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면 술집에서 말다툼을 하다 급기야 몸싸움까지 하고 나오던 동창들 중 하나가 “야, 오늘 저 새끼 누가 불렀냐?”라고 투덜대는 장면이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잡코리아’ 광고 캠페인을 7개를 보면서 그 영화가 다시 생각났다. 이 광고를 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심리를 어쩌면 저렇게 명쾌하게 꿰뚫어 잘 표현했나 감탄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어느 회사나 일은 안 하고 얄밉게 구는 무능한 상사나 아니꼬운 동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은 “아유, 누가 저 인간 좀 안 데려가나”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마련이다. 이 광고는 이 점에 착안해 직장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역으로 옆 사람을 보내버리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브랜드의 가치를 찾아낸 작품이다. 게다가 연기, 화면구성, 디테일까지 유머가 넘쳐난다.

‘국장인가 청국장인가’ 같은 언어 유희도 물론 출중하지만 진짜 통찰은 ‘보내버리고 싶은 그들에게 추천하라’라는 한 줄의 컨셉에서 나온다. ‘고급 경력직 6만 2683건 보유 중’ 이라는 카피가 곧바로 따라붙을 수 있는 건 제작진 중 누군가가 이런 훌륭한 인싸이트를 발견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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