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블랙 팬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주절주절 쓰다가 지겨워서 다 지워버렸다. 말이 안 되는 걸 말 되게 하는 게 마블이나 DC코믹스의 큰 특기이긴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인종 문제나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그것도 블랙 피플들이이나 제3세계 팬들을 위한 '만들어진 정치적 올바름'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늘 주인공의 혈통을 따지는 후진 세계관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건 [스퍼맨] 때부터 이어지는 히어로물의 한계인 것 같다. 그리고 첨단 무기를 쓰다가도 결국엔 늘 주인공들끼리 칼싸움이나 육박전을 벌이는 전통도 볼 때마다 웃긴다. 이래저래 난 히어로물에선 그닥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다들 열광하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서부영화 세계관도 별로고 수트 갈아 입었다고 목소리가 달라지는 [배트맨] 시리즈도 어이 없어하는 편이다. 그나마 안티 히어로인 주인공의 농담이 쉴새 없이 쏟아지는 [데드풀]이 그 중 제일 재미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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