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짧은 글 짧은 여운 2018. 3. 27. 11:16


수영 수업을 마치고 샤워실에서 나와 옷을 입고 물을 한 잔 마신 뒤 탈의실을 나오다 보니 탈의실 복판에 있는 기다란 벤치 위에 많이 보던 가방이 하나 놓여 있었다. 내 배낭이었다. 옷을 벗고 샤워실로 갈 때 가방을 라커에 넣는 것을 잊고 그대로 방치했던 것이다. 

오늘따라 가방 안엔 노트북과 지갑, 신분증 등 귀중품들이 모두 들어 있었다. 가방을 두고 갔었네요. 내가 가방을 들고 탈의실에서 일하는 아저씨에게 멋적게 웃으며 말했더니 "여기 그냥 놔둬도 돼요."라고 말씀하신다. 당장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기가 멋적어 그냥 들고 나오다 스무 발자국쯤 지나 작은 지퍼를 열어보니 지갑이 그대로 있었다. 다행이었다.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 고속버스 대합실 같은 데서 고개를 돌리다 아내를 만나면 '아, 나 결혼했었지!' 하고 깜짝 놀랄까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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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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