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오학년 때 담임 선생은 참 말씀을 재밌게 하는 분이셨다. 한 번은 수업시간에 '이태리타올'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깔깔이 치마'가 대유행을 한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누군가 뒤늦게 깔깔이 천을 잔뜩 수입해 놨는데 다음 해 여름엔 유행이 지나는 바람에 더 이상 깔깔이치마를 찾는 사람이 없더라는 것이다. 판단 착오로 많은 빚을 지게 된 사업가는 자살을 결심했단다. 집에서 목을 매려다가 죽기 전에 목욕이나 하고 깨끗하게 죽자, 라는 생각이 들어 목욕탕에 들어갔는데 마침 깔깔이 천이 눈에 띄길래 아무 생각 없이 살갗에 갖다 대보니 때가 국수처럼 밀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무릎을 쳤다. 그래, 이거다! 그렇게 해서 이태리타올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물론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와 내 친구들은 정말로 넋을 잃고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구라나 스토리텔링이란 이런 것이다. 극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반전이 있고 적당한 교훈까지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니, 만드는 게 아니라 찾아야 한다. 우리 안에 이미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고 우리 곁에도 사연들은 널려 있다. 우리가 아직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게 믿는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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