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만들다보면 신기하게도 똑같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어제도 외국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그런 TV-CM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미켈럽이라는 맥주 브랜드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의 아마로 몬테네그로라는 위스키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두 광고 다 A.I가 등장합니다. 운동이든 게임이든 심지어 악기 연주까지 인간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선보이죠. 하지만 일을 끝내고 저녁에 한 잔 하는 즐거움까지 인간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통찰을 술 브랜드와 절묘하게 엮었습니다. 

문제는 그 전개가 너무 똑같다는 것입니다. 만듦새나 스케일을 봐서는 누가 누구 것을 베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연의 일치로 그런 것이겠죠. 저도 오래 전에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SK텔레콤 광고를 할 때였는데 저희가 만든 광고에 나온 로봇과 비슷한 로봇이 일본 CM에도 나온 것이었습니다. 시기도 비슷했구요. 그래서 아주 곤욕을 치뤘습니다. 이 광고도 그런 경우라 여겨집니다. 지금쯤 두 회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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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제품을 파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제품과 그 제품에 얽힌 사람에 대한 스토리를 파는 겁니다. 스토리텔링은 참 어렵죠.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쉬운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수명이 십 년이라 자랑하고 싶은 LED전구의 제품력을 이렇게 애틋하고 정감 넘치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요. 


오늘도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 야근 중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 도시바 LED전구 광고입니다. 전에도 몇 번 본 작품인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또 좋군요. 명징한 스토리 라인에 2D 애니메이션 영화 뺨치는 디테일, 사랑스런 음악까지. 언제 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2011년 칸광고제 OUTDOOR부문 GOLD/ 2012년 클리오 광고제 필름부문에서 bronze를 수상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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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CF에서 보기

 

비오는 날엔 시동을 끄고 30초만 늦게 내려볼 것

태양아래서만 진가를 발휘하던 썬루프의 전혀 다른매력을 발견할테니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 SONATA

 the Brilliant HYUNDAI -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

 

 

 

 자동차 광고는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비싼 제품이기도 하고 관여도가 높은 제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젯밤 TV에서 이 광고를 보고 더 놀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라는 캠페인 슬로건은 이미 들어본 거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이렇게 감성적으로 차분하게 광고를 풀어갈 줄은 정말 예상 못했었거든요. (1분짜리는 더 좋더군요)

 

게다가 다른 모든 첨단 기능들을 뒤로 숨기고 '썬루프에 대한 재해석'에만 집중한 점이 좋아보였습니다. 마치 아이폰5의 최신 광고가 카메라 기능에만 집중해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문화로 포장한 것처럼 말이죠. 욕심을 버리고 단순함을 추구하면 이렇게 좋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욕심을 버린다는 것 자체가 더 큰 욕심이라는 아이러니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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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없는남자 2013.04.30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대기아차, 삼성전자는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기술력도 어느 정도 뒷받침 되구요.
    다만 제가 두 기업의 제품을 그렇게 신뢰하는 편이 아니라 약간 삐딱한 시선을 가진 점은 있습니다.
    국민을 우롱한다는 주장도 간혹 보이는데,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기술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망망디 2013.05.01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페이스북에서도 이 광고 좋다고 했더니 "광고는 참 좋은데 소나타가 하기엔 어울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더군요. 한 마디로 '어울리지 않게 너무 좋은 옷을 입은 게 아니냐'는 소리겠지요.
      어쨌든 좋은 캠페인인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캠페인을 감당하려면 브랜드도 제품력도 더 좋아져야 한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의견 감사합니다.

  2. 오바쟁이 2013.05.18 1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비올때 운전하는걸 좋아해서, 참맘에 드는 광고입니다만, 소나타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갸우뚱하더군요; 그냥 좋은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소나타는 ...

TVCF에서 보기

 

 

[포카리스웨트]는 '힐링'이라는 요즘 트렌드를 짜증나지 않게 공감대를 잘 잡아서 풀었더군요.  [바나나맛우유]는 유머코드와 미장센 등이 다 좋은 느낌입니다. 뭐, 제가 김슬기의 왕팬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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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되고 있는 삼성카드 광고.

 

'실용'이라는 컨셉에 어울리는 적절한 사례를 찾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땅콩집 편' 이후에도 계속 캠페인을 이끌어갈 엔도서로 스마트한 이미지의 이적이 나온 것도 좋구요. 예전에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따위의 신자본주의 표상같은 표현으로 서민들을 짜증나게 만들던 광고보다 훨씬 좋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서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때로는 국민들에게 열심히 살라고 설교까지 하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어쩔 수 없이 싫군요. 얼마 전 '멀리 있는 당신에게 향기를 보내고 싶다' 는 감동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던 한 섬유유연제 회사도 알고 보면 회장님이 걸핏하면 임원들을 폭행하고 청부폭력까지 행사해 매번 합의금을 물어주느라 바빴던 어처구니 없는 진실이  숨어 있었죠. 광고 캠페인이 좋다고 회사까지 훌륭한 건 아닙니다. 광고는 좋지만 그 브랜드는 싫다...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광고인의 딜레마로군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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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독후감은 쓴지도 꽤 됐고 또 지금도 가끔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기도 하는 글입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이 책을 찾아 읽어볼 필요가 생겼고, 또 어떤 분께서 이 글을 이메일로 한 번 보내달라 하시는 바람에  다시 들춰보게 된 겁니다.  



다시는 광고인이 낸 책을 구입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나는, 어느날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영풍문고에 가서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라는 따끈따끈한 새 책을 발견하게 된다. 에잇, 또 광고책이군. 책값도 더럽게 비싸네.(17,500 원이다) 심드렁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책을 들쳐보던 나는 두 시간 동안 꼼짝않고 책 속에 빠져들었다가 결국 읽을 분량이 반 정도 남은 그 책을 들고 계산대 앞에 서고 말았다. 젠장.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엄밀히 말해서 광고인이 낸 책이 아니다. 광고를 하는 박웅현 CD를 출판기획자이자 컬럼니스트인 강창래가 만나 오래도록 인터뷰하고 함께 어울려 고민도 하고 해서 펴낸 공동저작이다. 


어떤 사람은 연애편지를 보낼 때 "보고싶습니다" 라고만 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려지지만 보고 싶은 맘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라고 쓴다. 어떤 사람의 마음이 더 잘 전달되겠는가. 박웅현은 정지용의 이 시를 인용하면서 광고 커뮤니케이션은 '보고 싶다는 말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말한다. 가령 박경리의 '토지'를 읽는 것은 당장 광고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기초 체력을 기르는 데는 보약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넉 달 간, 한 첩의 보약을 먹듯 <토지>를 읽었다' 고 한다. 인문학적 소양이 받쳐주면 그다음부터는 세상의 모든 일들이 아이디어가 되고 소재가 된다. 길 가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는 사람을 보고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타심'을 새삼 환기한 그는, 이를 그대로 광고에 넣는다.


 왜 넘어진 아이는 일으켜 세우십니까?

왜 날아가는 풍선은 잡아주십니까?

왜 흩어진 과일은 주워주십니까?

왜 손수레는 밀어주십니까?

왜 가던 길은 되돌아가십니까?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적 소양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고 하자 그는 베네통 광고의 사진을 찍었던 올리비에르 토스카니의 일화를 얘기해준다.

수녀와 신부의 키스 장면, 천사와 악마로 분장한 백인과 흑인 아이의 포옹 장면, 흑인 여성의 젖을 빨고 있는 백인 아기의 사진 등 수많은 화제작을 남긴 토스카니가 [아카이브]라는 잡지와 인터뷰를 할 때 공산주의에 대해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이다.

박웅현은 공산주의라는 돌발적 주제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웬만한 철학적 인문학적 깊이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어딘가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가장 무섭지 않다는 말도 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강창래가 따라가서 목격했다는 박웅현의 상공회의소 강의다. 주제는 '한국에서 효과적인 광고 캠페인'이었는데 이제 곧 한국에 와서 커뮤니케이션을 펼쳐야하는 외국인들에게 해야하는 강의였다. 그때 박웅현의 첫 마디는 "저는 한국말로 하겠습니다."였단다.


 "제가 영어를 전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인해 영어로 말하는 순간 제 지적 수준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석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으로서 석사 학위를 가진 지적 수준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박웅현은 이날 동시통역사를 대동하고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는 좋은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과감한 장치이기도 했고 프리젠테이션의 주제를 더 깊게 부각시키는 효과까지 발휘했다. 아무리 칸이나 뉴욕페스티벌에서 상를 타는 광고라도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에 맞지 않으면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우리는 버드와이저 wazzaup~광고를 이해 못한다)을 말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동시통역사를 쓰는 것으로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내용과 형식이 강의 내용과 제대로 맞아들어간 예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있다고 해도 언어만 알아서는 그 문화에 깊이 젖을 수 없는 것이고,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이 쌓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웅현은 2002년 월드컵과 촛불집회라는 사회적 이슈 속에서도 또다른 통찰을 발견한다. 아디다스라는 광고주에게 팔려고 만든 이 광고는 결국 집행되지 않았지만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기에 인용한다.

 

촛불

 

믿지 못할 일이었다.

월드컵 16강

거리는 기쁨에 넘쳤다.

같은 시각

또 하나의 믿지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두 명의 여중생이 죽었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서

친구의 생일잔치에 가던 길이었다.

언론은 크게 다루지 않았다.

미군은 책임이 없다는 발표를 했고

정부는 침묵했다.

두 명의 소녀가 죽었는데

세상은 조용하기만 했다.

한 네티즌이 있었다.

죽은 이의 영혼은 반딧불이 된다고 합니다.

촛불을 준비해주십시오.

저 혼자라도 시작하겠습니다.

작은 제안이었다.

한 개의 촛불이었다.

그것으로 무엇을 밝힐 수 있을까?

상대는 미국의 군대였고

모든 이의 시선은 월드컵을 향해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촛불이 옮겨 붙었다.

그해 한국은 월드컵 4강에 진입했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해 한 개의 촛불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예전에 만들었던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와 작년 '그리고 대학에 떨어졌습니다...수험생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광고 모두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 속에서 한 기업의 다짐과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대를 읽고 인간을 연구하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인문학이다.

 박웅현은 나도 전에 3년 남짓 다닌 적이 있던 광고대행사 TBWA/Korea의 ECD다.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뜻이다. 그런 그가 'TV, 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온 적이 있다. 젊은 작가 전아리와 함께 출연했었는데, 나는 그때 그가 진정으로 부러웠다. 광고인으로서 독서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게 부러운 게 아니라 광고인이 TV에 나와서 광고 얘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게 부러웠던 것이다.

 며칠 전 TBWA/Korea에서 박웅현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친구 이문선의 사무실에 카피 알바 때문에 갔다가 이 책 얘기를 해줬더니, 그는 박웅현에 대해 이런 표현을 했다.

 "나는 세상엔 두 가지 CD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웅현과 박웅현이 아닌 CD." 

 이런 게 바로 최고의 찬사다. 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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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도 읽었던 윤준호의 <젊음은 아이디어 택시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윤준호 선생은 지난 30년 간 깊고 정갈한 카피를 많이 써 온 분이다. 윤제림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광고에 대한 책이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세상의 모든 이치들도 광고 크리에이티브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난 이 책을 읽던 도중 오래 전 책장에 박아 두었던 핼 스테빈스의 [카피캡슐]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뭔가 행동을 유발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명제를 믿는다면,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다. 이 책이 꽂혀있던 교보문고 서가에 때마침 발길이 멈춰 섰던 그 우연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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