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CGV압구정 안성기관에서 이언 매큐언 원작의 영화 [체실비치에서]를 관람했다. 서로 사랑하지만 첫날밤 섹스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서로 오해하거나 다른 방안을 내놓거나 하다가 결국 결혼 여섯 시간만에 헤어진 성급한 젊은 남녀의 이야기. 배경이 1962년도 영국이긴 하지만 그래도 첫 섹스 때문에 헤어진다는 게(그것도 딱 한 번 시도해보고) 그리 와닿진 않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인생이라는 건 정말 생각지도 않던 부분에서 어긋날 수도 있다는 반증이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섹스 때문에 헤어진다는 다소 마음에 차지 않는 모티브를 이겨내는 것은 이언 매큐언 작가 본인의 훌륭한 각색과 도미닉 쿡의 고급스러운 연출, 그리고 시얼샤 로넌과 빌리 하울의 탁월한 연기다. 특히 시얼샤 로넌의 대사 처리능력과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촬영과 음악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힌지. 영화를 보고 나와 인터넷을 찾아보니 카메라 감독이 [노예 12년]을 찍은 숀 밥빗이란다. 체실비치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엇갈리는 남녀를 롱숏으로 잡아낸 마지막 장면은 너무 정답같으면서도 참으로 멋지다. 

수십 년 후까지 두 사람을 이어준 척 배리의 음악 같은 팝송도 등장하지만 시얼샤 로넌이 바아올린 연주자인만큼 대부분 바흐나 모짜르트 등의 현악이 화면 전체를 휘감는다. 45년이 지난 후 시얼샤 로넌의 쿼텟 은퇴공연 장면은 지금보다 좀 덜 신파적으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 역시 히트한 중편소설을 영화화한 케이스다. 훌륭하게 만들었지만 소설에서만 가능한 섬세한 인물의 내면 묘사까지는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중에 원작 소설을 꼭 한 번 찾아 읽어봐야지, 라고 결심하는 이유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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