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포드와 존 웨인이 만들어 놓은 '옛날 옛적 서부에서'의 신화적 구라들을 1960년대에 세르지오 레오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귀엽게 비틀었다면 2016년 데이빗 맥킨지와 크리스 파인은 서부라는 세트에 현대의 쓸쓸한 비극을 세련되게 옮겨 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금요일 밤인데 남편의 속이 고장나는 바람에 술도 마시지 못해 심기가 불편해진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IP-TV에서 이 영화를 찾아냈다. 

황량한 텍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소하고 영리한 은행강도 행각과 침착하게 그들을 쫓는 늙은 보안관 콤비. 각본도 연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끝내준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무심코 던지는데 대사 타이밍들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마지막 농장 신에서 크리스 파인과 제프 브리지스가 주고 받는 어른스러운 대사와 표정들은 특히 멋지다. 1,500원밖에 안 하길래 안심하고 아내의 허락을 구하고 틀었는데 우연히 좋은 영화를 보았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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