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막차 탄 기분으로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를 봤습니다. 어떤 사람은 영화 속 최익현을 보고 ‘우리 시대 가장들의 비애’를 느꼈다고 하던데, 그게 어디 가장들만의 문제겠습니까. 인간의 모습 자체가 그렇지 않나요.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누군가에게 줄을 대고, 허세를 부리다가 졸지에 역전 되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말 그대로 쩝니다. 명불허전. 최민식은 최익현을 위해 몸까지 둔중하게 만든 듯하고 하정우도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 주죠. 조연으로 나오는 조진웅, 곽도원 등 남자 배우들은 물론 기상캐스터 출신 김혜은의 모습도 깜찍하니 좋습니다.


끝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서사구조가 과잉스럽다는 느낌이 있고 러닝타임도 좀 길다 싶지만 힘 있는 내러티브에 디테일까지 잘게 신경 쓴 윤종빈의 연출에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돌연 마음이 무거워지던군요. 뭔가 해야 할 일을 잔뜩 쌓아둔 일요일 저녁에 삶의 신산함을 다룬 컴컴한 영화를 봐서 그런 모양입니다. 뭐 그렇다고 주말에 늘 팝콘영화만 볼 순 없지 말입니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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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와일러 시대부터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는 유구하다. 전계수의 [러브 픽션]은 작정하고 만든 로맨틱 코미디다.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의 말마따나 영화 세 편은 만들 수 있는 양의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하정우 공효진 등의 무르익은 연기와 극중극 형식, 남자 주인공의의 내면을 반영하는 도플갱어 멀티맨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잔재미를 선사한다.

따스한 햇빛이나 술집 공간처럼 왠지 일본 로맨틱 코미디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미장센들은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경쾌한 음악, 재치 있는 가사들도 즐겁다. 특히 영화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여자의 겨드랑이털을 전면으로 부각시켜 여자의 과거 행각, 극중 소설의 제목, 밴드의 노래, 뮤직비디오 등으로 확장시킨 뚝심을 높이 사고 싶다. 

시퀀스 연결이나 편집이 약간 성긴 느낌도 난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들이 들어가 전체적으로 과잉이 된 느낌이랄까. 조금만 더 짧았으면 더 경쾌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하정우와 공효진의 연기 앙상블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겨지는 영화. 게다가 지진희의 진지한 조연은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개봉한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초반부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관객들은 민감하다. 어이없게도 추석이면 조폭 코미디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재밌는 영화는 금새 알아본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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