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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는 몇 초면 컴퓨터에서 모든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는 이 시대에도 왜 우리가 굳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라는 예술의 진정한 줄거움은 영화를 보는 순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영화를 예매할 때의 기대부터 당일 극장으로 가는 길,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그 감동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어서 들른 커피숍의 진한 커피향 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영화다.

어두컴컴한 극장에 들어거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 현실 속의 우리는 사라지고 객석의 모든 남녀는 라이언 고슬링이 되고 엠마 스톤이 된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던 내가 어느덧 노래를 잘 부르게 되고 프레드 아스테어나 진 켈리처럼 춤도 잘 추게 된다. 심지어 목소리에 자신감이 붙고 어쩐지 코도 더 뾰족해진 느낌이 든다. 표정이 풍부해지고 결정적으로 젊어진다. 그렇다.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두 시간 동안 세상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꿈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아주 로맨틱한 쉼표인 것이다.


꽉막힌 LA 고속도로에서의 첫 장면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이 영화는 현실과 뮤지컬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번번히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배우 지망생과 재즈 피아노 연주자가 어떻게 만나서 사랑하고 노력하고 성공하고 어른이 되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얼굴을 약간 찌푸려야 더 매력적인 엠마 스톤은 이 영화에서 노래와 춤, 연기 등 모든 분야에서 그야말로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오른다. 그리고 재즈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역의 라이언 고슬링이 연주하는 모든 곡의 멜로디는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라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귓가를 간지럽힌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Stars in the city'를 들으며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의 OST를 사야겠군. 이건 전작 [위플래시]에 이어 또다시 음악을 영화의 중심에 놓은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 지난번 작품의 주제가 음악과 음악인 사이의 처절한 사투였다면 이번 영화는 그보다 부드럽고 단순한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맨 처음 만남에서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미아의 차를 채근하며 길게 클랙션을 울려대던 세바스찬은 그 이후 그녀를 만날 때마다 늘 길게 클랙션을 울림으로써 두 사람만의 암호로 삼는다. 함께 주차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눈 앞에 펼쳐진 LA의 야경이 별로라며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밤하늘의 낭비인가'라는 노래를 부른다. 야경이 별로라던 두 사람의투덜거림과는 달리 그 순간 이미 둘은 서로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모노 드라마를 준비하는 미아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for research)' 보게 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을 계기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그러나 원만한 직선으로만 흘러가는 사랑이나 인생이 어디 있으랴. 두 사람이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갈수록 사이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이고 사랑 영화지만 동시에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컬러부터 앵글, 그리고 배우들의 춤과 노래들에선 이전 헐리우드 영화들에 대한 향수가 물씬 배어난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영화들을 무조건 베끼거나 숭배하진 않는다. 다만 감독은 헐리우드 시스템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할 때 유행하던 뮤지컬 형식을 가져와 그동안 선배들의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행복과 슬픔과 노스텔지어를 심어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배우들에게 계속 춤 추고 노래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마치 그게 인생이라는 듯이.

스포일러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시퀀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겠다. 다만 이런 진부한 표현을 써서라도 그 느낌만은 좀 남겨두고 싶다. 아마 당신도 마지막 장면에서 라이언 고슬링을 바라보는 엠마 스톤의 그렁그렁한 눈과 미소를 바라보면 이상하게 가슴이 알싸하게 저려오고 자기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질 것이라고. 그리고 이 영화를 보러온 오늘은 참 좋은 날로 기억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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