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다. 

짤막짤막 자서전. 

인생의 순간순간을 메모해서 
그 비망록들이 모이면 자서전이 될 것이다.  

인생은 어깨에 힘주고 얘기한다고 
대단한 게 되는 게 아니니까. 

조각조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내가 서울에 있는 개봉관에 처음 간 것은 초등학교 5학때였다. 형과 누나가 나를 데려갔었는데 그들은 당시 인기 스타였던 크리스 미첨 주연의 [썸머타임 킬러]를 보고싶어했다. 그러나 그 영화는 '중학생 이상 입장 가'였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극장에 들어갈 수가 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종로2가에 있는 허리우드극장에 가서 [킹콩]을 보았다. 


나는 처음 보는 거대한 스크린과 거대한 킹콩의 스케일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당시 킹콩의 손바닥 위에 올라 앉아있던 여자가 제시카 랭이었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날부터 극장 순례가 시작되었다. 연신내에 있던 양지극장, 불광동에 있던 불광극장, 녹번동에 있던 도원극장, 서대문에 있던 신양극장 등 2류 3류 재개봉관을 찾아다니면서 '엘시드', '겨울여자', '그 여자 사람잡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깊은밤 깊은곳에', '소림사 12대천왕', '취권'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영화를 보고 다녔다. 아마 내가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보고 다니는 걸 가족들은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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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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