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를 보았다. 과연 눈물 없이 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미루고 미루다 가긴 했지만 상영관 입구에서 곽티슈를 한 통씩 나눠주길래 '에이, 이건 좀 오버 아냐?'라고 했던 아내는 막상 안에 들어가서 상영 내내 휴지를 뽑아 눈물을 닦고 코를 팡팡 풀었다.
눈물의 포인트는 안희정의 인터뷰였다. 별로 슬픈 얘기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노무현은 확실히 별종이었다. 노무현의 운전기사와 전 국정원 직원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다. 평생을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사내. 그에게 우회도로나 지름길은 없었다. 그냥 정도를 뚜벅뚜벅 걷다가 절벽을 만나자 거기서 수직낙하했다. 그가 바로 노무현이다.
아내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인제는 확실한 악역, 강원국은 유머와 코믹 담당"이러고 깔끔하게 정리를 해줬다. 나는 나레이션 한 번 없이 내러티브가 이렇게 잘 연결될 정도면 감독이나 구성작가들이 자료화면을 얼마나 많이 봐야 했을까를 생각하며 그 노고에 감탄했다. 감독과 함께 이 영화의 구성을 담당한 작가는 아내의 친구인 양희 씨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와 남대문 부원면옥에 가서 냉면과 닭무침, 그리고 소주를 주문했다. 아내는 한 병만 마시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닭무침 안주가 남아서 할 수 없이 한 병을 더 주문해야 했다. 그리고 나와 서울로를 걷다가 서울로 기획에 첨여했던 시청 직원 온수진 주무관을 만나 커피도 한 잔 했다.
영화는 슬펐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오히려 역설적인 희망이 생겼다. 우리는 노무현이라는 성공 케이스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선한 사람들이 이기는 경험. 그게 중요하다. 광고회사도 성공경험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경쟁PT를 선호한다. 가끔은 우리가 옳다는 걸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막판에 죽음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누가 이를 실패라 말할 수 있겠는가.
비록 '노사모'는 아니었지만 우리 모두 노무현과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하자. 어쨌든 그런 희망과 환희를 안겨 준 사람이 있었다니, 고마운 일 아닌가. 노무현의 눈물을 딛고 일어선 문재인 정부는 좀 더 강하고 더욱 세련되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게 '동업자' 노무현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 어제 낮술에 취해 페이스북에 올린 리뷰인데 기록 차원에서 여기에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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