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m6bylpWdfFI



[록키]를 다시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하길래 아내에게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설레발을 쳤는데 마침 그날은 개봉 전날이었고 그 이후엔 계속 회사 일이 바빠서 예매를 못하고 있다. 다음주엔 꼭 시간을 내서 이 영화를 보고야 말 것이다. 

내가 '록키 시리즈'를 만나 것은 불광극장에서 본 [록키2]부터였다. 고등학교 때였나보다. 그리고 점점 나이가 들고 영화를 좋아하게 되면서 [록키]가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 알게 되었고 텔레비전에서 성우들의 더빙판으로 이 영화를 한 번 본 후 홀딱 빠지게 되었는데, 거기에 기름을 더 부은 것은 대학생 때 읽었던 어떤 소설에 등장하는 록키였다. [영자의 전성시대]로 유명한 조선작이 예전에 쓴 단편소설 <아메리카>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인 술집 아가씨가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무슨 제목인지도 모르고 대낮에 변두리 극장에 들어가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록키였다. 신나게 권투만 하는 영화인줄 알았던 주인공은 마지막에 록키가 경기에서 지고나서 퉁퉁 부은 얼굴로 여자친구인 에드리안을 애타게 찾는 장면을 보면서 대책 없이 울음을 터뜨린다. 에드리안, 아아 록키. 아아 에드리안.  영화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가장 힘들 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른다는 사실만이 그녀의 가슴을 적셨다.  

이 영화는 실패담이다. 나이 든 스파링 파트너 출신의 퇴물 복서가 챔피언의 쇼맨십 덕분에 모처럼의 기회를 얻었지만 처절하게 싸운 뒤 결국은 장렬하게 판정패 한다는 이야기. 물론 사람들은 주인공이 실패하는 이야기보다는 성공담을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진정성이 있다면 말이다. 모든 진정성 있는 실패담은 여운을 남긴다. 소설가 김탁환은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쓴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에서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이 이야기꾼이 아니라 간절한 이야기를 많이 가진 사람이 이야기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건 실베스타 스텔론이라는 이야기꾼이 작두를 탔을 때의 이야기가 맞다. 정말 간절하고 궁핍했던 시절에 그가 직접 쓴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베스타 스텔론은 무하마드 알리의 권투 경기를 TV로 보다가 뭔가 느낀 게 있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단 사흘만에 [록키]의 각본을 완성했다고 한다. [람보] 시리즈의 무식한 근육질이나 최근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2]에서 뭉툭한 몸매와 목소리로만 연상되는 실베스타 스텔론도 사실 젊었을 땐 대학까지 나온 날렵한 인텔리였다. 영화를 하고 싶어서 도시로 나와 험한 일을 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슬라이(그의 애칭)는 '록키'의 각본이 헐리우드를 떠돌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도 타협을 하지 않는 뚝심을 보였다. 시나리오에서 흥행의 단초를 예감한 제작자들은 알 파치노 같은 당시 스타나 권투선수 출신의 라이언 오닐 등을 주인공으로 쓰려고 했으나 스텔론이 결사 반대해서 결국 그가 주연까지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찍게 되었고 작품 안에 나오는 낡은 아파트 등도 실제 슬라이가 살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애드리안과의 스케이트장 데이트 장면도 돈이 없어서 야밤에 찍게 되었는데 이건 가난한 록키가 밤 늦게 스케이트장 관리인에게 뒷돈을 찔러주고 링크 전체를 데이트장으로 쓴다는 순애보적 아이디어에 현실성을 더하는 멋진 설정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실제 록키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슬라이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온 덕분에 영화는 수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고 실베스타 스텔론은 이 영화 한 편으로 '어메리칸 드림'의 표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실패담이면서 동시에 성공담이기도 하다. [록키]에 비하면 그 뒤 나온 2편 3편 등은 갈수록 기름기가 끼고 거만함이 느껴져 록키라는 복서도 그저 하나의 기름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성공한 밴드의 모든 데뷔앨범이 훌륭했던 것처럼 실베스타 스탤론의 실질적인 데뷔영화 [록키]도 걸작 중의 걸작이다. 이런 전설을 극장 스크린으로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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