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의 역작 [쿨하게 생존하라]라는 책에서 제가 특히 좋아했던 부분은 ‘배드뉴스’에 대한 해석입니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인생엔 굿뉴스와 배드뉴스가 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곡선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누구에게나 닥치는 굿뉴스와 배드뉴스. 우리는 그놈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요.


지금 저희 집사람에게 배드뉴스가 왔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길에서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뎠는데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그만 새끼발가락뼈가 부러진 것입니다. 다음 날 정형외과에 가서 응급처치로 반깁스를 했고 오는 화요일에는 다시 통깁스를 해야 합니다. 아내는 심란해 합니다. 발은 계속 부어오르고 제대로 걷지도, 씻지도 못합니다. 남편 밥을 차려주는 건 고사하고 당장 살림에 대한 이해력이 느려터진 남편에게 냉장고에 뭐가 어느 칸에 들어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아프고 심신이 지칩니다. 그리고 당장 다음 주부터 회사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기회에 병가를 내고 한 달간 새로운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합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아내에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모양입니다. 당장 회사에서 한 달간 휴가를 내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고, 설사 휴가를 낼 수 있다 해도 무급휴가를 쓰면 그만큼 비게 되는 생활비도 걱정입니다. 더구나 요즘 회사 내에서 기획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아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 혹시 잘리는 건 아닐까 하는 소심한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난감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배드뉴스’를 더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사람 만나고 다니는 게 일인 아내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술을 마실 수 없고 급기야 차를 마시러 나가기도 당장은 어렵습니다. 반면에 그만큼 자신만의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당분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라고. 집에서 혼자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멍때리며 공상에 잠길 수도 있습니다. 밀린 드라마나 TV프로그램을  첫회부터 마스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꼭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집으로 불러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입니다(어제만 해도 저희 집으로 두 분이 찾아오셔서 병문안 겸 업무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이유로 회사에서 잘린다고 하면 오히려 지금 잘리는 게 낫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는 아내의 실력을 판단하기엔 좀 이르다는 생각이 첫 번째 이유이고, 또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고 당장의 성과만으로 결정을 내리는 곳이라면 차라리 지금 관두는 게 낫다는 게 두 번째 생각이기 때문입니다(도대체 회사에선 아무런 소리도 안 했는데 우린 왜 이러는 걸까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무수한 ‘배드뉴스’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젊었을 때 정말 좋은 여자와도 어이없는 바보짓을 하는 바람에 헤어져 봤고 회사도 열 번 가까이 그만둬 봤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특유의 뻔뻔함과 성실함으로 위기를 버텨왔습니다. 인복도 많았습니다. 정말 결정적일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나타나 저를 도와주었으니까요. 길은 있습니다. 대책이 안 설 때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낙관론을 불러오면 됩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절망적이거나 가시밭길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내도 저도 [쿨하게 생존하라]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혜자야, 걱정 하지 마. 일단 더 안 다치고 그만 하길 얼마나 다행이야. 그리고 이번 일 때문에 더 좋은 일이, 더 좋은 기회가 반드시 올 거야.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일단 좀 쉬어. 남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정신 가다듬을 계기가 없다고 ‘차라리 감방에 들어앉아서라도 책을 읽고싶다’고 하는 마당에 이런 기회가 왔으니 오히려 얼마나 좋아. 남편이 좀 더 열심히 일할 테니 생활비 걱정 말고 정당하게 이 기간을 마음가는대로 잘 요리해 봐. 배드뉴스는 똑똑하고 긍정적인 태도 앞에서는 언제라도 굿뉴스로 변하는 거니까. 안 그래?"







https://www.youtube.com/watch?v=h3ETX6Pv2Yw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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