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일사후퇴 때 단신월남해서 갖은 고생을 다하고

인천사범을 졸업한, 당시엔 드문 인텔리 여성이셨죠 


시집 와서 애 넷을 낳았습니다 

하나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하나는 교통사고로 거의 죽다 살아났습니다

(그 놈이 바로 접니다)


평생 교사로 일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물론 퇴근 후엔 집안일도 해야 했습니다 

가끔 가정부나 파출부를 쓰는 일도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옛날 여자들은 

억척같이 안팍을 다 살피며 살아야 했으니까요


세탁기가 없던 시절이라 퇴근 후에 손빨래를 해야 했습니다 

장마때 연탄아궁이가 막히면 그걸 국자로 퍼내기도 했었죠

재봉틀로 간단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고 

겨울이면 아이들 옷과 모자를 털실로 짜서 입혔습니다



좋은 엄마였습니다

빵 만드는 기계를 사다가 빵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 

칼국수 만드는 기계도 사서 국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도우넛이나 돈까스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중에 얘기하시더군요

그땐 젊어서 그랬겠지만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하고 살았나 몰라…


식기세척기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살았죠

매일 아침 세 아이의 도시락을 싸야 했습니다

(저희 형은 반찬으로 국도 싸갔습니다) 


아이들은 돌아가며 끊임없이 속을 썩였고 

남편은 바깥 사람들만 좋아하는 호인이었습니다 

그래도 늘 유머가 있고 웃음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분이었습니다 





재작년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은 참 엄마가 보고싶군요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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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리조트 회사의 광고. 공감이 많이 됩니다. 

작년엔 여름휴가를 못갔었는데 올해는 꼭 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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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시대] 필립 델브스 브러턴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김영미

[현기증] 프랑크 틸리에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 

[따뜻한 밥상: 음식에 담긴 사랑 정성 나눔의 가치] 이순자 

[킹: 거리의 이야기] 존 버거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오늘 아침 배달된 경향신문 북섹션을 읽다가 읽고싶은 책들을 좀 메모해 봤습니다. 



[장사의 시대]와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는 어크로스 편집자 김류미의 칼럼에서 본 책인데 장사나 기획에 대한 내용을 넘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통찰들이 들어있는 책인 거 같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당장 하고 있는 일들에도 필요할듯 하구요. 


프랑크 틸리에의 [현기증]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스릴러 소설인데 어느날 자기집 침대에서 잠들었다가 납치되어 동굴에 묶여있게 된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김여란 기자의 소개에 의하면 ‘읽는동안 마치 4D 영화관에 앉아 오감으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가슴을 옥죄는 압박감이 지속된다’는군요.  


강신주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는 1228년에 발간된 무문 스님의 화두모음집 [무문관]을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 합니다. ‘화두’란 무엇인가라는 스스로에게로의 질문에 “상식적인 생각으로는 결코 해결할 길이 없는 딜레마나 역설로 가득차 있는 물음”이라고 대답하는 철학자 강신주. 무문 스님부터 시작해 싯타르타, 니체, 디오게네스, 키에르케고르를 종횡무진할 그의 현란한 사상적 질주가 기대됩니다. ‘문이 없는 관문(The Gateless Gate)’이라는 책 제목부터가 모순으로 가득찬 멋진 화두입니다.  


[따뜻한 밥상: 음식에 담긴 사랑 정성 나눔의 가치]는 음식에 대한 온갖 포르노적 이미지와 ‘먹방’이 판치는 현 세태에 ‘식도락이란 음식의 맛만이 아닌 어떤 분위기에서 누구와 함께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느냐의 총체적 기쁨을 뜻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말해주는 요리 에세이집이라고 합니다. 요리와 음식을 통해 어떤 것이 바람직하고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은데, 안타깝게 비매품이군요. 


[킹: 거리의 이야기]는 다큐 작가이자 미술 사회비평가 사진 이론가인 존 버거의 책인데, 개의 눈에 비친 노숙인 10 명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라고 하네요.  지난 4월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 배낭에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을 넣어갔었습니다. 그의 책은 천천히 읽을수록 좋습니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는 15년 전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하이쿠 모음집으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하이쿠를 소개했던 류시화 시인이 일본의 대표적 하이쿠 시인들 130명의 작품 1370편을 모은 책이랍니다. 무려 2만8천 원이나 하지만 한 권 사야겠다는 욕망이 책값을 흐릿하게 만드는군요. 



아, 그리고 소설가 백가흠이 연재하고 있는 [백형제의 문인보] 이번주 글은 윤대녕 편인데 읽다보니 며칠 전에 나온 그의 에세이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책 뒷표지에 있는 추천사를 그대로 옯겼군요. 뭐, 이 작가에 대해 이미 써둔 글이라 그랬겠지만 책에서 먼저 읽은 글을 신문으로 다시 보니 기분이 좀 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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