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홉 시부터 극장에서 팝콘을 먹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신경을 가진 사람들일까, 하는 헛된 생각을 하며 영회 [신과함께-죄와벌]을 일요일 조조로 보았다. 이미 천사백만 명이 보았고 일요일인데다 상영 시간이 일러서인지 극장 안은 한산했다.

김용화의 영화는 [미녀는 괴로워] 때도 그랬지만 영화라기보다는 잘 짜여진 한 편의 게임이나 쇼프로를 보는 느낌이다. 아이언맨을 감독한 존 패브로가 출연까지 한 영화 [어메리칸 셰프]나 마크 러팔로가 나오던 [비긴 어게인]을 볼 때도 이건 영화라기보다는 하나의 흥미로운 콘텐츠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그것들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전통적인 영화를 벗어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가 선명한 주호민 원작 웹툰의 틀을 가져오고 강림, 해원맥, 덕춘 같은 캐릭터들이 적재적소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이야기가 딴 방향으로 새거나 하는 헛짓거리는 없다. 확고한 프레임에 이야기의 핵인 소방관 자홍의 눈물겨운 사연이 펼쳐진다. 이승과 지옥을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풍경은 엄청난 CG를 통해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해준다. 저승 차사들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존재들이기에 시종일관 경쾌한 농담과 투덜거림을 섞어가며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고 차태현이 분한 자홍은 유일하게 현실적인 캐릭터를 맡아 관객들에게 교훈적인 신파 메시지를 끌고 가는데 여긴엔 몇 번의 반전이 숨어 있어 흥미를 더한다.

다만 염라대왕을 비롯한 그 많은 지옥 관련 종사자들이 일개 소방관 자홍의 사연에 이토록 휘둘린다는 건 거의 모든 SF들이 가지고 있는 '패럴렐 월드'의 한계임과 동시에 한 편의 에피소드를 이끌어 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난 아직도 개인적으론 이 평행우주론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인과를 얼버무리기에 너무 편리한 선택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인터스텔라]를 볼 때도 주인공들이 온 우주의 시공간을 돌고 돌아 마지막에 거실 책꽂이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에서 그렇게 허탈해 했던 모양이다.

암튼 김용화는 감독이라기보다는 엔터테이너에 가깝고 일종의 사업가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이 영화도 하정우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헐리우드 뺨치는 프랜차이즈로 거듭 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 시리즈에서도 보았듯이 지옥이나 저승사자 이야기 등은 언제나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니까. 막판 쿠키 영상 비슷한 꼭지에서 성주신으로 등장한 마동석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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