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좀 있습니다. 구파발에 있던, 지금은 은평뉴타운으로 더 유명한 그 동네의 신도초등학교 49회 졸업생들입니다. 근처에 있던 예일같은 사립학교는 물론 갈현이나 연신, 불광초등학교에 비해서도 생활수준이 좀 떨어지고 인구 수는 되게 많은, 한 마디로 좀 못사는 동네에 있던 초등학교였죠. 그러나 역사만큼은 매우 길어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몇 대에 걸쳐 집안 친척 동문을 생산하고 있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걔네들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친했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더구나 전 이 학교보다 더 깡촌에 있던 '백마초등학교'를 4학년까지 다니고 5학년 시작하면서 겨우 옮겨온 '전학생'이었으니까요. 아무튼 한 십 년 전 갑자기 신도초등학교 동창회가 결성되었다고 연락이 오는 바람에 새삼 이렇게 모이게 된 거죠. '아이러브스쿨'이 전국을 뒤흔들 때도 잠잠하던 애들이 어째서 늦바람이 났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친구들은 한 번 정모를 해도 참 화끈하게 합니다. 주로 사는 동네는 연신내 근처지만 모이는 건 일영 송추 지나 그랜드유원지라는 물이 흐르는 야외 캠프입니다. 성수동에 사는 저는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가야 하는 곳이었죠.

 

 

전날 과음을 한 저는 일요일이라고 늦장을 부리다가  지하철을 타려고 성수역으로 나갔습니다

가다 보니 호떡이 뒤집어져 있더군요. 역시 예사 모임이 아니라 그런 모양입니다

 

 

 

늦게 온 저를 반겨주는 고마운 친구들. 처음 보는 명희라는 친구와 얘기를 나눠보니 자기는 4학년까지 다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하네요. "아, 나는 5학년 때 전학을 왔는데. 너랑 나랑은 겹치는 게 하나도 없구나...아무튼 반갑다, 야 "

 

 

야유회에 아이스박스나 큰 솥, 가스통 등은 기본이죠.

얘네들은 누가 개고기 먹고싶다고 한 마디 하면 정말 개를 묶어 몰고 올  기세입니다.

 

 

술과 안주, 그리고 친구들이 있는 자리입니다(BGM으로 That's What Friends Are For가 흐르고)

 

 

 

 

비가 온다고 하더니 날씨마저 선선하고 좋았습니다.

 

 

우린 바베큐통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요 

 

 

인수는 제가 예전에 개포동에 혼자 살 때 아침 일곱 시에 전화를 해서 같이 해장술을 청해 마시던 친구입니다. 밤새 술을 마셔도 매너가 흐트러지지 않는 두주불사형. 그러나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 무서운 인간입니다. 오늘도 깡술을 마시는지 인순이가 쓰던 나무젓가락만 유난히 하얗더군요. 인수야, 제발 안주 좀 먹어라.

 

 

벌써 작년에 아들이 제대를 한 친구도 있고

 

 

올해 딸이 대학에 입학한 친구도 있습니다

 

 

일요일인데도 심각하게 비즈니스 통화를 하는 친구도 있고

 

 

훗날 우리는 이 날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좋은 날이었던가, 흐뭇한 날이었던가.  

 

 

 

 

 

 

 

 

이상하게 뒷모습이 불량해 보이는 애들이 있습니다

 

 

 

만국기 펄럭이는 족구장에서 족구도 잠깐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술을 마시느라 바빴죠 

 

 

술에 취하면 가끔 사물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낮부터 마셔서 좀 일찍 정리 했습니다. 물론 다들 친구 희정이가 하는 음식점으로 이차를 갔지요. 결혼 준비(?)에 바쁜 저는 먼저 술 안 마신 한숙이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왔구요.  반가운 얼굴들이었습니다. 옛친구들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이지요. 가을 운동회 때 다시 보자꾸나. 멋진 친구들아.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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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없는남자 2013.05.02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습니다. 저도 아직 젊은 나이지만 고교시절 동창들은 뭐하나 궁금하네요.
    덕분에 저도 추억에 빠졌다가 왔습니다..^^.

  2. 나누기 2014.12.05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익숙한 이름들이 있네요^^.. 49회 신도^^.. 어른이 되어 찾아갔을 때 그렇게 넓디 넓었던 운동장이 그렇게 좁았나.. 새삼스러웠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