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가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며 억울해 하던 후배 여자애 생각이 났다. 어릴 땐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어 유부남과 바람도 나보고 결혼도 해보고 하니 그것도 다 한때더라는 것이다. 나도 술 마시고 돌아다니며 노는 게 가장 재미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술, 담배, 외박이 인생의 삼대 지표였고 심지어 술 마시는 게 좋아 '음주일기'라는 글을 따로 연재하기까지 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그냥 다 그러했다.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인생일까. 돈을 많이 벌어 인정 받고 높은 지위로 올라가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게 최대의 목표요 보람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우리끼리만 잘 살면 되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인생은 그렇게 몇 가지 목표나 가치로 홀딱 채워지지 않는다.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가족, 친구, 일, 휴식도 필요하고 재미나 의미, 성취, 야망, 좌절도 필요하다. 심지어 썅년이나 개새끼들도 필요하다. 그렇게 온갖 잡것들이 채워지고 하나로 섞일 때 인생이 완성된다. 그래서 인생엔 불순물이 많다. 우린 모두 공평하게 불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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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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