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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28 수영복
  2. 2018.10.25 '해외결제 백만 원 사건'의 전말
  3. 2018.10.09 공원의 불륜 커플
  4. 2018.08.10 특별한 일
  5. 2014.04.26 처음 개봉관에 갔던 날, 영화 [킹콩]을 보았다

수영복

짤막한 비망록들 2019. 3. 28. 18:47

웬만하면 이런 얘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또 수영복을 잃어버렸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잃어버린 건 어제 점심때일 것이다. 20분 간의 자유수영을 서둘러 마치고 나온다는 게 수영복과 수영모자를 탈수기에 그냥 넣고 나온 모양이다. 하얀색 수영모자도 함께 안 보였다. 옷을 다 벗고 라커를 잠그고 샤워실로 들어가다 보니 아쿠아백이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백을 열어보니 수영복과 모자가 없었다. 다행히 모자는 전에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검은색이 하나 남아 있었다. 청소하시는 아저씨와 함께 탈의실 여기저기를 찾아보았지만 내 분실물은 보이지 않았다. 수업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수영복이 없으니 풀장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는 결국 청바지와 반팔 티셔츠만 다시 챙겨입고 매점으로 갔다. 매점 아줌마가 또 반가워하면 어떡하나 약간 걱정을 하며 갔는데 왠일인지 돌연 처음 보는 척을 하시는 것이었다.

 

성준) 사장님, 수영복 하나 주세요. 

아줌) 수영복이요? 날씬허시네. 95 입으슈.

 

아줌마가 행거에 걸린 수영복을 손으로 훑다가 점점 왼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왼쪽은 비싼 쪽이다. 이 아줌마가 또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는구나. 나는 얼른 아줌마에게 소리를 질렀다.  

 

성준) 저렴한 걸로 주세요!

아줌) 저렴한 거라...마침 저렴하면서도 좋은 게 하나 있는데!

 

아줌마가 중간쯤에서 까만색 수영복을 하나 꺼내보였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얼른 달라고 했다. 아줌마가 내 카드를 그으러 간 사이 내가 가격표 플라스틱 줄을 가위로 끊으려다가 가격을 확인하고 놀라 소리를 또 질렀다.

 

성준) 10,3000원이요...?

아줌) 70프로 할인이에요.

 

성준) 70프로 할인이라구요? 그러면...

아줌) 아니, 30프로 할인. 70프로만 받는다구.

 

성준) 아, 네.

아줌) 더 비싼 것도 있는데.

성준) 아뇨. 됐어요.

 

아줌마와 더 신경전을 벌이기 싫어서 나는 얼른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새 수영복을 입고 열심히 수영을 했더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옷을 갈아입고 출근을 하는데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길래 열어보니 국민카드 사용금액 72,000원이 찍혀 있었다. 아줌마가 계산은 정확한 분이네. 아침부터 선량한 아줌마를 도와드린 것 같아서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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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희한한 일이 있었다. 난데없이 해외 결제로 100만 원이 넘게 빠져나가게 되었다는 문자메시지가 뜬 것이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황당한 사건이라 아침에 출근해서 페이스북 담벼락에 사연을 남겨놨었다. - 기록 차원으로 여기에도 다시 한 번 남긴다. 왜? 그냥. (또는 저 이렇게 멍청해요, 라는 자조적인 자랑) 


아내는 일이 있어서 신새벽에 나가고 나 혼자 좀 더 자다가 여섯 시에 깨보니 그새 문자메시지가 세 개나 떠 있었다. 내가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했는데 금액이 무려 백십만 원이란다. 어엇. 기가 막혔다. 해외라고는 여름에 일본에 잠깐 다녀온 게 전부인데 거기서 내가 뭘 얼마나 샀단 말인가. 더구나 날짜가 오늘 새벽 한 시 삼십육분이었다. 내가 무슨 수로 새벽에 해외로 날아가 물건을 산 뒤 곧바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다시 돌아와 자고 있단 말인가. 몸은 이렇게 말짱한데.


잠이 확 깼다. 아, 왜 나한텐 맨날 이런 일만 일어나는거야. 통장에서 백만 원이 빠져나가면 이번 달엔 진짜 심각한데... 누군가 해외에서 장난질을 친 모양이었다. 범인은 아이튠즈를 통해 내 돈을 빼내간 것이 확실했다. 내 마음을 읽기라고 한 것처럼 결제금액 표시 바로 밑엔 '해외원화결제시 가맹점이 추가수수료를 가산할 수 있어 현지통화 거래가 유리합니다.'라는 안내문까지 적혀 있었다.


그렇지. 이런 건 당장 전화를 해야 해. 아침 6시 15분에 우리카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안내방송에 따라 휴대폰 번호와 주민번호 앞자리를 누르고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다.


상담 :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성준 : 카드사용내역을 보고 놀라서 전화 드렸는데요.


상담 : 네.

성준 : 엉뚱한 게 해외결제가 됐다고 나와서...


상담 : 잠깐 사용내역을 살펴보겠습니다

(Pause)


상담 : 아이튠즈 사용하셨네요

성준 : 네. 그런데 결제금액이요...


상담 : 혹시 아이클라우드 사용하시나요?

성준 : 네. 그런데 결제금액이 어떻게 백만 원이 넘게...


상담 : 천백 원인데요, 고객님?

성준 : 네?


상담 : 천백 원이요.

아, 지난 달부터 원화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성준 : 아...


자세히 보니 KRW라는 알파벳이 선명했고 '1,100'이라는 글자 뒤에 있는 건 콤마가 아니라 점이었다. 그러니까 1,100.00 원이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카드회사가 나쁘다. 이 자식들이 사람 헷갈리게 뒤에다 .00은 왜 붙이는 거야?


상담 : 고객님, 더 도와 드릴 건 없으십니까?

성준 : 네. 죄송합니다. 아, 고맙습니다.


상담 : 아, 아닙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성준 : 네. 감사합니다.

(Pause)


상담 : 고객님, 전화를 먼저 끊어주셔야 합니다.

성준 : 아, 네.


전화를 끊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정말 화가 난다. 새벽에 일어나 바로 스마트폰을 보면 점이나 뒤에 붙은 '00' 같은 숫자는 잘 안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든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침부터 이런 시련을 주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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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살림을 합치고 성수동에 있는 전세 아파트에서 4년을 살았다. 성수동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출퇴근이나 외출을 하기 위해 전철을 타려면 한강공원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뚝섬유원지역에서 내려 집까지 이어진 공원길엔 새들이 노니는 푸르른 나무와 꽃들, 그리고 깨끗한 보도블럭이 기분 좋게 조성되어 있었고 곳곳에 벤치와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이 있었다. 특히 화장실은 나처럼 갑자기 대소변을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잦은 인간에겐 정말로 고마운 시설이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함께 웃다가도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서로의 가방이나 소지품을 맡기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이 많았다. 똥오줌 걱정 없이 천천히 걷기만 하고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공간. 누구의 소유도 아닌 벤치. 나는 이런 게 너무나 좋았다.

사람들은 공원에 와서 산책도 하고 체조도 했다. 아침부터 모여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도 있고 클라이밍 동회회 사람들이 모여 암벽등반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뚝섬유원지공원 안 인공암벽에 오르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아는 얼굴을 만나기도 했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 우리집에 와서 도배를 해주신 지물포의 여사장님이었다. 암벽등반 장비를 갖추고 절벽을 오르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도배를 할 때나 가게를 지키고 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새롭고도 멋있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았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젊은이들이나 데이트족들이 많이 와서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를 마시거나 배달 치킨을 시켜 먹었다. 모처럼 원피스를 빼입고 하이힐을 신고 나왔다가 공원에 와서 어색한 데이트를 하게 된 젊은 여성과 그 파트너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건 잠깐이었다. 눈부신 젊음들에겐 그런 서글픔쯤은 금방 날려버리는 힘이 있었으니까. 밤이면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들도 있었고 마술을 연습하는 사람, 혼자 색스폰을 부는 사람도 있었다. 공원이라는 열린 공간은 숨가쁘던 일상을 멈추고 각자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거나 보여주는 곳이었다.

우리는 햇볕 좋은 봄날이나 가을의 휴일이면 작은 그늘막과 돗자리를 들고 공원 잔디밭으로 나갔다. 가끔은 놀러 온 친구들과 공원으로 나가 간단한 와인파티를 열기도 했다.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내는 공원에 있는 커플들의 뒷모습만 봐도 부부인지 불륜인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손을 꼭 잡거나 서로의 손을 지나치게 다정히 어루만지며 가는 커플은 거의 다 불륜이라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다시 사람들을 쳐다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일단 부부는 나란히 서서 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남편이 앞서 걷고 2보 이상 떨어져 아내가 걷는 경우가 흔했다. 저 사람들도 처음엔 나란히 손을 잡고 걸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감정이 균질하게 흘러갈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세월이 지나 다 그렇게 된다는 건 슬픈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둘이 공원을 걸을 때마다 '불륜커플 코스프레'를 많이 했다. 내가 아내의 손을 잡아 끌거나 허리를 감싸안으면 아내가 "어머, 왜 이러세요~?!"라고 외치는 식이었다. 부부보다는 불륜 커플이 훨씬 더 행복해 보였으니까. 이제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와서 한강공원에 갈 일이 거의 없지만 다행히 우리는 아직도 길을 걸을 때 손을 잡고 가는 경우가 많다. 서로를 위해서 좋은 버릇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불륜 커플처럼 보이려면 지금보다 손을 더 꽉 잡거나 서로 만지작거리면서 가야 하는 것 아닐까 잠깐 반성을 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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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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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 전쯤인가, 저녁 시간에 집에서 만난 아내가 요즘 무슨 특별한 일은 없었느냐고 인사치레로 묻길래 별 일 없었다고 하다가 마침 그날 낮 수영장에서 있었던 '조금 특별한 일'이 생각나서 잠깐 그 얘기를 해주었다.

그날 몸이 찌뿌듯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수영장에 잠깐 갔었는데 탈의실에서 옷을 다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더니 파우치 안에 수영복이 없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수영모자나 안경은 전에도 잃어버린 적이 있지만 수영복을 잃어버린 건 처음이었다. 할 수 없이 옷을 다 입고 밖으로 나와 카운터에서 가서 여직원에게 혹시 습득 신고가 들어온 수영복이 있는지 물었더니 없단다. 맞은편에 있는 매점으로 가서 주인 아줌마에게 새 수영복을 달라고 했다. 처음 갔을 때 내게 수영복을 무척 비싸게 팔았던 아줌마였다. 수영복을 분실했다고 했더니 아줌마가 수영복 잃어버린 게 무척 잘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새 수영복을 내주었다. 이번에도 비싸게 팔면 뭔가 항의를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좀 저렴한 제품을 권했다. 새 수영복을 받아들고 다시 탈의실로 가서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수영복을 착용하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며 물안경을 썼더니 이번엔 물안경 끈이 툭 끊어지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물안경 없이 수영을 하면 눈이 몹시 아프고 충혈도 되는데. 할 수 없이 다시 나와 옷을 입고 매점으로 갔다. 아줌마가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다며 반가워했다. 내가 물안경 줄이 끊어질 줄 어찌 알고 기다렸냐고 물으려고 하는데 아줌마가 내 카드를 디밀었다. 수영복을 사고 신용카드를 안 가져 가셨다는 것이었다. 나는 굳은 얼굴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물안경도 하나 달라고 했다. 아줌마가 또 몹시 기뻐하는 환한 얼굴로 물안경을 권했다. 비싼지 아닌지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물안경을 들고 다시 탈의실로 가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한 뒤 수영복과 물안경을 착용하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너무 흘러서 레인을 몇 번 왔다갔다 하지도 못하고 뛰쳐나와서 늦은 점심을 먹어야 했다...

내 얘기를 다 들은 아내가 한숨을 내쉬며 측은한 눈길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남편이 남들보다 어려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정도인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아내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없이 달밤에 대나무숲에 가서 혼자 이런 얘길 두런두런 주절이고 있으면 그 인생이 얼마나 서글프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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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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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다. 

짤막짤막 자서전. 

인생의 순간순간을 메모해서 
그 비망록들이 모이면 자서전이 될 것이다.  

인생은 어깨에 힘주고 얘기한다고 
대단한 게 되는 게 아니니까. 

조각조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내가 서울에 있는 개봉관에 처음 간 것은 초등학교 5학때였다. 형과 누나가 나를 데려갔었는데 그들은 당시 인기 스타였던 크리스 미첨 주연의 [썸머타임 킬러]를 보고싶어했다. 그러나 그 영화는 '중학생 이상 입장 가'였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극장에 들어갈 수가 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종로2가에 있는 허리우드극장에 가서 [킹콩]을 보았다. 


나는 처음 보는 거대한 스크린과 거대한 킹콩의 스케일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당시 킹콩의 손바닥 위에 올라 앉아있던 여자가 제시카 랭이었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날부터 극장 순례가 시작되었다. 연신내에 있던 양지극장, 불광동에 있던 불광극장, 녹번동에 있던 도원극장, 서대문에 있던 신양극장 등 2류 3류 재개봉관을 찾아다니면서 '엘시드', '겨울여자', '그 여자 사람잡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깊은밤 깊은곳에', '소림사 12대천왕', '취권'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영화를 보고 다녔다. 아마 내가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보고 다니는 걸 가족들은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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