 묻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사정이 어려우면 이렇게 따로 불러내서 그런 부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죠. 그깟 오십만 , 하면서 말이죠. 사업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생기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술을 마시며 생각해 보니 제가 지금 얻어 마시고 있는 소주가 바로 50 원짜리 소주더군요. 에라, 병신아… 순식간에 스스로가 한심해졌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대범한 계속 술을 마셨죠. 멍청하게 술을 마시며 건너편을 쳐다보니 술을 마시고 있는 손님들 하얀 벽에 누가 화를 내는듯한 그림을 그려놨길래, 재밌는데? 하고 휴대폰으로 사진도 한 방 찍었습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카피료 삭감에 성공한 그 대표는 대단히 만족한 표정으로 소주값을 내고 돌아갔고 제 동료도 일이 있다며 곧 일어섰습니다. 졸지에 혼자가 저는 아까보다 좀 더 기분도 나빠지고 술도 모자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어디가서  생맥주라도   하고 집으로 들어가자고 결심했습니다. 역시 지금은 없어진 가로수길의아지트라는 단골 바에 갔습니다. 딱 오백씨씨 한 잔만 하기로 했기 때문에 테이블 하나를 다 차지하기도 그렇고 해서 카운터에 딸린 바에 앉아 생맥주를 주문했습니다. 마담과 가볍게 대화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앉아 혼자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하더군요.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도 저도 그 가게의 단골이었으니까요. 


"그거, 한 잔 만 마시면 안 돼요?” 

“네. 그러세요.” 


저는 그녀에게 보드카를 한 잔 얻어마시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윤혜자라고 했습니다. 몇 번 스쳐 지나며 만난 적이 있었으나 이름을 안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저는 휴대폰에 그녀의 이름을 저장하고 생맥주 한 잔과 보드카 두 잔을 마시고 일어났습니다. 왜 벌써 일어나나고 묻길래 오늘은 딱 한 잔만 더 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 마시면 취해서 실수할 거 같아서, 라고 고지식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날이 2011년 4월 1일, 거짓말 같은 만우절이었습니다. 



그리고 5월 23일 저녁, 그녀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고노와다에 소주 한 잔 하실래요?”라는 문자를 보내온 날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해습니다. 고노와다(해삼 내장)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그녀가 말하더군요. 그날 제가 무척 외로워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지분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일어서는 뒷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물론 그때는 우리가 이렇게 결혼까지 해서 살게 될 줄은 몰랐죠.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이렇게 ‘천 일’을 맞이하게 될 줄도 몰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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