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면 월요병이 없을 거라 생각하시죠?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그리 만만한가요? 저는 내일 출근을 안 해도 제 여친은 여전히 출근을 하죠. 그러니 제가 놀든 말든 여친의 월요병은 그대로란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저 때문에 더 커졌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일요일 저녁인 지금 한숨을 폭폭 내쉬고 있는 여친 옆에서 눈치 없이 개콘을 틀어놓고 희희낙낙할 순 없는 노릇이죠.
사실, 월요병은 백수들한테도 있습니다. 경험상 그렇습니다. 오래 전 회사를 그만 두었을 때 저는 월요병을 극복해볼 요량으로 ‘월조회’라는 모임을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는데, 당연히 회원은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마다 조조를 보는 쾌감을 누려도 월요병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죠. 전쟁통에 손가락을 잃은 병사가 가끔 없어진 손가락에서 가려움증을 느낀다는 걸 어디선 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월요병이란 놈도 그것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우린 이미 ‘월화수목금토일’이라는 시스템에 인이 박혀버린 것입니다. 억울했습니다. 예전엔 월요일을 만든 놈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인류에게 일요일이 생긴 이후로 늘 월요병은 존재했을 거 같더군요.
그러니 너무 심란해 하지 마십시오. 백수라고 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닙니다. 세상에 공평하게 다 행복한 일은 드물지만 공평하게 다 거지같은 일은 가끔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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