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옆집 남자가 지나간다. 늘 비슷한 표정에 약간 수수한 옷차림을 한 평범한 남자다. 뭐 하는 사람일까. 애가 하나나 둘 정도 있는 것 같고 그냥 회사원이 듯 보인다.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거나 한밤중에 다투는 소릴 듣지 못한 걸 보니 가정 문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냥 소심하게 집과 회사를 왔다갔다 하고 주말이면 하루 종일 밀린 잠이나 쳐자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아재'겠지 뭐.


그런데 만약 이 아저씨가 알고 보니 아마존을 안방 드나들듯 하는 '직구족'이고 해외와 국내를 가리지 않는 여행광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낭만파라면? 심지어 집에서 멸치육수를 만들어 때때로 국수도 삶아먹고 김치찌개도 끓여내는 요섹남에 SNS와 블로그로 젊은이들과도 자유자재로 소통하는 네티즌이라면?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 소리다. 에이, 지가 무슨 차승원도 아니고. 옆집에 무슨 그런 수퍼맨이 살아?


 

이경수의 신작  에세이 <옆집남자가 사는 법>은 그런 수퍼맨이 옆집에 사는 것도 모자라 자기집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그런 '수퍼맨스러운' 일들을 매일 수행하며 살고 있노라고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생활백서다. 말하자면 이건 이름조차 평범한 이경수라는 50대 초반의 대한민국 남자가 어떻게 평범한 아재에서 수퍼맨으로 거듭나게 되었는가를 알려주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이경수는 말한다. 품안의 아이들도 어느덧 다 컸고 평생을 따라다니던 생계 걱정도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거울에 비친 스스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나 자신은 어디 가고 텅빈 껍데기만 남은 듯 공허해지더라. 아, 그동안 나는 무얼 하며 살아왔던 것일까. 억울하다. 지금부터라도 나 자신을 위해 살 순 없을까. 


저자는 조금 엉뚱하게도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그 답을 찾았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는 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가진 커플을 꼽는다면 단연 용이와 월선이일 것이다. 이어질 만하면 다른 여자가 끼어들고 맺어질 만하면 다른 사건이 끼어들어 끝내 부부의 연을 맺지 못했던 두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뜨겁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두 남녀. 그런 월선이 암에 걸려 용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려 한다. 친엄마도 아닌 월선을 끔찍이 따르던 아들 홍이는 죽어가는 월선을 챙기라고 제 아비를 닥달하지만 산판에만 머물며 꿈쩍도 안 하던 용이는 월선이 위독하다는 말을 들은 뒤에도 한참 후에야 그녀를 찾아가 '츤데레 화법'으로 묻는다.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눈물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경수는 바로 이 장면에서 보통 독자와는 사뭇 다른 걸 캐치해낸다. 난데없이 '여한'이라는 단어가 날아와 뇌리에 콱 박힌 것이다. 그래, 나도 생의 마지막을 맞을 때 누가 "니 여한이 없제?" 하고 물으면 "그래, 아무 여한도 없다"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면 자기가 먼저 미련 갖지 않도록 여한이 없이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자동으로 미쳤다. 


행복을 위한 첫 번째 실천으로 그는 쇼핑에 나선다. '아마존 직구'를 통해 50인치 LED TV를 구입하기에 도전했던 것이다. 인터넷으로 각종 후기를 읽고 동호회에 가입하고 까다로운 해외 약관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제품이 도착한 뒤 마지막 '로컬 변경'까지. 처음 직구에 성공한 저자는 신이 나서 'Made in Germany' 압력밥솥을 구입해 부인에게 선물한다. 당장 가장으로서 아빠로서의 주가가 올라간 것은 물론이다. 



이경수는 이런 식으로 '여한이 없이' 세상을 즐기는 방법을 자신만의 '7가지 행복 동사'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쇼핑하다', '키우다', '홀로 서다', '운동하다', '추억하다', '여행하다', '소통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외출 하기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쉬운 것부터 하면 된다. 고양이 키우기에 메말랐던 감성이 훌쩍 자라기도 하고, 빨래나 청소도 제대로 하면 없던 재미와 보람이 생길 수도 있다. 걷는 일도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디테일'을 느끼며 걸으면 세상이 달라진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동성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여행은 그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정신적 휴식과 풍요를 선물한다. 



10년 전 <마흔의 심리학>을 통해 대한민국 40대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넸던 작가 이경수가 이번에도 특유의 쉽고 편안한 글로 50대 남자들을 위한 저작을 내놓았다. '50대에 해야 할 몇몇 가지' 같은 성공처세술 책에 지친 우리에겐 이런 된장국 같이 순하고도 밀도 높은 인생 안내서가 필요했다. 지금 서점에 가서 당장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시라. 이 사람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군,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얘기들이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져줄 테니. 



(마지막으로 저자의 가족들이 유럽 여행을 갔을 때의 한 단락을 인용하며 리뷰를 끝내고 싶다. 여행지에서의 여유와 즐거움이 흠뻑 묻어나는 흐뭇한 문장들이라 굳이 소개하고 싶어서 그런다)



캠핑장 중에는 수영장이 있는 곳도 많았다. 유난히 지치는 날은 돌아다니는 걸 그만두고 하루 종일 캠핑장에서 놀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느긋하게 책을 읽고, 그것도 지겨우면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스페인의 이름 모를 마을에 있는 캠핑장 수영장은 유난히 물이 깊었다. 수영장 일부 구역은 내 키를 훌쩍 넘었다. 처음엔 얕은 곳에서 놀다가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아이들과 잠수한 뒤 숨을 누가 오래 참는지, 돌 하나를 빠뜨려놓고 누가 먼저 찾아오는지 내기를 하며 놀았다. 그곳 날씨는 살이 익을 듯 햇살이 뜨거웠지만 습기가 없어 그늘이나 물속에 들어가면 서늘했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입술이 새파래질 때까지 놀다가 밖으로 나와 뜨거운 햇빛에 몸을 데웠다. 그리고 또다시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눈을 뜨고 올려다 본 하늘이 파랗게 흔들리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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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이루어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외로움'을 이겨낸다는 것이다. 스스로 홀로 되어 자신과 마주하고 세상과 독대하며 깊은 생각을 가다듬고 마침내 깨닫는 것, 이것이 모든 대가의 첫걸음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그랬고 수많은 음악가, 예술가들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홀로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독공]의 저자 배일동도 그런 사람이다. 가난 때문에 원양어선을 타다가 뒤늦은 나이에 소리를 배운 그는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 7년 간 산속으로 들어가 홀로 공부를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를 닦아세운 것이다. 그래서 [독공]은 우리나라 판소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철학적 본보기이기도 하다. 



그는 성숙한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재주와 정신이 함께 익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주만 있고 덕이 없어서도 곤란하고, 반대로 덕이 빛나지만 재주가 변변치 않아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소리공부를 하는 한편으로 수 많은 책들을 읽고 익혔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한낱 소리꾼인 그가 어찌 이리 많은 한자를 알고 이렇게 많은 동서양의 지식을 쌓았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책을 조금 더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가 공부를 택한 까닭은 이렇다. 외국 공연을 많이 다니면서 실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더불어 묻어오는 칭찬도 찬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외국 음악가나 예술 석학들로부터 어떻게 판소리에 대한 영어 이론서가 하나도 없느냐는 질문을 들은 후로는 그 많은 칭찬과 찬사가 졸지에 빛을 잃었다. 자신의 소리를 한 자락 들려주면 누구라도 단박에 눈물을 터뜨리게 할 자신은 있지만 조금만 더 학문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우리 판소리에 대한 변변한 책 한 권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진 것이다. 물론 그를 가르친 선배들 스승들도 훌륭한 사람들이었지만 문서상으로 이론적인 토대를 탄탄하게 쌓아놓은 이는 없었다. 


판소리의 역사는 삼백 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의 예술 철학이 담겨 있는데. 자칫 중국에서 들어온 것인가 하는 혐의를 뒤집어쓰기 딱 알맞은 조건인데.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던 그는 산에 있을 때 방 안에 벽지 대신 훈민정음 해례본을 붙여놓고 매일 들여다 보며 판소리의 발성과 장단 원리를 깨달으려 노력했다. 이러한 간절함 덕에 나날이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머릿속에 자신감과 할 말이 넘치게 되었고 마침내 책을 쓰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그가 고리타분한 이론가나 꼰대스러운 예인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남을 것이라는 예감은 그의 남다른 집필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판소리에 아이폰이라니! 그는 컴퓨터에도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 글쓰기에 애를 먹고 있었는데 우연히 스마트폰에 메모 어플이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쓰고 싶은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꾹꾹 자판을 눌러 글을 썼다는 것이다. 글쓰기부터 전통과 퓨전의 만남이요, 배일동과 스티브 잡스의 만남이었다. 


이는 ‘음양오행이나 동양철학들은 절대 관념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학문이 아니다. 우주의 엄연한 질서를 인간의 상세한 관찰로 이루어낸 위대한 자연법칙들이다. 현대사회에서도 그러한 철학들이 문화생활의 원리에 얼마만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그의 퓨전 철학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아무튼 스마트폰 글쓰기에 맛을 들여 허리가 비뚤어질 정도로 글을 생산해내느라 의사한테 야단까지 맞았다는 배일동은 마침내 우리 문화사에 의미 있는 족적이 될 [독공]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 이후에 판소리의 실제 이론을 다룬 제 2권이 곧 나올 예정이다. ‘명창’이라는 하드웨어적 자산에 ‘공부’라는 소프트웨어적인 추진력을 겸비한 그의 행보가 사뭇 궁금해진다. 그나마 우리 곁에 [독공]이라는 책이 방금 도착해서 여러모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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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브레이크]의 스코필드를 석호필이라고 부르고 가수이자 제작자인 토니 안을 '토 사장'이라 부르듯이 우리는 로버트 파우저 교수를 '파 교수님’이라 부른다. 이미 트위터의 유명인사이고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는 지식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가 이렇게 역사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민주사회에 대한 논리정연한 생각을 두루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 


로버트 파우저 교수의 신작 에세이 [미래시민의 조건]은 3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언어학자이자 교육자인 실천적 지식인 파 교수가 헬조선에 보내는 따뜻한 충고다. 일본어를 전공하던 학생이었던 로버트 파우저는 1982년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후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13년을 지내며 교토대와 서울대 등에서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를 번갈아 가르쳤다. ‘한국인의 따뜻한 정과 라틴적 감수성’에 매료되어 어느덧 이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던 그는 오랜만에 다시 돌아와 변해버린 한국에 놀란다. 그가 처음 봤던 활기차고 역동적인적인 대한민국은 어디 가고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날아다니는 체념의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꼭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촌에 한옥을 사서 다시 짓고 지역 공동체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기도 하던 그는 어느날 문득 서울대를 그만두고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떠나면 더 잘 보인다고 했던가. 29년만에 고향에 돌아가 한국생활을 반추하던 파우저 교수는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민주주의'로 귀결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한국인이 알아야 할 민주주의 사용법'이다. 

대한민국은 [이코노미스트] 민주주의 지수도 높게 나왔고 GDP도 2만달러에 달하는, 심지어 '2050클럽'에 속하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나라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차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가장 큰 원인은 사회 시스템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안위를 우선으로 여기는 '각자도생'의 생활방식이  온 나라에 팽배하게 되었다. 파우저 교수는 시스템 불안의 원인으로 혈연, 지연과 같은 '사회적 자본'에 집중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이 주목한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스펙을 많이 쌓고 이용할 수 있는 연줄은 다 걸어서 스스로 안전망을 만들어 놓아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파우저가 어떻게 서울대 교수가 된 것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들의 작용이었다. 로버트 파우저는 한국 학계에서 그리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뭘 시켜준다고 해서 금방 크게 자라 세력화 될 염려가 없는 인물인 것이다. 더구나 그가 '첫 외국인 국어교육학과 교수'가 되면 대외적으로 서울대 이미지도 올라갈 수 있다. 꿩먹고 알먹고인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파우저 교수가 우리 사회를 더 사심(?) 없이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런데 왜 '민주주의'인가. 파우저 교수는 언어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사람이다. 언어는 단지 말이나 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느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방식 등을 그대로 담고 있다. 따라서 언어에 능하면 그만큼 통찰력도 늘어나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는 모국어 하나만 하면 흑백의 세상을 사는 것이고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면 컬러 세상을, 세 개 이상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면 3D 세상을 사는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는 그가 수평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한국사회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큰 덕목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일본이나 미국이 나쁘고 한국은 무조건 좋다, 는 식의 단순무식한 사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사라진 활력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데 이는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까. 파우저 교수는 책의 첫머리부터 '시민'에 대해 이야기 한다. 중요한 모든 것들이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애초부터 한국어로 씌여졌는데 가만히 읽다보면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시민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훓어보는 세계사와 근대사는 마치 중고등학교 교과서처럼 짧으면서도 요점적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중간중간부분은 인간적인 체취가 넘친다. 맨 뒤쪽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글도 있는데 막상 그의 생애와 관심사에 관해 우리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아 놀라웠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래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비전은 얘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현황을 보고 제시한 비전과 비교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논의할 수도 있다. 미래 비전은 사실 또는 진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며, 따라서 이 책은 미래에 대한 희망 이야기인 셈이다.



파우저 교수는 책을 통해 우리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에 어떻게 하면 '헬조선'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의 단초들을 던져준다. 지금처럼 각자 스펙을 쌓아 남들을 짓밟고 올라가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 갑자기 메시아가 나타날 리도 없다. 각자의 올바른 생각과 참여를 통해 시민의식을 깨우는 것만이 방법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좀 더 발전적인 공동체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파우저 교수는 이를 '국민'의 사고에서 공동체 주인으로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역설한다.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라는 장 자끄 루소의 말이 있다.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기에 로버트 파우저 교수 같은 지식인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얇은 책이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무게는 만만치가 않다. 일독을 권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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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냐고 묻는 책 - 김현성의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 



오래 전, 조영남이 TV 독서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쓴 새 책 <예수의 샅바를 잡다> 얘기를 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여자 아나운서가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첫째는 섹스”라고 대답했고(아, 역시! 하고 아나운서가 아뿔싸 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두 번째는 공부” 라고 했다. 아, 공부라니. 천하의 ‘논다니’이자 스캔들 메이커인 조영남이 섹스를 좋아하는 거야 너무도 당연하지만 두 번째는 돈도 술도 권력도 음악도 아닌 공부라니. 


물론 나는 그때 조영남이 말한 공부가 도서관에 앉아 수험도서를 읽고 시험을 치루고 하는 공부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그리고 그것은 뮤지션 출신의 신예 작가 김현성이 쓴 첫 번째 감성에세이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를 읽어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도대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잘 알기 위해서,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 걸까. 



김현성의 책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는 연애의 끝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작가는 누군가와의 헤어짐이 새로운 성찰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는 뭘 하면서 살면 행복할까, 라는 인생고민을 풀기 위해서 여행을 결심한다. 여행. 그것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바라보는 행위이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스스로를 객체로 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이는 가득 차고 있는데 가진 것은 텅 비어 간다’ 


여행을 떠나기 전 김현성이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 글이다. 이건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느끼게 되는 감성인데 문제는 그때 바로 과감하게 여행가방을 쌀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깨달음이 있다 하더라도 그냥 생각만으로 그치면 그의 인생은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결국 여행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작가가 여행자가 되기 위해 가방을 꾸리는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알랭 드 보통이 가방에 대해 썼던 글과 철학자 장석주의 가방에 관한 글 들이 떠올랐다. 여행지로 떠나기 전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 비로소 한 개의 가방이 꾸려졌을 때, 그게 한 사람 인생에 필요한 모든 물건의 최소부피라는 그들의 글을.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잘 하는 바람에 우연찮게 가수가 되었던 김현성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는 순간 인생이 달라졌다. 문학을 만나고 나서야 자신이 뭘 해야 행복한지를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뮤지션의 길을 버리고 한예종에 들어가 공부를 했고 ‘서양철학의 형이상학적 해명’이라는 어려운 강의를 들으며 예술과 철학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낚시 애호가가 낚시를 할 때 가장 편하고 행복해하는 것처럼 김현성은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만큼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행복을 계속 누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태리와 파리 등 유럽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에피소드들은 때로는 정갈한 문장들로, 때로는 유머 넘치는 표현으로 읽는 맛을 더해준다. 나는 특히 가리발디역에서 무임승차를 했던 잘생기고 가난한 호텔리어 줄리안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고, 피렌체공항에서 약속한 후배가 오지 않자 괜히 옆에 있는 사람들이 소매치기 집단이 아닐까 걱정하며 오해의 파장을 키워나가다가 결국 선량한 흑인남자를 살인자로 만들어버리던(마마, 난 이제 사람 죽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지쳤다고요. 이젠 정말 조용히 살고 싶어. 그런데 마마, 저 동양인 새끼가 자꾸 우릴 빤히 쳐다보는데, 가서 확 죽여버릴까요?)장면을 읽고 많이 웃었다. 그리고 에밀 졸라의 흔적을 찾아 헤매던 파리는 물론 중세의 천재화가 조토의 벽화를 찾아나서는 책 말미의 이탈리아 여행 에피소드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다만 인생이라는 단 한 번 주어진 여정을 걸어가면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 여행이 될수 있을까 고민해본 과정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생각의 지도다. 나는 운좋게도 이 책의 초고를 먼저 읽어보는 행운을 누렸고 어쩌다보니 내가 제안했던 제목(원래는 ‘당신들처럼 나도 외로워서’였는데 작가의 최종 의견에 따라 ‘당신처럼’으로 바뀌었다)으로 책이 나오는 호사를 누렸다. 그러나 내가 지은 제목이라고 무조건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문장수업을 하고 생각의 결을 정련한 신예작가 김현성의 글들이 정말로 좋기 때문에 권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면서도 모두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요즘 사람들 틈에서 이 책을 펼쳐 읽는 당신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에서 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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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광고계 친구들과 신사동에 있는 대창집에서(그러고보니 이 대창집 주인도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원래 술 마시면서 일 얘기는 잘 안 하는 게 우리들의 불문율이었는데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대창구이에 소맥을 마시면서 광고 얘기를 제법 했다. 

“야, 광고엔 정답이 어딨냐. 그저 용기가 필요한 거지."
“그래. 광고도 여자도 다 용기야. 늘 용기 있는 놈이 먼저 먹는 거야...” 

다소 거친 표현이고 또 가정이 있는 몸이라 누가 이런 소리를 지껄였는지는 밝힐 수가 없다. 아무튼 뭐든 너무 범생이처럼 접근해서는 빅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건 우리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엄청나게 성공한 선배 광고인이자 [겁나게 중요한 충고]라는 책의 저자인 조지 로이스 할아버지도 수십 년 전부터 똑같은 주장을 해왔다. 


조지 로이스(‘루이스’가 아니다)는 ‘빅 아이디어 광고’의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사람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그림에 그치지 않았다.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아트 디렉터들에게는 '카피부터 시작하라’라고 충고하고 실제로 위대한 광고를 만든 아트 디렉터들 중에는 카피까지 직접 쓴 사례가 있음을 강조한다. 즉, 직종과 상관없이 그림으로 생각하든 글로 생각하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것이 없고 항상 '관습을 깨뜨리는 독창적이고 과감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전쟁에서 돌아와 일주일만에 CBS텔레비전에서 일자리를 구했을 때의 일화(33화 당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라!)는 그런 그의 스타일을 잘 말해준다. 방송국의 까마득한 디자이너 선배에게 보여줄 첫번째 디자인 시안을 들고 갔는데 정작 그 선배는 책상에서 자기 일에 골몰하느라 조지는 쳐다보지도 않더라는 것이다(미국에서도 신참자에 대한 선배들의 무시는 유구한 전통이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을 선배가 알고 있고 심지어 헛기침을 해도 돌아보지 않는 데 화가 난 조지는 밖에 나가 비서가 보고 있던 두꺼운 사전을 빌려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선배 책상에서 1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가슴 높이에서부터 사전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엄청난 소리에 놀란 선배는 그제서야 연필을 떨어뜨리고 고개를 들며 “오, 조지. 뭘 도와줄까?”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조지는 그 선배의 아내에게서 축하 전화까지 받았다고 한다. 전설 같은 이야기다. 






조지 로이스는 자신의 인생에서 최악의 슬로건은 “조지, 늘 조심해!”였다고 말한다.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 조심스럽다는 것은 똑같거나 평범해지는 지름길이며 결국 그 광고는 묻혀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가 만든 광고 중 무하마드 알리를 순교자 성 세바스찬처럼 표현한 에스콰이어 표지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 그는 인종차별이나 반전 등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위해서 그의 크리에이티브를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으며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남들이 안 될 거라고 하는 말에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도 충고한다. 이는 마치 어려운 일 앞에서 “해보기는 했어?”라고 물었다던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도 궤를 같이 하는 말이다.




‘나는 MTV를 원해’라는 캠페인에 주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을 때 그는 영국에 있는 믹 재거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MTV를 원해!”를 외치게 만들었고, 억울하게 300년형을 선고받은 허리케인 카터를 구하기 위해서는 밥 딜런을 찾아가 딜런에게 ‘허리케인’이라는 노래를 만들고 내친김에 콘서트까지 열게 했다. 밥 딜런은 이 곡을 가지고 ‘허리케인의 밤’이란 콘서트를 두 번이나 열었는데 한 번은 놀랍게도 감방 안이었고 두 번째는 메디슨 스퀘어 가든이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만약에…어떻게 될까?”라는 순진무구한 생각을 도중에 접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간 덕분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책에 담겨 있는 120 개의 충고 내내 잘난척을 삼가지 않는 조지 로이스 할아버지, 하지만 그는 정말 잘난척 할 만하다. 트렌드를 쫒아가는 것은 덫에 빠지는 일이며 ‘안전’은 죽음을 뜻한다고 외치는 그에게서 특히 존경스러운 점은 많은 광고인들에게 "왜 그냥 크리에이터로 남으려고 하느냐, 문화 선동가가 될 수도 있는데!”라고 선동한다는 점이다. 이천 년 전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에게 비슷한 소릴 하다가 독배를 받았지만 현대의 선동가 조지 로이스는 여든 살이 넘은 지금도 팔팔하게 살아서 현역 광고인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를 마구 던지고 있는 것이다. 


원제가 'Damn Good Advice'인 이 책은 아내가 출판기획자로 근무하는 세종서적에서 며칠 전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인데 난 기획자의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들보다 먼저 이 책을 접하는 행운을 누렸다. 교정쇄로 받아본 책은 일단 내용이 너무 쉬우면서도 통쾌하고 흥미진진했다. 120 개의 충고들은 짤막짤막한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서 아무 데서나 펴보기도 좋았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 개인적 친분이 있는 카피라이터 정철 선배와 CF감독 백종열 실장님에게 짧은 추천사를 부탁했는데 다행히 두 분 모두 흔쾌히 추천사를 써주셨다. 고마운 분들이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나도 그들과 함께 추천사 한 줄을 뒷표지에 같이 올리게 되었다. 내가 쓴 추천사는 다음과 같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동료에겐 추천하지 않은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배운 걸 당장 그 사람들에게 써먹고 싶은 욕망에 먼저 시달리게 될 테니까. - 편성준(카피라이터)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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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자기계발업계에서 '아침형 인간'이 크게 우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더라는 이론이었는데 그건 나처럼 잠이 많고, 특히 아침잠이 많은 인간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렇다고 야밤에 일을 잘 하는 스타일도 아닌 나는 그저 '느즈막히 일어나 최선을 다 하다가 해 지면 술 마시고 놀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정도의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던 터라 일찌감치 성공을 포기해야만 했다.


다행히 뜨겁던 '어얼리 버드' 열풍도 지나가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든 늦게 일어나든 신자유시대에 접어들어서는 누구나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도래함으로써 나 같은 사람이 오히려 희망을 품고 살아가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되었다.

라이프 코치 조정화가 쓴 [휴대폰 소녀 밈의 시간의 발견]은 어얼리 버드 열풍 이후 지금까지 여러 번 등장했던 시간 활용법에 대해 새로운 힌트를 제공하는 탄탄한 에세이다.

우선 반가운 것이 이 책은 '억지로 관리할 필요가 없는 시간관리법’을 표방한다는 사실이다. 즉, 정색을 하고 인생을 바꾸거나 할 필요 없이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인데, 조금 더 책 안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하루 24시간 중 우리가 정말로 일에 쓰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이나 학교까지 가는 데 한 시간 남짓을 사용하고 자기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볼 때도 일과 관계없는 인터넷 서핑이나 휴대폰 사용, 메신저 대화 등등으로 호시탐탐 방해를 받다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퇴근시간이 되기 일쑤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모자란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지은이는 일단 '시간의 상대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님과의 한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가지만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은 무간지옥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원리 말이다. 지은이는 최신 영화 [인터스텔라]까지 예로 들며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척'만 하는 우리들의 생활습관 또한 매섭게 지적한다. '멀티태스킹'이 그 예이다. 철학자 한병철도 얘기했듯이 현대인은 멀티태스킹과 어울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발달 등으로 인해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 결과 어떤 한 가지에 몰입하기는 더 힘들어진 것이다.

이 책은 멀티 태스킹에서 싱글 테스킹으로 가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 예를 들면 '불필요한 외부 정보를 차단한다', '자기만의 공간을 정한다',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등을 정확하게 조언해준다. 똑같은 시간이라도 몰입을 잘 하는 사람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왜 한 가지 목표에만 끝까지 매달리면 안 되는지,혼자 있을 때 뭘 해보면 좋은지 등등도 페이지마다 깨알 같은 실제 정보를 통해 전해준다. 이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처럼 애매하게 개인을 추궁하다 잠깐 위로하는 척하고 마는 슈퍼 베스트셀러들보다 나은 이 책의 미덕이다.


에우리피데스, 아우구스티누스, 벤저민 프랭클린, 허레이쇼 넬슨, J.P 모건, 장 폴 싸르트르, 톨스토이…등등 이 책에는 시간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위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철학자 한병철, 강신주,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 등도 기꺼이 출연해서 쓸모있는 통찰들을 들려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름난 사람들이 남긴 말들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문학적 주제와 상통하기 마련인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정화는 우리가 시간에 끌려다니면 시간의 노예가 되지만 시간의 주인이 되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노라고 단언하다. 그리고 '시간관리를 잘 하는 사람은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잘 사는 사람'이라는 통찰력 있는 결론을 내놓는다.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그런데 성공에 대한 갈망이 클수록 조급증을 낳게 되고 또 매순간 남과 비교됨으로써 끊임없이 시간에 쫓기게 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리고 성공을 이루어야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고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의 비극이다.

[휴대폰 소녀 밈의 시간의 발견]은 뜬구름 잡는 형이상학적 문장이나 간지러운 메타포 대신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을 짧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특히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휴대폰 소녀 ‘밈’ 의 활약이 크다. 밈은 SNS를 통해 유명해진 캐릭터인데 24시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휴대폰 중독자다. 어찌보면 이 책의 주제인 시간관리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셈인데, 이 아이가 보여주는 짧은 만화 속 행태들이 영락없이 현대 젊은이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공포심을 느끼고 액정이 깨지면 가슴이 찢어지는 아이. 왠지 하루 종일 휴대폰 속에 빠져 사는 현재 대한민국 도시인들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가.


내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이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백날 묻고 다녀봤자 속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이렇게 유용한 '참고서' 하나 읽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내가 이 책을 통독하고 느낀 점을 한 줄로 요약해 보라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시간을 잘 다루는 사람이 삶의 주인이다'

한 권 사서 휘리릭 읽고 친구에게 줘도 좋고 한 권 더 사서 들고 다니다 생각날 때마다 펼쳐봐도 좋은 책이다. 혹시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사랑 받을 가능성이 크다. 휴대폰 소녀 밈이 등장하는 만화 페이지만 대충 들춰보려고 펼쳤다가도 흥미롭고 공감가는 내용들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본문과 이어지게 될 테니까.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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