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를 보면 ‘나, 그거 인터넷으로 찾아봤어’라고 하는 말로 아예 “I googled it.”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죠. 그럴 정도로 구글은 이제 전 세계인들 검색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이 ‘대단한 검색 엔진’의 광고를 당장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면 과연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더구나 광고주께서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은 구글에서 찾는다(찾았다)’라는 식의 뻔한 서술형 광고 말고 누구나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이성적인 방법이면서 동시에 따스한 감성까지 팍팍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광고라야만 하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그리고 유명인을 쓰거나 화려한 해외 로케로 해결할 생각 말고 오로지 멋진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광고를 한 번 만들어 보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주문을 늘어놓는다면 과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아마도 이 광고야말로 그 ‘말도 안 되는 주문’을 거의 충족시킨 광고가 아닌가 합니다. 2010년 슈퍼볼 경기에 등장했던 구글의 캠페인 ‘parisian love’ 편입니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공부를 하려는 청년이 있습니다. 당연히 항공편을 알아보겠죠. 그리고 파리로 건너갑니다. 거기서 어떤 소녀를 하나 만나게 됩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하겠죠. 소녀가 아까 자기한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검색을 해봅니다. 그리고 프랑스 소녀와는 어떻게 데이트를 해야 하는지도 검색해 봅니다.
젊은이들답게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집니다.
초콜릿 가게를 찾아 소녀에게 선물도 하고 그녀가 특히 좋아한다는 누벨바그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봅니다. 어느덧 사랑이 깊어집니다. 이제 더 이상은 떨어져서 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결국 둘은 프랑스에 있는 작은 교회를 찾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곧 아기가 태어납니다. 행복에 겨워 아기 침대를 조립하는 아빠의 해맑은 미소로 영상이 끝납니다.
그런데 이 광고엔 제가 말한 그 어떤 장면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누군가 키보드를 두들기며 구글 검색바에 입력하는 장면과 간단한 효과음, 그리고 목소리들이 들릴 뿐입니다. 놀랍지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우린 순식간에 어떤 젊은이들의 국경을 넘는 사랑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엔 ‘구글 검색엔진’이라는 딱딱한 용어가 팔짱을 끼고 서 있습니다.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참 많은 것을 보여주는 2010년도 구글 캠페인.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 봐도 참 경탄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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