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요즘은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들 하죠.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참 말은 많은데 과연 그게 뭘까요? 저도 지난 몇 달 대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그토록 강조했던 스토리텔링이지만 막상 현업에서 필요해질 때면 또 막연해지기만 합니다.

 

얼마 전 어느 상가에서 같은 조문객으로 만났던 후배는 모 휴대폰 회사 디자인팀에 있는데, 그녀도 요즘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때문에 매번 고심하고 있으며, 급기야 그 회사에서는 스토리텔러라는 직책의 사원을 별도로 모집할까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더군요.

 

그런데 며칠 전 신문에서 본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이야기가 저를 잡아당겼습니다. 39살에 숨진 쿠바 출신의 미국 작가 곤살레스토레스는 1991년에 사랑하는 동성 연인 로스 레이콕을 잃었는데, 흐트러진 텅 빈 침대를 찍은 대형 사진 [무제]와 설치작품인 [무제-완벽한 연인들]에서 연인을 잃은 그의 상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쌍의 동일한 원형 시계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한날 한시에 같은 회사 제품의 건전지를 넣고 같이 시간을 맞추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계적인 결함이나 우연, 건전지의 성능 등에 의해 어느 한 쪽이 결국 먼저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한쪽 시계가 멈추면서부터 이 작품의 의미는 비로소 시작됩니다. 컨셉이 더욱 분명해 지는 거죠. 작가는 잔인하게도 이 작품에 완벽한 연인들이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대신 평범한 벽시계와 건전지만으로도 단숨에 인생의 슬픔과 아이러니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 이런 게 바로 스토리텔링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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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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