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기 전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거실 창가에 앉아 로저 젤라즈니의 SF단편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를 읽었다. 


이 소설은 뉴욕의 밤거리에서 세 명의 강도에게 둘러싸인 백발의 노인이 지팡이로 그들을 가볍게 제압한 뒤 운수점을 치는 여인의 집으로 들어서며 시작된다. 알고 보니 이 노인은 성배를 찾아 헤매는 아서왕의 기사 랜슬럿이었던 것이다. 점장이 여인은 천년 동안 죽지 않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살아 온 랜슬럿을 알아보고 끝나지 않는 그의 생애엔 마법사 멀린의 계략이 숨어있음을 알려준다. 


아서왕의 전설을 현재까지 끌어 온 이 짧은 이야기는 젤라즈니의 학식과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천년 만에 깨어나  "그동안 세상은 어떻게 변했느냐"고 묻는 멀린에게 랜슬럿은 편리하게 변한 것도 많지만 그만큼 세상은 더 복잡해졌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전쟁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음을 개탄한다. 


책 뒷쪽에 붙은 짧은 해설을 읽어보니 이 단편은 조지 R.R. 마틴의 각색으로 [환상특급(Twilight Zone)]의 한 에피소드로 방송된 적도 있다고 한다. 로저 젤라즈니 원작에 조지 R.R. 마틴 각색이라니,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이 책은 몇 년 전에 김은하 사무실에 꽂혀있던 걸 빌린 건데. 은하야, 쫌만 더 읽다 줘도 괜찮겠지?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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