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술 마시면서 택시운전하는 초등학교 동창 한식이한테 들은 얘기가 기억난다. 택시를 몰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고 한다. 이런저런 취객은 말할 것도 없고 가끔 요금 안 내려고 문 열리자마자 냅다 튀어나가는 놈들도 많은데 그런 놈들은 그냥 놔둬야 한다고 한다. 쫓아가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염한 자세와 멘트로 기사를 유혹하는 아줌마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노르스름한 잡지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얘기는 택시비 대신 주고 갔다는 반지나 목걸이 이야기였다. 하긴 세상엔 사랑을 시작하는 옵티미스트들도 많지만 사랑을 끝내는 페시미스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아저씨, 저 이거 더 이상 필요없는 물건인데 택시비 대신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손님들은 야밤에 술에 취해 또는 맨정신에 고즈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사연이 붙어있는 금붙이나 보석들을 택시에 두고 내린다고 한다. 그날 그 친구가 보여준 목걸이도 그런 스토리가 내장된 물건이었다. 처음 그가 들고 온 진주목걸이를 보고 놀라던 그의 아내도 이젠 그런 물건들을 가져다 주면 태연하게 처리한다고 한다. 


잠도 오지 않는 초여름 심야. 내가 심야택시에 두고 내렸던 기억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생각하다가, 이런 건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떠올려야 하는 이야긴데...하고 창밖을 힐끔 내다본다. 자야겠다.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출근을 해야 하니까.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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