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는 여러 말 하지 않습니다. 

심플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캐나다의 음주운전방지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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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는 은행원으로 일하던 시절 횡령을 해서 감방살이를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돈에 대해선 매우 냉소적이다. 아마도 이 사람은 감방 가서 책을 많이 읽는 바람에 작가가 된 모양이다. 나도 감방에 가서 책을 열심히 읽고 싶다. 그럼 일단 나도 횡령을 해야 하나? 먼저 은행부터 들어가야 하나...? 

오 헨리의 단편집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재물의 신과 사랑의 신]을 다시 읽는다. 언제 읽어도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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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제품을 파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제품과 그 제품에 얽힌 사람에 대한 스토리를 파는 겁니다. 스토리텔링은 참 어렵죠.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쉬운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수명이 십 년이라 자랑하고 싶은 LED전구의 제품력을 이렇게 애틋하고 정감 넘치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요. 


오늘도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 야근 중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 도시바 LED전구 광고입니다. 전에도 몇 번 본 작품인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또 좋군요. 명징한 스토리 라인에 2D 애니메이션 영화 뺨치는 디테일, 사랑스런 음악까지. 언제 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2011년 칸광고제 OUTDOOR부문 GOLD/ 2012년 클리오 광고제 필름부문에서 bronze를 수상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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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밀회] 1,2편을 방금 보았다. 사실 나는 요즘 김희애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굳이 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회사 동료인 우변이 며칠 전부터 이 드라마를 다운받아 보며 “이거, 몰입도가 장난 아닌데요. 오랫만에 우리나라 드라마에 푹 빠져서 보네.”라고 귀뜸을 한 다음부터 그 궁금증이 커졌던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알려진 것처럼 40살 유부녀와 스무 살 청년이 우연히 만나 불 같은 사랑에 빠진다는 통속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신물나는 억지설정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시청률이 상승하고 많은 지상파 시청자들까지 이 종편 드라마를 찾아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연출이나 각본, 또는 배우들이 매우 뛰어나거나, 아니면  그 셋 다 골고루 뛰어나서가 아닐까. 



우선 연출 안판석을 보자. 방송국을 튀쳐나가 [국경의 남쪽]이라는 영화를  크게 말아먹긴 했지만 안판석은 [아줌마], [현정아 사랑해] 등을 만들 시절 MBC  드라마 왕국의 좌장 노릇을 했던 인물이다. 그 후 나온 [하얀 거탑]은 일본 작품의 리메이크라는 핸디캡에도 치밀하고 입체적인 연출로 감독 인생의 정점을 찍은 바 있다. 


그리고 각본의 정성주. 역시 안판석과 함께 [아줌마]와 [장미와 콩나물]이라는 작품을 했고 그 후엔도 많은 드라마 극본을 쓴 베테랑 작가다. 나는 특히 최진실이 광고회사 직원으로 나왔던 [매혹]이라는 작은 드라마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정성주는 ‘씨네21’이었던가,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 “작가는 시키면 뭐든 다 쓰는 사람 아닌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즉, 드라마 작가란 예술혼을 불태우는 천재라기보다는 경험과 노력으로 당장 계약된 일들을 무슨 일이 있든 쳐내고야 마는 ‘고도의 기능직’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난 괜히 뭔가 있는 것처럼 폼을 잡는 사람들보다 이처럼 명쾌하고 직선적으로 자신의 일을 표현하는 정성주 작가에게서 짜릿한 신선함과 믿음직스러움을 느꼈다. 



‘연봉 일 억짜리’ 예술재단 기획실장인 오혜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재단에서 진행하는 클래식 음악회를 진행하다가 퀵서비스 직원인 이선재가 놀라운 피아노 연주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리허설이 끝난 잠깐의 빈 시간에 배달 왔던 이선재가 무대에 놓여 있던 피아노를 무심코 연주하는 바람에 공연 진행자들 전체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이건 마치 영화 [굿 윌 헌팅]에서 학교청소부였던 맷 데이먼이 대학 복도 칠판에 써있던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던 것과 같은 설정이다. 졸지에 ‘조율된 피아노를 건드린 범인’이 되어버린 선재는 공연장 주변을 맴돌며 쫓기다가 그의 실력을 대번에 알아본 오혜원의 남편 강준형 교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그리고 강준형은 그를 자기 제자로 삼을 생각으로 아내인 혜원에게 선재의 연주를 오디션삼아 들어보라고 부탁하게 된다. 


이 드라마가 힘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등의 다양한 클래식 음악들 덕분이 아닐까 한다. 우에노 주리가 나왔던 화제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볼 때도 그랬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클래식을 연주하는 장면은 늘 박력이 넘치고 새로우며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영화 [샤인]에서 데이비드 헬프갓이 빗속을 뚫고 술집으로 들어와 격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던 장면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 드라마에서도 유아인이 자유롭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지켜보던 김희애는 단숨에 그의 재능에 매료되어 몰래 눈물까지 흘린다.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근육질의 남자가 일렉기타를 연주하는 모습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상한’ 매력까지 있다. 



아직까지는 둘 사이에 연애는 없다. 그냥 순수하게 음악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청자들도 그 느낌을 안다.누군가를 알아보는 기쁨, 누군가에게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뿌듯함… 그 여운. 물론 여러 매체에서 이미 본 ‘화제의 키스신’ 이후로는 많이 달라지겠지만. 


이 드라마는 첫회부터 만만치 않은 속도감을 자랑한다. 콘서트 시작 전의 팽팽한 긴장감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잘 버무려 넣었고 예술재단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이해하기 쉽도록 대사 속에 자연스럽게 잘 녹여낸다. 음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입학비리와 비즈니스적인 이합집산, 암투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 잡념 없이 클래식을 연주하는 소년의 순수함이 있다. 게다가 고상한 척하던 심혜진과 김혜은의 ‘화장실 격투신’, 김혜은과 김희애의 ‘사무실에서 집어던지기신’ 등 단도직입적인 묘사들과 ‘전화녹음내용 까발리기’ 등도 통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지상파라고 점수를더 주고 종편이라고 무시하지 않는다. [밀회]는 연출과 각본, 연기 모두 수준급 이상인 웰메이드 드라마다. 게다가 트렌드로만 따져봐도 꽤나 앞선 감각이다. 다시 말하느니 입만 아프겠지만 역시 문제는 ‘콘텐츠의 질’ 이라는 평범한 결론이다. 언제나 센 놈이 이기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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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이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사실 저와 저의 아내 윤혜자에게는 분수령이 되는 날 찍은 사진입니다. 이른바 '오십만 원짜리 소주 사건' 일어난 날이지요.


제가 프리랜스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던 시절, 직장 동료의 소개로 어떤 디자인 업체와 일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을 즈음, 디자인 부띠끄의 대표가 대뜸 소주나 하자며 저를 불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도중에 만나 술을 마실 정도의 사이가 아닌데 불러내길래 의아해 하면서도 저는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압구정동의 전집이었습니다. 저와 디자인 업체 대표, 그리고 저를 소개해 동료까지 나와 셋이 모여 술을 마셨습니다.


소주가 서너 들어가자 그 대표는 제게정말 미안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카피료를 오십만 원만 깎아줄 있겠느냐?” 묻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사정이 어려우면 이렇게 따로 불러내서 그런 부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죠. 그깟 오십만 , 하면서 말이죠. 사업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생기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술을 마시며 생각해 보니 제가 지금 얻어 마시고 있는 소주가 바로 50 원짜리 소주더군요. 에라, 병신아… 순식간에 스스로가 한심해졌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대범한 계속 술을 마셨죠. 멍청하게 술을 마시며 건너편을 쳐다보니 술을 마시고 있는 손님들 하얀 벽에 누가 화를 내는듯한 그림을 그려놨길래, 재밌는데? 하고 휴대폰으로 사진도 한 방 찍었습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카피료 삭감에 성공한 그 대표는 대단히 만족한 표정으로 소주값을 내고 돌아갔고 제 동료도 일이 있다며 곧 일어섰습니다. 졸지에 혼자가 저는 아까보다 좀 더 기분도 나빠지고 술도 모자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어디가서  생맥주라도   하고 집으로 들어가자고 결심했습니다. 역시 지금은 없어진 가로수길의아지트라는 단골 바에 갔습니다. 딱 오백씨씨 한 잔만 하기로 했기 때문에 테이블 하나를 다 차지하기도 그렇고 해서 카운터에 딸린 바에 앉아 생맥주를 주문했습니다. 마담과 가볍게 대화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앉아 혼자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하더군요.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도 저도 그 가게의 단골이었으니까요. 


"그거, 한 잔 만 마시면 안 돼요?” 

“네. 그러세요.” 


저는 그녀에게 보드카를 한 잔 얻어마시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윤혜자라고 했습니다. 몇 번 스쳐 지나며 만난 적이 있었으나 이름을 안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저는 휴대폰에 그녀의 이름을 저장하고 생맥주 한 잔과 보드카 두 잔을 마시고 일어났습니다. 왜 벌써 일어나나고 묻길래 오늘은 딱 한 잔만 더 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 마시면 취해서 실수할 거 같아서, 라고 고지식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날이 2011년 4월 1일, 거짓말 같은 만우절이었습니다. 



그리고 5월 23일 저녁, 그녀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고노와다에 소주 한 잔 하실래요?”라는 문자를 보내온 날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해습니다. 고노와다(해삼 내장)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그녀가 말하더군요. 그날 제가 무척 외로워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지분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일어서는 뒷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물론 그때는 우리가 이렇게 결혼까지 해서 살게 될 줄은 몰랐죠.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이렇게 ‘천 일’을 맞이하게 될 줄도 몰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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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점에 가면 주로 소설책 코너에서만 서성이는 ‘이야기 중독자’이지만 뭔가 아이디어에 쫓길 땐 남들이 써놓은 ‘아이디어 내는 법’ 같은 책들도 자주 삽니다. 이번에 프리랜스 카피라이터 김하나가 쓴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도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그런 심정으로 산 책입니다. 


주인공이 종로구 누하동에 있는 조그만 술집(이곳의 사장 황영주는 실제로 지은이의 오랜 친구라고 합니다)에서 어떤 모르는 남자와 ‘미스티’라는 노래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로, 또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설정의 책입니다. 대화체로 계속 이어지다 보니 다른 실용서처럼 딱딱 떨어지는 맛은 덜하지만 이런저런 상식들을 토대로 ‘아무 것도 아닌 것들도 다 훌륭한 아이디어로 변할 수 있’고 ‘별 생각 없이 지나치는 것들이나 역사 속의 사건들에도 사실은 굉장한 아이디어들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어 시시때때로 가볍게 들춰보기 좋습니다. 


오늘도 막연한 마음으로 책을 읽다가 신영복 선생에 대한 다음 글을 발견했습니다. 








그녀 : 제가 ‘신영복식 층간소음 해결법’이라고 부르는 건데요. 언젠가 신문에 실린 신영복 선생 인터뷰를 봤더니, 위층에서 쿵쿵 뛰는 애가 있으면 올라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면서 얼굴도 보고 이름도 묻고 해보라는 거예요. 그러면 좀 낫대요. 

나 : 왜요? 

그녀: ‘아는 애가 뛰면 덜 시끄럽다’는 거예요. 

나 : 허! 완전히 다른 방향의 해결책이네요. 

그녀 : 네. 전 이 얘기를 듣고 너무 좋았어요. 생각의 방향이 틀어지는 게 느껴지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들을 못 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어디 되나요. 아파트라는 주거형태의 한계상 아무리 소음을 줄이는 설계를 해도 윗집에서 애가 뛰면 울리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신영복 선생의 상자는 물리적 완화가 아니라 심리적 완화라는 결론을 도출한 겁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상황이 마음에 안 들면 항의를 하거나 규탄을 합니다. 신영복 선생은 위층 사람에게 항의를 하는 대신, 그 상황을 나아지게 할 현명한 아이디어를 냈지요. 

동시에 이 이야기는 소통을 강조하는 선생의 뜻을 전달하는 도구로도 쓰이고 있지요. 층간소음 얘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아이디어이기도 한 겁니다. 




신영복 선생의 정신세계는 정말 섹시하지요? 이 이야기는 당장 그대로 따다가 어느 건설회사나 통신회사의 기업PR로 써도 손색이 없을 것 같네요. 전 책 한 권에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나 소재 한 가지만 건져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시집에서도 딱 시 한 편 건지면 좋은 거구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벌써 본전은 넘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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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가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한 번은 야유회를 간 적이 있습니다. 광고회사답게 야유회도 늘 재밌게 진행이 되기 마련이었죠 그 해에는 아예 이벤트회사를 불러 행사 진행을 했고 응원전을 도와주기 위한 컴페니언걸들도 왔었습니다. 선수들이 청백군으로 나뉘어 운동 경기를 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응원단이 되어 짧은 치마를 입은 컴페니언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응원을 하다가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다들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임원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어여뿐 컴페니언걸들이 지나갈 때 회오리바람이 불어 그녀들의 치마가 확 올라가지 뭡니까. 순간 저는 보았습니다. 응원석에 앉은 우리들은 물론 임원석에 앉은 점잖은 임원들의 눈동자까지 일제히 그녀들의 앙증맞은 팬티에 가서 꽂히는 것을. 

 어차피 치마 속에 뭐가 있는지 티셔츠 안에 뭐가 있는지 다 알면서도 왜 우리들은 치마가 올라가거나 티셔츠 사이로 가슴골이 보이기만 하면 반드시 쳐다보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본능이기 때문이겠죠. 남자들은 여자의 나체사진을 보는 순식간에 동공이 두 배로 확대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하긴 치마가 올라가도 다들 무덤덤하면 곤란하겠죠. 다들 도 닦는 스님들만 살면 이 세상에 사랑도 번식도 그만큼 줄어들 테니까요. 


 ‘치마가 올라가면 눈이 돌아간다’는 인간의 속성을 이용한 광고들. 참 짓궃으면서도 귀엽네요. 역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 아이디어들이 눈에도 띄고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아디다스가 만든 바이럴 영상을 보면서 바람 불면 치마가 올라가는 팬티 옥외광고가 생각나서 인터넷으로 그 사진도 오랜만에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치마가 올라가는 아이디어라 그런지 금방 찾아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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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 보이가 어떻게 페인트 업계를 뒤흔들었는지 아는가? 이건 너무 간단해서 무서울 정도다. 그들은 깡통을 바꿨다. 더치 보이는 운반하기 쉽고, 페인트를 붓기 쉽고, 닫기 쉬운 페인트 용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용기에 가해진 몇 개의 뻔한 변화가 더치 보이 매출을 엄청나게 끌어 올렸다." 


오랫만에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를 들춰보니 두세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길을 가다 보면 도처에 콜럼부스의 달걀이요, 마시다 보면 도처에 원효의 해골물이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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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오늘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본 옥외광고 두 편만 소개하죠. 





말이 필요없는 압축이죠? 







3M의 강화유리 광고는 더 죽입니다. 

실제로 가짜 돈 300만 달러를 넣어 놨다네요. 

누구나 지나가다 한 번 깨보고 싶어지겠죠? 

그러나 3M 강화유리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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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통찰력과 막강한 연기력의 행복한 만남 – [마지막 4중주] 






주먹으로 맞아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데니스 호퍼는 자신을 고문하던 마피아들에게 담배를 하나 달라고 해서 맛있게 빤 다음 엉뚱한 얘기를 시작합니다. 그것도 아주 침착하고 흥미롭게 빙글빙글 웃어가면서.  “난 책을 좋아하지. 특히 역사책을 많이 읽었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한 가지 가르쳐 줄까? 니네 시실리아인들은 원래 곱슬머리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천 년 전쯤에 무어인들의 피가 섞이면서 그렇게 된 거지. 깜둥이 말야. 그러니까 시실리아인들은 죄다 깜둥이의 종자인 거라고…니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가 깜둥이들하고 그짓을 한 거야...” 


얘기를 들으며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던 보스 크리스토퍼 월큰은 나중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그만 킥킥킥킥 웃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데니스 호퍼도 그의 약을 올리느라 마주 보고 더 크게 웃죠. 하하하하하. 자세를 수습하려 돌아서던 월큰은 손으로 데니스 호퍼를 가리키며 다시 한 번 포복절도를 합니다. 아아, 이 새끼 봐라 진짜 웃기네, 하는 표정으로 웃음을 흘리던 크리스토퍼 월큰, 결국은 참지 못하고 부하의 권총을 뽑아서 단숨에 데니스 호퍼를 쏴죽여 버립니다. “1984년 이후로 내가 누군가를 직접 죽이는 건 니가 처음이야!”라는 말과 함께. 



기억 나세요? 얼마 전 자살한 토니 스코트 감독의 영화이긴 하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선 무명 시절의 쿠엔틴 타란티노 시나리오로 더 유명한 영화 [트루 로맨스]의 한 장면이죠. 여기 나오는 크리스토퍼 월큰은 정말 카리스마가 넘치는 악역 전문 배우입니다. 몇 해 전 인사동에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친구들 영화제’가 열렸을 때 아벨 페라라의 [킹 뉴욕]을 추천했던 류승완 감독은 영화가 끝나고 열린 간담회에 나와 “우리 월큰 형님이 나오는 장면에서, 우와!…”라고 흥분하며 크리스토퍼 월큰을 기렸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에서 여자 승객의 돈을 빼앗는 지하철 강도에게 “야, 그러지 말고 차라리 이건 어때? 하고 자신의 지갑 속 돈을 던지며 “생각 있으면 나중에 한 번 찾아오라” 고 말하는 장면은 실제로 월큰의 경험담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눈빛 카리스마가 장난 아닌 배우라는 얘기죠) 


자, 그런 전설적인 악역 전문 배우가, [퓨너럴]에서 숀 펜의 동생 크리스 펜과 함께 사악하게 웃던 그 보스가, [디어 헌터]에서 단 한 발의 탄환이 든 권총을 머리에 대고 끊임없이 러시안 룰렛을 해대던 그 슬픈 또라이가 [마지막 4중주]의 첼리스트로 나온다니. 얼른 상상이 안 갔습니다. 물론 크리스토퍼 월큰이 코미디 영화에 전혀 출연을 안 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가 기억하는 그는 백 번 양보해도 [수어사이드 킹]같이 살짝 맛이 간 상황의 ‘납치 당한 보스’라도, 결국은 카리스마 작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불이 꺼지고 [마지막 4중주]가 시작되고 나니 조직의 보스 월큰 형님은 어디 가고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 고뇌하는 노장 첼리스트가 거기 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푸가’라는 세계적인 쿼텟의 리더인 피터는 자신이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새 첼리스트를 구하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곡으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결정합니다. 


얘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피터가 빠지게 된다는 건 25년 간 지속되었던 네 사람의 팀웍이 깨진다는 얘기죠.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제2바이올린인 로버트는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 받쳐주는 역할만 하긴 싫다며 앞으론 때에 따라서 자신이 다니엘 대신 제1 바이올린을 맡을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다니엘이 당황하는 것은 물론 로버트의 아내이자 쿼텟의 비올라 연주자인 줄리엣도 곤혹스러워 합니다. 그동안 모두의 아버지와 같았던 피터의 리드 하에 가려져 있던 멤버들의 질투, 갈등, 욕심 등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상황인 것이죠. 


자신을 만류하는 줄리엣에게 화가 난 로버트는 홧김에 알고 지내던 조깅 파트너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그 사건 때문에 둘의 사이는 더욱 벌어집니다. 게다가 로버트와 줄리엣 사이에서 태어난 대학생 딸에게 바이올린을 지도하던 다니엘이 그녀와 사랑에 빠져 동침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습니다. 얼핏 단조롭고 고귀한 척 할 수도 있었던 극은 이처럼 클래식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 ‘막장스러움’을 통해 인간적인 온기와 삶의 신산스러움을 함께 갖춘 입체적인 텍스트로 발전합니다.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던 피터는 자신이 마지막 연주곡으로 선택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의 의미에 대해 질문합니다. 


“당시엔 4악장으로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 곡을 7악장으로 구성했으며, 악장 사이에 쉬는 시간 없이 바로 연주하도록 했다. 40분 동안 쉼 없이 계속 이어서 연주해야 하는 이 곡은 연주하는 동안 악기의 튜닝이 풀리거나 연주자들의 하모니가 망가지기 마련이지. 그렇다면 연주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베토벤의 주문을 어기고 중간에 잠시 멈춰서 조율을 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연주자들에게 자신의 연주를 맞춰 가며 끝까지 계속 쉬지 않고 연주해야 할까?” 


좋은 텍스트엔 언제나 ‘인생의 메타포’가 들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죠. 다큐멘터리를 찍던 야론 질버만 감독은 극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베토벤의 곡을 통해 이기심과 이타심, 화합과 개성의 관계, 그리고 직업과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지죠. 



이처럼 명확한 컨셉과 만듦새를 가진 이 영화는 기가 막힌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욱 빛이 납니다. 무슨 연기를 시켜야 저 사람이 연기 못 한다는 소릴 한 번 들어볼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무슨 연기든 완벽하게 해내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물론 , 다니엘 역의 마크 이바니어와 줄리엣 역의 캐서린 키너도 명불허전입니다. 


리허설을 하면서 호흡을 고르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배우들의 긴장된 손끝 연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요. 젊었을 때 카잘스와 만났던 장면을 회상하며 즉흥적으로 첼로를 켜는 크리스토퍼 월큰의 몸짓과 연기를 무슨 단어로 표현해야 적당할까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이 악기를 연주할 땐 정말 악기를 배워서 실력으로 연주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멋진 음색들이 계속 흘러 나옵니다. 


영화는 네 사람이 무대에 서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연주 도중 한 사람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연주는 계속 이어지죠. [마지막 4중주]. 이 영화는 텍스트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막강한 연기력이 만나면 얼마나 멋진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게다가 귀를 황홀하게 해주는 정상급 연주들을 한 시간 반 동안 실컷 들을 수 있습니다. 얼른 가까운 극장으로 가십시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땐 아마 "아, 오늘 술 약속 취소하고 극장으로 오길 정말 잘 했어."라는 생각이 절로 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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