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만들다보면 신기하게도 똑같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어제도 외국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그런 TV-CM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미켈럽이라는 맥주 브랜드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의 아마로 몬테네그로라는 위스키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두 광고 다 A.I가 등장합니다. 운동이든 게임이든 심지어 악기 연주까지 인간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선보이죠. 하지만 일을 끝내고 저녁에 한 잔 하는 즐거움까지 인간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통찰을 술 브랜드와 절묘하게 엮었습니다. 

문제는 그 전개가 너무 똑같다는 것입니다. 만듦새나 스케일을 봐서는 누가 누구 것을 베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연의 일치로 그런 것이겠죠. 저도 오래 전에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SK텔레콤 광고를 할 때였는데 저희가 만든 광고에 나온 로봇과 비슷한 로봇이 일본 CM에도 나온 것이었습니다. 시기도 비슷했구요. 그래서 아주 곤욕을 치뤘습니다. 이 광고도 그런 경우라 여겨집니다. 지금쯤 두 회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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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vcf.co.kr/YCf/V.asp?Code=A000356796


저희 회사가 찍은 첨단 블랙박스 '아이나비 커넥티드' 광고가 온에어되었습니다. 

아이디어 내고 카피 쓸 땐 열심히 했는데 정작 강소라 씨 촬영할 땐 바빠서 촬영장에 못 갔네요. 그러나 메시지도 분명하게 전달되고 전체적으로 광고가 깔끔하게 잘 나와서 기쁩니다. 

주차장에서 누가 접촉사고를 내면 다른 곳에 있는 차 주인에게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정보가 전달되는 첨단 제품입니다. 저도 차를 사게되면 이거 달아야겠는데요? 제품력 좋으니까 많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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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프리랜스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 모 그룹 회장님의 '추모 영상’을 만든 적이 있었다. 병원에 있는 회장님이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에서 틀어놓고 하객을 맞을 중요한 영상이었다(대기업엔 그런 의전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회장님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공부를 하고 그분의 인품과 업적이 드러나도록 정성을 다해 추모 카피를 썼다. 같이 일하던 PD도 열심히 관련 자료를 모으고 편집을 해서 썩 괜찮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았다. "큰 산이 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카피도 심금을 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오랜 기간 혼수상태에 있던 회장님께서 좀체 돌아가시질 않는 것이었다. 처음엔 다행이라고 얘기를 하긴 했지만 막상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딱히 할 일이 없던 홍보실 직원들이 틈만 나면 우리를 불러 추모영상을 수정하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거듭되는 수정에 지친 우리들은 급기야 저녁에 모여 소주를 마시며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회장님이 돌아가 주셔야 수정 편집도  끝나고 대금 결제도 될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우리의 바람과 상관 없이 결국 회장님은 돌아가셨지만 맹세코 그때 말고는 '누가 죽었으면' 하고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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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성비하 발언을 하는 건 하는 건 아마도 세계 공통인 모양입니다. 게다가 그 남자들이 공사판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 같은 경우라면 더 더욱. 여기 한 편의 광고가 있습니다. 건설현장 노동자(일명 노가다 아저씨들)가 지나가는 여자에게 냅다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어이, 아가씨 이쁜데~! 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어이~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그 옷 잘 어울려요, 라고. 공손하게 말합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게 뭐지...? 하고 있는데 한술 더 떠서 "추잡한 말 하나 해줄까? 성 편견!"이라고 외칩니다. 그걸 보고 처음에는 '저것들이...' 하고 황당해 하던 여성들은 결국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립니다. 여성 차별이나 인권에 대한 공익광고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기가 막힌 반전이 있습니다. 

넌 배고플 땐 니가 아니야(You're not you when you're hungry). 

스니커즈가 글로벌 캠페인으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바로 그 슬로건이군요. 평소엔 할 리가 없고 제정신이 아닐 때나 할 수 있는 여성 존중 멘트들이라니. 전 세계 어디서나 여성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제품 특성과 유머에 버무려 역설적으로 잘 표현한 광고입니다. 

지난 해 헐리우드에서 촉발된 '미투'운동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페미니즘 논쟁이 굉장했었죠. 저도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지내다가 아내가 "늦은 밤 택시 탈 때 여자들이 느끼는 공포를 남자들은 절대로 알지 못해'라고 하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공부해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은 아주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남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을. 역사를 뜻하는 단어 'History'도 남자(He)의 이야기(Story)라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하니 남성 중심의 역사는 참으로 길고도 끈질긴 것 같습니다. 저처럼 평소에 '공처가의 캘리'를 쓰진 않더라도 여자를 좀 더 존중하는 남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qvnJSGjk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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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누가 "박수!" 하면 "네~" 하고 대답하던 카피라이터 후배. 이름은 박수연이고 나이는 아직 이십 대인 이 년차 카피라이터. 어리다. 

자기소개서에 '카피 쓰는 할머니'로 늙는 게 꿈이라고 써서 뽑았지만 정말 그런 꿈을 꾼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회사 사람들이 워낙 밥을 먹지 않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밥을 먹지 않아 단식의 정점을 찍었던 인물. 밥은 하루에 한 끼쯤 겨우 먹는 눈치고 술은 전혀 못 마신단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느냐고 물었더니 '운전'이라고 대답한다. 근데 넌 차가 없잖아? 라고 물으니 그래서 주말이면 꼭 청주로 가서 아빠 차를 끌고 나와 광란의 질주를 한다고 고백을 하는데(물론 그것도 백 프로 믿진 않는다). 

박수에게 약간 충격을 받은 건 손목에 새긴 '337'이라는 문신을 보았을 때. 삼삼칠 박수.

자신의 별명을 가지고 몸에 문신을 새긴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아이에겐 그게 쉬웠나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쉽게 해버린 사람은 나중에라도 어려운 일을 쉽게 할 가능성이 크다. 

박수가 그랬다. 처음엔 잘 못하더니 금새 실력이 늘었다. 아이디어도 잘 내고 PPT도 예쁘게 잘 만들었다. 카피의 기본기도 튼튼해졌다. 

이거 박수 쳐줄 일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2층 회의실 앞에서 너무 미안한 얼굴로 저 회사 그만둘지도 몰라요, 라고 냅다 말하는 것이었다. 떨어질 게 뻔하지 뭐, 하고 그냥 한 번 응시해 본 광고대행사에서 제꺼덕 합격 통지가 왔다고 한다. 

억울하지만 할 수 없다. 
잘가라, 박수. 

박수칠 때 떠나니 좋구나.

계속해서 박수 안 받아도 좋으니까
거기 가선 설렁설렁 일해라.
야, 속았구나 소리 나오게.
그래도 걔네들 너 못 짤라.
요즘 워낙 초년차 카피라이터 귀해서.


#그래서카피라이터구합니다 #추천해주세요 #초보환영 #경력대환영 #빡세게이삼일 #저와한팀에서일합니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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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516



저희 팀이 박호산 배우와 함께 제작한 '화재 안전' 공익광고 인터뷰 기사가 났네요. 코바코 공익광고팀 정준형 차장님이 인터뷰에서 기획과 쵤영 당시의 자세한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셔서 영상 제작 책임자인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기존 매체에선 보기 힘든 TV-CM 30초 버전도 한 번 감상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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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vcf.co.kr/YCf/V.asp?Code=A000342766



'영화에는 예고편이 있지만 화재에는 예고편이 없습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아...그리고 박호산이 제 동네 후배입니다, 라고 얘기했더니 심사위원들이 와하하 웃었고 저는 순간 우리 아이디어가 일 등으로 뽑힐 것을 예감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심사위원 중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이제 공익광고도 좀 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때요? 이런 공익광고, 감당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번 공익광고의 주제인 '화재 안전' 편은 최근 부쩍 늘어난 대형 화재 사고로 인한 피해들을 돌아보고 불의 무서움에 대한 전 국민적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만든 공익광고였습니다.  다들 모여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을 내고 옥신각신하다가 막내 카피라이터 박수가 가져온 '영화 예고편' 아이디어가 재미 있어서 최종적으로 그걸 다듬고 발전시켰습니다. 연기력 좋은 모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더 좋겠다는 얘기가 있어서 제가 그 자라에서 배우 박호산에게 전화를 걸어 출연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이세돌 씨와 찍었던 '경쟁위주 사회문화' 이후 오랜만에 만드는 공익광고라 욕심을 좀 부렸습니다. 촬영날은 하루 종일 겨울비가 내렸는데 문미영 감독과 스태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고 박호산과 다른 조연배우들의 열연이 있어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애정어린 마음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교조적이거나 뻔하지 않은 공익광고라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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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놀라운 영상미와 공간감각에 감탄합니다. 기획력도 뛰어나구요. 

이 정도면 콘텐츠 자체가 예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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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W9EHsn-9oto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홍보영상에 인공지능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죠? 저희는 수십 년 후 미래의 세계에서 인공지능의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A.I들이 인간과 전쟁을벌였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던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에서 해마다 만드는 '국가이미지' 필름을 이번에 저희 회사가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쟁PT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따내긴 했지만 막상 제작 단계에 들어서자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올해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해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동시에 올림픽 홍보까지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희는 문체부 담당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몇 달 간 회의를 거듭한 결과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A.I)들이 인간들과 십 년 전투를 벌여 패배한 뒤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A.I '케이'가 인간에 대해 연구하면서 대한민국의 '잔치'라는 축제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어쨌든 저희가 꾸민 얘기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들에게 처절하게 패배합니다. 화력으로는 우세했던 인공지능들이 결국 인간을 이길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그것은 인공지능은 가지고 있지 않은 마음이나 열정, 또는 평화에 대한 인간들의 열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모델료가 굉장히 높은 유명 한류스타(영화배우였습니다)가 저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마음에 든다며 기꺼이 출연료 없이 A.I역할을 맡아주겠다는 러브콜을 보내오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결국 포기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오디션을 거쳐 가장 신비롭고 무국적의 A.I스러운 인물을 뽑을 수 있어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할 수 있었습니다(한국인입니다-그래도 우리나라 홍보물인데 금발의 외국인을 쓰는 건 좀 그렇죠). 어제부터 유투브에 릴리즈가 되었는데 결과가 어떨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호의적인 반응이 들려오고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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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제과에게 빼빼로데이는 중요한 날이다.이 기념일은 기업측에서 유포한 게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날이라 더 자랑스러워 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11월11일이 빼빼로데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혹시 한 번쯤 "11월 11일은 농업의 날입니다. 장애인의 날이기도 하구요. 롯데 빼빼로가 알려 드렸습니다" 같은 광고를 내보내면 어떨까. 새로 온에어된 빼빼로 광고를 오늘 아침에 보고 문득 든 생각이다. 물론 그 기업의 정서로는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http://www.tvcf.co.kr/YCf/V.asp?Code=A000329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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