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주식은 심심하다. 빵뿐 아니라 쌀밥, 감자, 옥수수가 그렇다. 매일, 평생 먹어도 물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심심함이란 적당히 간을 하면 원하는 맛을 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심심하다는 건 맛의 부재에 대한 서술이라기보다 맛의 풍부함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그건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심심해야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심심해야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심심함은 인생의 맛을 위해 비워 놓은 자리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짜고 맵고 시고 달고 쓰기만 하다. 심심한 때가 언제였는지 아득하다. 지난해 누적된 피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또 바빠질 한 해를 헤쳐 나가려면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하자고 새해 결심을 한다. 이미 지친 몸과 마음을 채찍질하며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자고 이를 악문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을 위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107204917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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