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신경숙 표절 사건'에 관해 창비가 언론사에 보내왔다는 글의 전문을 읽었습니다. 


글은 어이없게도 신경숙이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 미시마 유키오가 극우 인사이고 할복자살을 한 문제적 작가라는 점부터 거론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신경숙이 쓴  단편 <전설>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뛰어난 작품으로,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가 쓴 거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직핍한 현장감과 묘사가 뛰어나고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전쟁 중에서의 인간 존재의 의미, 인연과 관계의 유전 등을 솜씨있게 다룬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부분 - 


'사실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이다. 또한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따라서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표절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고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라는 황당한 단락입니다. 



표절을 한 것은 아니나 굳이 표절을 했다고 치고 따져보더라도 표절작이 원작보다 더 낫더라,라는 정말 어이 없는 자가당착을 드러냅니다(이거 쓴 사람 정말 창비 맞습니까). 그리고 표절 부분이 아주 지엽적인 내용들이라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표절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논리를 피력합니다. 마치 백만 원 있는 사람한테 만 원 꾼 다음에 너 돈 많으니 만 원 정도 없어도 살지? 그러니 난 만 원 안 꾼거다, 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심뽀죠? 아, 어떡하나. 혹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걸 아시면 화끈하게 해경 해체할 때처럼 당장 출판사 창비를 해체부터 하려 드실텐데. 어쩌려고 이러셨어요. 



그리고 신경숙 작가님.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당신을 찾는 전화벨이 끝없이 울릴 겁니다. 기차가 몇 시에 떠나는지는 모르지만 부디 놓치지 말고 막차라도 타시기 바랍니다. 한국문학에서 당신이 있던 자리가 어디 풍금이 있던 자리에 비하겠습니까. 그리고 제발 잘 기억해 보십시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당신이 유일하게 읽었다던 그의 작품 <금각사>와 같은 책에 수록되어 있으니까요. 아무리 인터스텔라만큼 종횡무진 우주공간을 패럴렐로 엮어도 읽지 않고서는 그렇게 비슷하게 못씁니다. 잘못했을 때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진짜 용기입니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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