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날, 우리회사는 시무식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과 손편지 전해주기였습니다. 사실은 출근 전날 저녁에나 이 행사를 하기로 한 게 겨우 기억나는 바람에 집에 있는 썬블럭으로 선물은 겨우 마련했지만 편지는 쓰지 못했죠. 누가 받을지 모르는 편지를 도대체 어떻게 쓰란 말야, 하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을 한 저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행운의 편지'를 인용하기로 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인터넷으로 '행운의 편지'를 검색하고는 펜을 꺼내 단숨에 쓰기 시작했죠.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서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 복사를 해도 좋습니다. 혹 미신이라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라는 편지를 받았다면 당신은 기분 더러운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편지는 그런 행운의 편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지금 2월31일이라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그래서 저와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나눈 사이라면 말입니다. 우리 '2월31일'은 올해도 더 발전하고 더 인간적인 회사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아침에 당신이 받은 이 편지는 행운의 편지가 분명합니다. 

2017년 1월1일 편성준 드림 



이 편지는 저와 같이 일하는 후배 카피라이터 이승찬 씨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편지를 받고 잠깐이라도 좋아했다면 다행입니다. 아니면 말구요.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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