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엄마가 있습니다. 아마도 남편 없이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워킹맘인 것 같습니다. 심란한 상황이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방과후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토끼와 거북이' 그림이 그려진 예쁜 학예회 초대장을 내밀지만 어린 아이 챙기랴 전화 받으랴 이것저것 처리할 것이 많은 엄마는 그걸 펴볼 시간조차 없습니다. 

 바쁜 엄마의 처지를 실감한 아들은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설거지도 하고 청소, 빨래, 다림질, 쓰레기 버리기 등을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할 때마다 노트에다 뭔가 기록을 합니다. 나중에 깨끗해진 집안을 보고 어리둥절한 엄마에게 아들이 노트를 내밉니다. 거기엔 그동안 자신이 한 일과 그 결과 절약된 시간들이 차곡차곡 씌여져 있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제가 엄마의 시간 120분을 벌어 드렸어요. 
  그러니까 엄마는 이제 제 학예회에 오실 수 있는 거예요."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학예회에 간 엄마는 아들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Dial Direct라는 보험회사의 2015년도 광고인데요, 보험회사가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메시지를 감성적인 스토리로 풀어냈습니다. 어찌 보면 뻔한 설정인데도 리얼한 연기와 짜임새 있는 연출로 가슴 찡한 스토리를 엮어냈습니다. 대행사 이름을 찾아보니 무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광고회사네요. 세계는 넓고 잘 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Advertising Agency: Joe Public, Johannesburg, South Africa 
Chief Creative Officer: Pepe Marais 
Executive Creative Director: Leon Jacobs Creative Group 
Head: Martin Schlumpf Copywriter: Annette de Klerk 
Agency Producer: Ananda Swanepoel 
Production Company: Velocity Films 
Director: Greg Gray Producer: Helena Woodfine 
Published: January 2015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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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TANI 2015.03.22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포스팅 잘봤습니다:-)
    우연찮게 들어왔는데
    좋은 글들과 영상이 제 심장에 주먹질을 하네요;
    자주자주 놀러오겠습니다^^

    • 망망디 2015.03.22 15: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판만 벌여놓고 바빠서 방치해 놓다시피한 블로그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종종 인사 나누겠습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나, 그거 인터넷으로 찾아봤어’라고 하는 말로 아예 “I googled it.”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죠. 그럴 정도로 구글은 이제 전 세계인들 검색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이 ‘대단한 검색 엔진’의 광고를 당장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면 과연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더구나 광고주께서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은 구글에서 찾는다(찾았다)’라는 식의 뻔한 서술형 광고 말고 누구나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이성적인 방법이면서 동시에 따스한 감성까지 팍팍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광고라야만 하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그리고 유명인을 쓰거나 화려한 해외 로케로 해결할 생각 말고 오로지 멋진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광고를 한 번 만들어 보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주문을 늘어놓는다면 과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아마도 이 광고야말로 그 ‘말도 안 되는 주문’을 거의 충족시킨 광고가 아닌가 합니다. 2010년 슈퍼볼 경기에 등장했던 구글의 캠페인 ‘parisian love’ 편입니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공부를 하려는 청년이 있습니다. 당연히 항공편을 알아보겠죠. 그리고 파리로 건너갑니다. 거기서 어떤 소녀를 하나 만나게 됩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하겠죠. 소녀가 아까 자기한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검색을 해봅니다. 그리고 프랑스 소녀와는 어떻게 데이트를 해야 하는지도 검색해 봅니다. 젊은이들답게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집니다. 

초콜릿 가게를 찾아 소녀에게 선물도 하고 그녀가 특히 좋아한다는 누벨바그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봅니다. 어느덧 사랑이 깊어집니다. 이제 더 이상은 떨어져서 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결국 둘은 프랑스에 있는 작은 교회를 찾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곧 아기가 태어납니다. 행복에 겨워 아기 침대를 조립하는 아빠의 해맑은 미소로 영상이 끝납니다. 

 그런데 이 광고엔 제가 말한 그 어떤 장면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누군가 키보드를 두들기며 구글 검색바에 입력하는 장면과 간단한 효과음, 그리고  목소리들이 들릴 뿐입니다. 놀랍지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우린 순식간에 어떤 젊은이들의 국경을 넘는 사랑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엔 ‘구글 검색엔진’이라는 딱딱한 용어가 팔짱을 끼고 서 있습니다.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참 많은 것을 보여주는 2010년도 구글 캠페인.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 봐도 참 경탄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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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KI자유광장 2014.02.20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2. 망망디 2014.02.20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 감사합니다.

TVCF에서 보기

 

비오는 날엔 시동을 끄고 30초만 늦게 내려볼 것

태양아래서만 진가를 발휘하던 썬루프의 전혀 다른매력을 발견할테니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 SONATA

 the Brilliant HYUNDAI -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

 

 

 

 자동차 광고는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비싼 제품이기도 하고 관여도가 높은 제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젯밤 TV에서 이 광고를 보고 더 놀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라는 캠페인 슬로건은 이미 들어본 거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이렇게 감성적으로 차분하게 광고를 풀어갈 줄은 정말 예상 못했었거든요. (1분짜리는 더 좋더군요)

 

게다가 다른 모든 첨단 기능들을 뒤로 숨기고 '썬루프에 대한 재해석'에만 집중한 점이 좋아보였습니다. 마치 아이폰5의 최신 광고가 카메라 기능에만 집중해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문화로 포장한 것처럼 말이죠. 욕심을 버리고 단순함을 추구하면 이렇게 좋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욕심을 버린다는 것 자체가 더 큰 욕심이라는 아이러니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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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없는남자 2013.04.30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대기아차, 삼성전자는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기술력도 어느 정도 뒷받침 되구요.
    다만 제가 두 기업의 제품을 그렇게 신뢰하는 편이 아니라 약간 삐딱한 시선을 가진 점은 있습니다.
    국민을 우롱한다는 주장도 간혹 보이는데,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기술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망망디 2013.05.01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페이스북에서도 이 광고 좋다고 했더니 "광고는 참 좋은데 소나타가 하기엔 어울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더군요. 한 마디로 '어울리지 않게 너무 좋은 옷을 입은 게 아니냐'는 소리겠지요.
      어쨌든 좋은 캠페인인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캠페인을 감당하려면 브랜드도 제품력도 더 좋아져야 한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의견 감사합니다.

  2. 오바쟁이 2013.05.18 1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비올때 운전하는걸 좋아해서, 참맘에 드는 광고입니다만, 소나타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갸우뚱하더군요; 그냥 좋은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소나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